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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무늬만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무늬만 세계적 투자은행?
  • 김연기 기자
  • 승인 2005.01.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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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금융·부동산등전방위투자…“법허점이용,수익극대화”논란

1991년11월어느날미디어재벌로버트맥스웰이요트위에서자살하는사건이발생한다.
그는맥스웰커뮤니케이션,미러그룹신문(MGN)을이끌며1980년대영국을대표하는미디어재벌의수장이었다.
그의죽음은세계적투자은행인골드만삭스와밀접한연관이있다는점에서더화제가됐다.
맥스웰은당시그룹지배권과주가관리를위해MGN주식에대한관리를골드만삭스에맡겼다.
하지만80년대말맥스웰그룹의경영이악화되면서맥스웰은직원들의연금을빼돌려주식매입과부채상환에사용했다.


마케팅 분석 사이트인 이마스emars.co.kr의 서수원 애널리스트는 ‘세계 최대은행 골드만삭스’란 보고서를 통해 “이 과정에 골드만삭스가 깊이 관여했다”고 밝힌다.
맥스웰이 자살한 후 맥스웰 그룹은 자산매각 과정을 거치면서 청산절차에 들어간다.
이때 골드만삭스는 맥스웰의 직원 연금 유용을 도왔다는 혐의로 뉴욕 연방법원에서 소송에 연루된다.
서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관련 혐의를 부인했지만 95년 맥스웰그룹의 연금펀드에 2억5천만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소송은 끝이 난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가 자신의 혐의를 일정 부분 일정했다는 얘기다.
140여년 골드만삭스의 역사에서 오점으로 남는 순간이었다.
“한국선 문제 일으켜도 잇따라 면죄부” 그로부터 10년 후 골드만삭스는 바다 건너 한 작은 반도에서 왕성할 투자활동을 벌이고 있다.
반도 구석구석 금융, 부동산, 기업 M&A, 부실채권 매입 등 골드만삭스의 손길이 뻗치지 않은 곳이 없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내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이대순 투기자본감시센터 변호사(사시 33회·법무법인 정민)는 “외환위기 이후 골드만삭스가 국내에서 활동한 사례를 살펴보면 세계적 투자 은행으로서의 명성과는 멀어 보인다”고 말한다.
이 변호사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진로사태’ 외에 골드만삭스는 지난 98년 외환위기 이후 현재까지 한국에서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켰다”고 덧붙였다.
모두 자문부서와 투자부서 간의 이해상충 관계, 즉 차이니스월(Chinese Wall)이 문제였다.
자문 역할을 하면서 알게 된 회사의 내부정보가 투자부서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는 얘기다.
2002~2003년 진로와 위의 문제로 소송을 벌이던 골드만삭스는 또 한번 화제에 오른다.
국민은행 지분 매매와 관련한 의혹이다.
요지는 이렇다.
골드만삭스는 2003년 9월5일 국민은행 지분 4%를 팔아치웠다.
물론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지분을 처분하기 일주일 전인 8월28일 국민은행 매수 의견 보고서를 내놓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당시 골드만삭스는 국민은행에 대해 12개월 목표주가를 기존 3만1천원에서 5만6700원으로 83% 올렸다.
또 유망투자 종목군인 아시아태평양 투자리스트에 국민은행을 편입했다.
적극적인 매수 의견을 내 주가를 올려놓고 지분 처분에 나섰다는 의심을 살 만한 대목이다.
실제 골드만삭스가 지분을 팔았던 9월5일에는 국민은행 주가가 매수 의견을 낸 시점보다 13%나 오른 상태였다.
흥미로운 점은 골드만삭스의 또 다른 계열사 골드만삭스파이낸스가 매수 의견 보고서를 내기 이틀 전부터 국민은행 주식 15만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을 살펴보면 당시 이들의 주식매매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골드만삭스파이낸스는 매수 의견 보고서가 나오기 이틀 전부터 국민은행 주식을 사들였다.
같은 회사의 리서치부서에서 매수 의견 보고서를 내기 전후로, 한쪽에서는 주식을 사들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팔아치우고 있었던 셈이다.
이와 관련해 골드만삭스의 대외 홍보업무를 맡고 있는 에델만의 전성만 부사장은 “당시 국민은행 지분매매건은 감독 당국에서 규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를 둘러싼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로부터 한 달 후인 2003년 10월 골드만삭스는 대우인터내셔널 대주주인 자산관리공사의 의뢰를 받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매각 주간사로 실사를 진행하면서 또다시 화제를 낳는다.
골드만삭스 스스로 돌연 지분 인수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자산관리공사가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골드만삭스는 “지분 인수의사가 없다”며 발을 뺐다.
이 외에 2002년에는 현대석유화학의 매각주간사를 맡았다가 직접 인수를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당시 현대유화의 공식매각주간사로 실사까지 담당했던 골드만삭스는 현대유화 인수전에 뛰어든 한 컨소시엄을 통해 지분참여를 추진하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정종남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국장은 “여기까지 놓고 보더라도 골드만삭스가 계열사 간에 얽혀 있는 미묘한 관계를 활용해 투자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10년 전 미국에서와는 달리 한국에서 골드만삭스는 관련 법원이나 금융당국으로부터 단 한 번의 제재도 받지 않았다.
한국 금융시장은 외국계 자본의 놀이터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계열사 간 얽혀 있는 미묘한 관계 활용 골드만삭스의 치밀함이 돋보인 걸까. 아니면 법규정의 허술함이 문제일까. 골드만삭스와 한때 투자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한 투자사의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내 법규정 상의 허술함보다는 골드만삭스의 치밀함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관계자는 “골드만삭스는 투자 대상을 물색하기 앞서 법적으로 발생하게 될 문제를 먼저 짚고 넘어간다”며 “만의 하나라도 법적 분쟁과정에서 밀릴 소지가 있을 경우엔 아무리 투자수익이 많더라도 손을 대지 않는 것이 골드만삭스의 투자원칙”이라고 덧붙인다.
금융정보 서비스업체인 톰슨파이낸셜이 2004년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골드만삭스는 주식 관련 주간업무와 M&A 전략 서비스분야에서 세계 1위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드만삭스는 이 부문에서 최근 10여년간 항상 업계 1, 2위를 지켜왔다.
골드만삭스가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서 주로 맡은 역할도 이와 유사하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40억달러에 달하는 우리 정부의 외평채 발행에 대한 자문사 역할을 맡기도 했다.
이후 국내 주요 기업의 굵직한 M&A 때마다 매각주간사를 맡으며 그 세력을 확대해 나갔다.
98년 보워터 페이퍼의 한라제지 M&A 당시 자문 역할도 골드만삭스가 맡았다.
2000년 칼라일그룹과 JP모건 컨소시엄이 한미은행을 인수할 당시도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골드만삭스가 국내 주요 기업의 M&A 때마다 자문 역할을 맡게 된 데는 무엇보다 미국 시장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 덕분이었다.
골드만삭스는 M&A나 구조조정 전략 자문 서비스를 통해 2003년 12억달러의 수익을 달성했다.
이는 투자은행 사업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8%에 달할 정도로 큰 규모다.
경쟁사인 메릴린치, 모건스탠리와 비교해도 2배 이상 많다.
국내 부동산투자에서도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2001년 478억원에 매입했던 여의도 대우증권 사옥을 3년 만에 오스트레일리아 멕쿼리 부동산에 720억원에 넘겼다.
여기에서만 200억원이 넘는 차익을 얻었다.
이 밖에 골드만삭스가 사들인 부동산은 여의도 거평마트, 강남 메트로빌딩, 종로 은석빌딩이다.
또 하나 골드만삭스에 막대한 차익을 안겨준 게 바로 국민은행 투자다.
골드만삭스는 99년 단일 투자 규모로는 최대인 5억달러를 국민은행에 투자했다.
이렇게 사들인 국민은행 주식 중 2002년 6월에 보통주 1320만주, 127만주를 팔아 각각 5096억원, 493억원의 이익을 올렸다.
논란이 됐던 2003년 9월에는 해외주식예탁증서(ADR) 1299만주를 팔아 2695억원을 남기기도 했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국민은행 지분 86만주(0.26%)만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동아건설 파산채권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이번 입찰은 대한통운 보증채권 2천억원 어치가 포함돼 더욱 관심을 끌었다.
이 보증채권은 2006년부터 출자전환 될 예정이어서 골드만삭스는 대한통운 전체 지분의 10~15%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대한통운이 국내 물류업계의 대표 기업이면서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잇따라 수주한 알짜 기업이라는 사실에 이르게 되면 또 한차례 걱정이 몰려온다.
-골드만삭스는 1869년 독일 출신 유태인인 마커스 골드만이 뉴욕에서 기업어음을 거래하기 위해 Marcus Goldman&Co사를 설립하면서 이 땅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뉴욕에 본사를 둔 골드만삭스그룹은 서울지점을 포함해 런던, 프랑크푸르트, 도쿄, 홍콩을 중심으로 전 세계 26개국에 56개의 사무소를 두고 있다.
메릴린치, 모건스탠리와 함께 세계 3대 투자은행으로 불리고 있다.
이 중 골드만삭스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가졌다.
골드만삭스는 2003년 말 기준 236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매출 규모는 지난 10년간 2배 이상 성장했다.
매출 대비 순이익률도 평균 10% 이상을 유지했다.
2004년 4월 기준으로 기업 가치가 492억달러로, 모건스탠리 588억달러, 메릴린치 553억달러에 이어 세 번째 순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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