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7:18 (금)
[책과삶]월가의 심장을 꿰뚫다
[책과삶]월가의 심장을 꿰뚫다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5.02.2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식관련뉴스에서거의빠지지않고등장하는말이바로‘월스트리트’다.
우리시간으로새벽에열리는미국주식시장의움직임은날이밝으면곧바로우리시장에영향을미친다.
그렇다보니“미국증시에서기침을하면한국시장은감기에걸린다”는말도생겨났다.
물론미국시장과의동조화(커플링)는우리나라만의현상은아니다.
갈수록세계증시와미국증시가함께움직이는일이잦아지고있다.
간혹나타나는차별화(디커플링)움직임은오히려예외적인경우라고할수있다.
중국이미국에필적할정도의경제대국으로성장하기전까지는이러한상황이바뀔가능성은거의없다.


월스트리트의위세는주식시장에서만그치지않는다.
세계금융의중심인월스트리트는천문학적인규모의해외투자자금을움직이는컨트롤타워이기도하다.
아시아나중남미의신흥시장국들은월스트리트에서국가차원의투자설명회를수시로개최한다.
한나라의운명을좌우할수있을만큼월스트리트의힘이엄청나기때문이다.
세계경제에대한미국의지배력은바로월스트리트로상징되는금융부분에서나온다고할수있다.


평범한외형뒤에숨겨진참모습짚어내

그러나국내에서는아직도월스트리트에대한제대로된정보를찾아보기가쉽지않다.
월스트리트발뉴스는하루에도수백건씩넘쳐나지만,정작월스트리트가어떤구조를갖고있고어떤논리를바탕으로움직이는지에대해서는알려주는곳이아예없다.
이런상황에서보면심지어는탄핵사태나,과거사청산같은정치적인사건이터졌을때조차월스트리트의논평에기대는웃지못할촌극이벌어지는것은어쩌면당연한일이다.
<머니투데이>에서<월스트리트가보인다>라는제목으로2년간연재된내용을모아새롭게엮어낸이책은월스트리트에대한최초의본격적인해부서라는점에서충분히주목할만하다.


월스트리트에직접가본사람들은대부분실망감을감추지못한다.
1903년에지어진뉴욕증권거래소를빼고는볼만한것이별로없기때문이다.
미국자본주의심장부라는월스트리트도적어도외형적으로는뉴욕맨해튼어디에서나쉽게찾을수있는평범한뒷골목에불과하다.
그러나이책은미국의다양한증권거래소와주가지수에서부터금융가를주름잡고있는대형금융회사와편드,경제미디어에이르기까지평범한외형뒤에숨겨진월스트리트의참모습을하나하나짚어낸다.
그가운데가장흥미로운부분은월스트리트의투자전문가들에대한분석이다.
시장의흐름을정확하게짚어투자자들에게막강한영향력을행사하는투자전략가,이코노미스트,애널리스트들은월스트리트의스타다.
이들은성향에따라크게낙관론자와비관론자로갈린다.
재미있는것은이들이낙관론자든비관론자든웬만해서는입장을바꾸지않고한우물을판다는점이다.


투자전략가등스타들의경연장

골드만삭스의수석투자전략가인애비조지프코언은90년대내내흔들리지않는낙관론을유지해명성을쌓았다.
그에게는항상‘월스트리트의여제’라는수식어가따라다닌다.
그는91년처음으로강세장보고서를낸뒤줄곧낙관론을지켰다.
아시아경제위기가터진97년10월홍콩,대만,한국증시가줄줄이폭락하며다우지수도하루동안7%가까이급락하면서비관적인분위기가팽배했다.
그러나코언은“아시아는잊으라.미국경제는세계를이끄는초대형유조선”이라며주식투자비중을확대하라는보고서를내놓았고,그의예상은적중했다.
9·11테러직후에도그의통찰력은빛을발했다.
테러에대한공포가채가시지도않은9월24일이번에도주식투자비중을확대하라는보고서를냈고,이튿날부터거짓말처럼주가지수는상승세를달리기시작했다.
아직도진정한강세장은코언의입에서시작된다는신화가남아있다.


반면모건스탠리의수석글로벌이코노미스트인스티브로치는대표적인비관론자다.
그는90년대앨런그린스펀이제창한신경제론을정면으로비판해낙관론자들의집중공격대상이되기도했다.
장기호황이이어지던당시분위기에서비관론자가설자리는좁았다.
그러나장기호황이막을내리고경기하강이본격화되면서사람들은비관론자의의견에귀를기울이기시작했다.
투자자들의흥분이절정에달했던2000년,로치는이듬해에들이닥칠미국경제의침체를정확하게예견하면서단번에스타반열에올랐다.
그뒤그가내놓은것이유명한‘더블딥’이론이다.
많은전문가들이예상한‘V’자형회복과는달리미국경제는다시또한번침체에빠질것이라는주장이다.
미국에서도투자전문가가비관론을유지하는것은결코쉬운일이아니다.
회사의이익을위해서는투자자들을달래고거래를부추길수있는장밋빛전장을내놓아야하기때문이다.
로치의비관론이더욱인정받는것도바로이때문이다.


월스트리트에도최근개혁바람이불고있다.
사실월스트리트의역사는금융사고의역사라고도할수있다.
비교적최근의것만해도80년대에는정크본드파동이있었고,90년대에는헤지펀드인롱텀캐피탈매니지먼드의파산사건이있었다.
그때마다월스트리트도한바탕몸살을앓아야했다.
이번에는90년대10년장기호황동안은폐되어온많은모순과부정부패가한꺼번에드러나면서변화가시작됐다.
경영진에게부여되는스톡옵션의비용처리가이미대세로자리를잡았고,최고경영자와이사회의장의역할을분리하는기업들도늘고있다.
단기적인실적변동에매몰된투자자들의근시안적인투자습관을개선하기위해실적전망을폐지하자는움직임도나오고있다.
펀드업계도예외는아니다.
펀드사의주주대리권행사내용의공개를의무화하라는압력이커지고있다.
펀드사들은투자기업에서발생하는이사선임,환경문제,성차별등민감한사안들에대한주주대리권행사내용을공개할경우정치적으로악용될소지가있고추가비용이든다는이유로공개의무화를반대하고있지만,투명성제고라는투자자들의강력한요구를마냥거부하기는어려운상황이다.
이제펀드사들도투자실적뿐만아니라도덕성까지평가받아야하는시대에들어선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