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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지상강좌]‘손 안에 잡히는 통일’을 향해!
[남북경협 지상강좌]‘손 안에 잡히는 통일’을 향해!
  • 김보근한겨레통일문화재단
  • 승인 2005.03.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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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렉코,휴대폰힌지시제품생산…케이스,핵심부품대량생산에도전

플립형,폴더형,슬라이드폰,효리폰,가로액정폰….지금까지휴대폰모양의큰틀이바뀌어온역사다.
그런데그다음은?

휴대폰‘힌지’생산전문업체(주)프렉코의조봉현(42)부사장은‘북한에서’그다음휴대폰모양을이어갈새로운아이디어를준비중이다.
힌지란휴대폰에들어가는‘경첩’을가리킨다.
여닫이문에서문과문틀을이어주는경첩과같이,힌지는휴대폰의주요구성부분을연결해준다.
가령폴더형의경우액정화면이있는부분과번호기판이있는부분을연결해주는것이힌지다.
이힌지는휴대폰이폴더형에서슬라이드폰으로,또가로액정폰으로외양을바꾸는데가장중요한요소이기도하다.


남한은세계제일의휴대폰생산국가이며,따라서힌지생산에서도세계최고수준이다.
그리고프렉코는국내에서힌지생산을가장많이하는곳이다.
따라서힌지생산에서프렉코가‘세계최고수준’이라는수식어를붙이는것이결코지나치지않아보인다.



시제품질적으로우수,가격도저렴

이런프렉코가다음휴대폰의외양을바꿀‘새로운힌지’를북한에서구하는것은나름의이유가있다.
지난해말북한에서설비제공임가공형태로힌지시제품생산에성공한조부사장은가장핵심적인이유를“전혀새로운곳에서전혀새로운아이디어가나온다”는말로이를요약한다.

조 부사장은 “휴대폰 설계는 크게 기계적 설계와 디자인 설계로 나뉜다”며 “이 중 기계적 설계가 휴대폰의 모양을 바꾸는데, 이때 힌지가 가장 핵심적 요소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조 부사장은 그런데 “힌지 설계를 많이 한 사람들은 오히려 기존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며 “휴대폰 힌지에 대해 낯선 북한쪽에서 힌지 개발에 나서면 오히려 정말 창발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프렉코는 북한에 힌지 생산설비와 함께 힌지 설계도 제안해 놓은 상태다.
프렉코는 힌지 설계가 아니더라도 북한에서의 힌지 생산 자체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10월 시제품 생산에 성공한 북한 힌지공장의 성과가 기대 이상이기 때문이다.
조 부사장은 “북한 시제품이 질적 측면에서 남한에서 생산한 것과 비교해 결코 떨어지지 않으면서 원가는 3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곧 양산체제에 들어가면 북한에서의 생산량을 프렉코가 현재 남한 논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월 200만개 수준까지 높일 계획”이라고 밝힌다.
현재 남한 휴대폰 생산대수는 월 2천만대가 넘고, 계속 확대돼 가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북한에서의 힌지 생산과 개발에 대한 프렉코의 기대는 높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프렉코에서는 지난 1월 평양 힌지공장의 핵심기술자 5명을 금강산으로 불러 양산체제에 대비한 기술 전수 교육을 실시하는 등 북한산 힌지 양산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성과가 하루아침에 나온 것은 물론 아니다.
이런 성과는 2000년부터 대북 진출에 관심을 가지고 북한과 성실히 협상하고, 또 북한을 끈질기게 설득한 프렉코의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애초 북한은 힌지와 같은 작은 부품보다는 휴대폰 합작 생산 등 규모가 큰 휴대폰 몸체 합작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에 따라 SK 등이 북한과 많은 협의를 했으나 끝내 합작 투자 등이 성사되지 않았다.
그리고 북한은 자체 휴대폰 시스템으로 남한의 CDMA 방식이 아닌 유럽식 GSM 방식을 채택했다.
완성품에 관심 높은 북한 설득 이에 조 부사장은 북한에 “휴대폰 기술 개발이 중요하지만 첫술에 배부른 것은 없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현재 전략물자반출금지규정 등 남북경협에 제약이 많은 상황에서 휴대폰 공동 개발과 같은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는 곳은 없다는 것이다.
조 부사장은 그러나 휴대폰 힌지나 케이스 등 부품산업에서 협력을 늘려나가면 몇 년 뒤에는 완성품에도 도전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북한을 설득했다고 한다.
이런 부품산업에서부터 시작해 신뢰를 쌓아야 나중에 대기업의 투자도 가능한 것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설득 뒤 프렉코는 2003년에 휴대폰 힌지 제작 계약을 체결하고 설비를 북한에 들여보낸 것이다.
결과는 앞서 말한 대로 대만족이다.
이렇게 프렉코가 휴대폰 부품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북한에 진출한 데는 남북경협 전문가인 조봉현 부사장의 역할이 컸다.
조 부사장은 1995년 ‘중소기업의 남북경협’이라는 주제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97년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입사해 북한 투자 업무를 다뤘다.
조 부사장은 그 뒤 2000년 북한에서 모니터 임가공을 하던 IMRI에 입사했을 때 프렉코와 컨설팅 관계로 만난 뒤 자리를 아예 프렉코로 옮겨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조 부사장은 프렉코가 북한에서의 힌지 양산과 힌지 개발에 성공하면, 그 다음으로 휴대폰 케이스 제작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힌다.
휴대폰 케이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케이스 모양틀에 해당하는 ‘금형’을 만들어야 하고, 이어 사출 등으로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프렉코는 이미 지난 2000년에 금형 설비를 북한에 투자했다.
따라서 일정 시점이 되면 현재 묘향산 근처 ‘자강도 공업단지’에 설치돼 있는 이 금형 설비도 평양으로 옮겨 휴대폰 케이스 제작을 본격 시작할 계획이다.
이는 프렉코가 북한 당국에 제안한 “단순 부품부터 케이스 그리고 핵심 전자부품”이라는 북한 휴대폰 개발의 길을 밟아나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핵심부품 개발은 남북경협의 여건이 바뀌고 대기업이 참여해야 가능한 부분이지만, 프렉코가 그 여건 마련 구실을 해나가겠다는 것이다.
프렉코가 힌지 대량생산과 새로운 힌지 개발, 휴대폰 케이스 생산에 성공하면, 남과 북은 휴대폰을 통해 ‘손바닥 안에 잡히는 통일’을 느끼게 될 것이다.
전략무기 반출 규정 폐지에도 힘 써
조 부사장은 기업활동뿐만 아니라 ‘전략무기 반출 제한 규정’ 개폐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조 부사장은 지난해 9월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가 주최한 ‘겨레하나’ 포럼에서 전략무기반출규정의 폐해를 강하게 주장하는 등 각종 토론회 등에서 전략무기 반출 제한규정의 문제점을 여러 차례 지적했다.
전략물자 반출 제한규정은 컴퓨터·반도체 등 군수물품으로 활용돼 전쟁 위협을 증대시킬 수 물품 등 이른바 ‘적대국가’에 수출되어 국가안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물품의 수출을 통제하는 국제규정이다.
조 부사장은 자신이 기업인으로서 ‘전략무기 반출 제한규정’에 문제제기를 하는 데 대해 “실제로 대북사업에서 이 규정이 너무 소모적이고 고통스럽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조 부사장은 “북한에는 남한에서 전략무기로 규정해 놓은 물품보다 더 최신의 설비가 매우 많다”며 “그러나 이 경우에도 남한 기업이 전략무기 반출 제한규정을 풀기 위해 너무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사실상 북한은 중국에서 최신 설비를 들여올 수 있는데도, 반출 제한규정을 설정해 놓아 남북경협의 실제 효율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조 부사장은 또 전략무기 반출 제한규정이 바뀌어야만 기술집약적 생산설비가 북한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재는 남북경협의 대부분은 경공업 노동집약 산업인데, 통일 이후를 생각한다면 이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 부사장은 통일 이후 국가 경쟁력을 고려할 때는 노동집약 산업보다 기술집약 산업이 북한에 진출하는 것이 월등히 낫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조 부사장은 “목마른 자가 우물 판다”라는 속담처럼 지금은 기업인이 직접 나서지만 이후 지식인과 언론 등에서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2004년 7월 첫선을 보인 특별기획 시리즈/ 남북경협 지상강좌는 이번주를 마지막으로 1, 2부 연재를 모두 마칩니다.
그간 남북경협 현장의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기업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독자 여러분들에게 전해드리려 애썼습니다.
그간 성원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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