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7:19 (목)
[남북경협 지상강좌22]“손님은 왕입니다” “왜요?”
[남북경협 지상강좌22]“손님은 왕입니다” “왜요?”
  • 김보근한겨레통일문화재단
  • 승인 2005.01.3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강산호텔,북한서호텔운영…서비스정신이질감극복,경협새모델제시

“동포여러분~,형제여러분~,이렇게만나니반갑습니다.


지난1월22일밤10시.금강산온정리에위치한금강산호텔12층라운지는남쪽에서온관광객들로북적였다.
라운지무대에선북쪽종업원들이<반갑습니다>를불러손님들의흥을돋워주고있었다.
테이블마다주문을받거나서빙을하는종업원들역시모두북쪽여성들이다.
그런데술을마시는남쪽손님들이나‘봉사’를하는북쪽여성들이나조금도어색한느낌이없다.
금강산호텔에서는이렇게북쪽여성종업원들이서비스를하는것이자연스러운일이기때문이다.


“아직최고수준의서비스라고말하기는어렵습니다.
그러나앞으로금강산호텔의서비스를남북이힘을합쳐최고수준으로높일계획입니다.
”금강산지역의호텔·식당을모두책임지고있는최인식(60)본부장은2004년7월1일문을연금강산호텔에대한자부심과기대가대단하다.
그는자신의‘30년호텔인생’을금강산호텔에모두투자하고있기때문이다.


북쪽직원300여명고용,식당운영등맡겨

금강산호텔은북쪽에서1981년에지은호텔인데,낡아서사용하지않던것을현대아산이50년기한으로임대했다.
이에따라호텔은1년여의내부수리와리모델링을거친끝에지난해7월문을연것이다.


호텔은객실수219개의,그렇게크지않은규모지만,남북이힘을합쳐호텔운영이라는새경협모델을만들고있다는점에서내외적으로상당한관심을모으고있는곳이다.
이호텔에는남쪽사람7명과북쪽사람300여명이함께손님들에게집과같은서비스를제공하기위해노력하고있다.
남쪽사람들은총지배인과주방장등책임자급이며,북쪽사람들은1층과12층라운지와2층식당운영,그리고객실정리등을담당하고있다.


“처음문을열땐북쪽사람들의경우자본주의서비스에대한이해부족과거부감이상당했습니다.
”최인식본부장은‘손님은왕’이라는자본주의서비스업계의정신을북쪽사람들에게이해시키는것이무척어려웠다고털어놓는다.
가령최본부장은금강산의호텔·식당서비스를최고수준으로만들기위해‘6가지신서비스’를제시하고있는데,그중‘눈높이서비스’같은경우대표적으로북쪽사람들의이해를얻기어려운것이라고밝힌다.
‘눈높이서비스’는손님이앉아있는경우손님의편의를최대한높이기위해종업원이무릎을꿇고손님과눈높이를맞추는것을가리킨다.


북쪽사람들에게이서비스는매우이상하게보이는것이었다.
북쪽사람들은“우리는우리나름의서비스를가지고있다”며‘자본주의방식’에쉽게동의하려하지않았다.
전화를받을때도마찬가지다.
최본부장은금강산호텔에서전화받을때“감사합니다.
금강산호텔입니다”로통일하도록했다.
하지만북쪽사람들은“알지도못하는사람에게감사하다고해야하냐”며거부감을드러냈다.


그러나최본부장은최근들어이런북쪽사람들의인식에변화가보이기시작했다고밝힌다.
무엇보다도남쪽직원들의솔선수범때문이다.
북쪽직원들이남쪽직원들과함께생활하면서남쪽직원들이하는모습을보고자연스럽게서비스를바꿔가고있다는것이다.
이에따라현재북쪽직원들이전화를받을때는“안녕하십니까.금강산호텔입니다”라는인사말을하는정도에까지이르렀다.


최본부장은“북쪽직원들도남쪽손님들에게평가받고싶다는생각이강한만큼앞으로서비스가차츰개선돼나갈것”이라고내다봤다.
최본부장의이런자신감은‘호텔전문가’라는그의경력에서나온다.
최본부장은현대가호텔사업을막시작하던74년대금강개발에입사한이후현대가운영하는모든호텔에근무하며호텔서비스를개선시킨장본인이다.
최본부장은특히‘블라디보스토크현대호텔’을운영한경험이금강산호텔운영에많은도움이된다고밝힌다.



직원들과 융화 중시, 숙소서 동고동락 최 본부장은 “블라디보스토크 현대호텔의 경우에도 직원들이 처음에는 자본주의 호텔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각종 인센티브제도를 확대하고 경주현대호텔에 1~2개월씩 연수를 시키는 등의 방법에 따라 1년 안에 만족할 만한 서비스 수준을 만들어냈다”고 말한다.
북쪽의 경우 블라디보스토크 때와는 달리 개별적인 인센티브 적용이나 남쪽 호텔 연수 등이 어렵지만, ‘솔선수범’이나 끈기 있는 대화 등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현대아산쪽은 이런 최 본부장의 경력을 높이 사 2002년 말 정년퇴직한 최 본부장에게 금강산호텔을 맡아달라고 요청했고, 최 본부장은 2003년 7월부터 금강산에 와 호텔부문을 책임지게 된 것이다.
최 본부장은 직원과의 융화를 중시하면서 그 이후 1년 동안 직원들과 함께 컨테이너 숙소에서 생활하며 ‘솔선수범’해 왔다.
최 본부장이 이렇게 금강산호텔에 정성을 쏟는 것은 금강산호텔의 성공이 단지 한 호텔의 성공에 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아산은 금강산 온정각 판매소, 버스 기사, 해금강호텔 종업원 등에 조선족 직원 450여명을 채용하고 있다.
그런데 조선족들은 북쪽 직원들에 비해 임금이 3~4배 높을 뿐 아니라 숙식까지 제공해 줘야 하는 상황이다.
만일 이들 조선족 직원들을 북쪽 인원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막대한 비용 절감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금강산호텔의 성공은 이런 경제적 이득에 비할 수 없는 큰 비전을 제시해 줄 것이다.
그것은 남과 북이 통일을 이루어 서로 화합하여 잘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 본부장은 그 가능성을 현실화하는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이다.
금강산 숙박시설 확충 온힘
금강산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장전항에서 온정각에 이르는 지점에는 이미 골프장 건설이 상당히 진행돼 올해 하반기에는 78홀의 시범 라운딩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온정각 앞의 제2골프장도 곧 착공할 계획이다.
이미 눈썰매장과 스키장은 단장을 마치고 지난 1월 초부터 영업을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금강산의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숙박시설의 확충이다.
금강산에서는 현재 가족호텔을 새로 짓고 있으며, 지난해 12월20일부로 북쪽의 대표적 휴양시설인 온정각 앞 ‘김정숙 휴양소’도 인계받았다.
김정숙 휴양소도 금강산호텔처럼 리모델링 과정을 거쳐 숙박시설로 활용될 전망이다.
금강산에는 이 밖에도 유스호스텔형 숙박시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숙박시설을 늘리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렇게 현대아산이 특히 숙박시설 확충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은 연간 금강산 관광객 숫자가 숙박시설 능력에 따라 제한되기 때문이다.
가령 2004년 금강산 관광을 한 사람들은 총 27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연간 관광객 20만명 이상이면 손익분기점을 넘는 상황이므로, 지난해 금강산 관광은 당연히 흑자였다.
그러나 현대아산은 손익분기점 관광객수 20만명을 7만명밖에 넘지 못한 데는 숙박시설 부족이 큰 요인이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대아산은 올해 금강산 관광객 목표치로 35만명 정도를 잡고 있다.
이런 목표치 달성도 숙박시설 확충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현대아산은 이렇게 숙박시설을 빠르게 늘리고 있지만, 이 숙박시설의 ‘상품성’은 역시 시설 그 자체보다도 북쪽 종업원들로부터 서비스를 받는다는 사실임을 잘 알고 있다.
현대아산이 금강산호텔의 성공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