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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벌거벗은 개인정보, ‘누더기 법’ 걸치나
[이슈추적]벌거벗은 개인정보, ‘누더기 법’ 걸치나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5.02.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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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보호법안을둘러싼최근의논란은그동안벌어졌던수많은개인정보유출사고에적절히대응하거나예방할수있는법적·제도적장치가없었다는문제제기에서시작됐다.
하지만현재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대한법이민간으로확대되는것으로법안의윤곽이드러나자업계,학계,시민단체모두의견이분분한상황이다.
개인정보의보호관리의무가확대되고이에대한심의조정기구의설치등에대해업계는업계대로불필요한규제라고반발한다.
반대편에서는민간의개인정보보호의무가지나치게느슨해개인정보관리에허점이드러나고있는상황에서,민간에대한규제책마련은당연하다는반응이다.


이에따라온·오프라인을아우르는개인정보보호에관한기본법제정이자칫각계의주장에따라흔들릴경우누더기로전락할우려도제기되는상황이다.


개인정보보호에대한기본법역할을하게될개인정보보호법안이2월임시국회기간동안처리될예정이다.
현재민주노동당노회찬의원등이발의한법안과열린우리당의정성호의원이발의한법안,그리고이은영의원이발의한법안등모두3건의개인정보보호법안이임시국회에제출됐다.
이들3개법안은현재국회상임위(행자위)에서검토중에있으며,향후임시국회회기내에법사위,본회의등의의결절차를앞두고있다.


개인정보보호법제정에인터넷업계반발

문제는인터넷업계가국회상임위에제출된법안과관련해강하게반발하고나서면서불거졌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등3개인터넷관련협회가2월16일공동기자간담회를열고주민등록번호수집및이용제한,민간부문에대한과도한규제등비현실적인문제점을지적하고이의개선을강력히요구하고나선것이다.

업계가제기하는가장큰문제는관련법안들이안전한인터넷을이용하는데필수적개인식별체계인주민등록번호에대한대체방안이없는상황에서그수집및이용에대한제한규정만을담고있다는것이다.


업계는개인정보보호기본법안(제16조)의경우“고유식별자를정보주체의명시적인동의없이당해식별자의목적이외의용도로사용하여서는아니된다”고명시한것을“본인의사전동의없이개인정보를수집하거나,수집목적이외의목적으로이용,또는타인에게제공할수없도록”하는수준으로수정되어야한다고주장했다.


허진호인터넷기업협회장은“주민등록번호등고유식별자의수집과이용을제한하는것은업계및사회현실을제대로인식하지못한데서온것”이라고말하고현실에맞게법안을수정하거나,주민등록번호를대체할수있는시스템이마련될때까지관련법조항을유예해줄것을요청했다.


이는지금의주민등록번호가인터넷에서이용자의실명및성인여부를확인하는데쓰여지고있는유일한방식이라는점을강조한것이다.
따라서이에대한수집과이용이포괄적으로제한받을경우△연령의식별이불가능해청소년들에게음란사이트등유해콘텐츠의무분별한노출이우려되고△비대면거래인인터넷의특성상결제·환불·교환등소비자민원에대한구제가어려운상황이초래될수있으며△신용카드또는개인아이디의악의적도용등각종범죄가오히려용이해져이용자보호에치명적인영향을끼칠수있다는설명이다.
이런이유로협회는법안수정을강력히요청했다.


또한이날인터넷업계관계자들은개인정보보호기본법(제15조)의경우‘개인정보영향평가’를공공부문대비상대적으로영향력이적은민간부문까지무차별하게확대적용한것이라며,이는과도한규제라고주장했다.


그런데이번에는시민단체가인터넷업계의이같은주장에대해정면반발하고나섰다.
인터넷업계의개인정보보호법안에대한수정요구가발표된다음날참여연대·문화연대·진보네트워크센터등의시민단체가결성한‘프라이버시연석회의’는성명을내고“인터넷업계의주장이터무니없다”며오히려개인정보보호에소극적인인터넷업계를강하게질타했다.


성명서에서이들은“정부여당안에대한기업단체들의비판은주민등록번호수집규제조항과민간영역에대한개인정보영향평가실시조항에집중되어있지만,이두조항은지난2년간정부와학계,시민사회등각계의지혜가모여마련된조항”이라고주장했다.
또한개인정보침해의근본적인원인이전국민을대상으로평생불변의고유번호를부여하고이를원칙없이수집·이용하고있기때문이라고분석하고“주민등록번호수집규제조항에대한기업들의반대는신뢰할만한신원확인방식을개발하기위한노력을회피하기위해소비자들을개인정보침해의위험에노출시킨것에다름아니다”라며강하게질책했다.


시민단체“주민번호가정보유출의근원”


이들시민단체의주장은결국“우리나라개인정보보호실태에서가장심각한문제가바로주민등록번호”라는말로요약된다.
공공기관은물론각기업들이주민등록번호를거의유일한개인식별번호로이용하고있어개인의주민등록번호만유출돼도광범위한개인정보침해가이뤄질수있는잠재적위험성이높은것이현실이다.


실제로지난2월15일시민단체가실시한공공기관홈페이지주민등록번호노출실태조사에따르면전체100여개조사대상홈페이지가운데34곳(34%)에서주민등록번호가노출된웹페이지가발견됐다.
임의로선정한곳(기타)을제외하면핵심국가중앙공공기관의41%가주민등록번호를웹상에노출한것이다.


이에따라법안제정과는별도로정부도개인정보보호에적극적인대책마련에나서고있다.
이에따라올해부터는개인정보보호조사대상사업자수도기존1천여개에서2만개이상으로늘리는등개인정보보호실태점검을대폭강화하고온라인검사,서면검사,현장검사등다양한조사방법을통해점검을실시할계획이다.
정통부는그러나그간의실태점검이늘어가는개인정보취급사업자와개인정보보호에대한사회적요구에대처하기에다소불충분했다고보고이를대폭확대키로했다.


개인정보노출에대한대응도강화된다.
정통부는개인정보노출사실이드러나면해당웹사이트관리자에게노출방지조치를취하도록하고피해당사자에게이를고지토록할방침이다.
위법사실이적발되면해당업체에대해개선권고및교육등계도에나서고이에응하지않을때는과태료부과등제재가가해진다.


업계도개인정보보호를위한다양한정책을마련해시행하고는있지만,단한곳이라도개인정보가유출되면해당개인은그야말로‘벌거벗은’상태가되고만다.
이때문에전문가들은비교적안전한공인인증서를공공기관과업계에확대적용해야하고불필요한개인정보에대해서는요구하지않는등적극적인대책마련이시급하다고지적한다.
또한정보통신기술이발달함에따라개인식별을위한다양한기술과정책마련이뒤따라야한다고전문가들은말한다.






개인정보 침해 분쟁 증가 일로


인터넷은 개인정보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인가. 지난해 정보통신부 산하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 처리된 개인정보 침해 관련 분쟁조정 신청건수는 2003년 845건에 비해 약 43% 증가한 총 1210건이었다.
조정위가 1월에 발표한 ‘2004년 개인정보분쟁조정사례집’에 따르면 신청인이 젊은 세대일수록 개인정보 침해에 대해 적극적인 분쟁 조정을 신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청인의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와 30대가 각각 33%, 40.9%로 전체의 73.9%를 차지해, 인터넷 등 정보통신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는 젊은 층의 권리행사가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이상이 국가나 기업의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권리행사에 소극적인 점을 감안한다면 실제 침해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조정위가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고지-명시한 범위를 초과한 목적 외 이용 또는 제3자 제공’으로 인한 침해 분쟁이 2003년 4.6%(39건)에서 2004년 11.9%(144건)로 늘어나, 기업의 과도한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타인 정보의 훼손·침해·도용이 4.6%(39건)에서 24.1%(292건)으로 폭증하면서, 개인정보 유출이 단순히 마케팅에 이용돼 불편함을 넘어 심각한 정도의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동반할 위험성이 더욱 높아졌다.

실제로 조정위의 자체 조정 결정이 내려진 486건 가운데 경제적·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이 동시에 이뤄진 건수는 모두 258건으로 전체의 53.1%를 차지했으며, 기타 경제적 피해배상 81건(16.7%), 정신적 피해배상 46건(9.5%)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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