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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영화 꽃이 피었습니다
예술영화 꽃이 피었습니다
  • 김미영자유기고가
  • 승인 2005.03.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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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삼월에만나는마이너영화퍼레이드

지루하지않은사랑,청춘의에피소드

<파리에서의마지막탱고>,<마지막황제>를만든영화계거장베르나르도베르톨루치감독의<몽상가들>은화면가득한노출신에도불구하고전세계무삭제상영만으로도화제에오른작품이다.
한몸처럼서로를사랑하는쌍둥이이자벨과테오는미국에서온유학생메튜와어울려부모님이휴가를떠난집에서그들만의몽환적인세계에빠져든다.
그들은자신들의유일한공통적취향인영화를소재로서로소통하고,시험하며,자유정신이표출되기시작한어지러운1960년대후반의프랑스사회를살아나간다.
주인공들은세상이어떻게돌아가는지와상관없이그들만의공간에서서로에게취해있다.
음악,정치,철학을얘기하며자신들이가진가치관과문화적취향을열정적으로뿜어내는스무살청춘임을과시한다.
전라의세주인공이좁은욕조속에함께몸을담그고나른하게누워있는장면은최근의한의류브랜드광고를떠올리게하지만,거장의앵글은삼면거울을통해주인공들의표정을하나도놓치지않는다.
세사람의자유로운관계와사랑을보여주는한편,이것이성장단계의일장춘몽임을암시하기도한다.
<몽상가들>의엔딩곡은에디트피아프의‘아뇨,난아무것도후회하지않아요’.크레딧과함께흐르는귀에익숙한이곡은시대정신과젊은세주인공의아름다움과열정을그대로드러내기에충분하다.
현실과영화가겹치면서청춘의미몽을그린<몽상가들>은신선한에로티시즘이라고표현될정도로캐스팅배우들의아름다운육체와표정이살아있고,특히극중비너스흉내를내는이자벨역의에바그린의고혹적인모습은영화를이끄는힘이된다.


여기또한편의사랑이야기가있다.
세상에는사랑에대한정의가넘치지만그무엇도사랑의무게와존재를명확히밝혀내지못한다.
사랑은시작과끝이모호하며,믿어의심치않던사랑은늘가벼운깃털처럼바람불면날아갈것같고,유리처럼툭치면산산이깨질것같아불안하기만하다.
2003년깐느영화제황금카메라상을수상한덴마크영화<리컨스트럭션>은대담한카메라워크로신선한영상을통해또다시사랑을이야기한다.
코펜하겐의24시간을통해사랑에빠지는들뜬기분과버림받을지도모른다는불안사이를맴돌며연인들이느끼는미세한감정을포착해냈다.
지하철플랫폼에서서로를알아본스물아홉의포토그래퍼알렉스와그를사로잡은아메.소설가인남편의출판기념행사차코펜하겐을방문중인아메에이끌린알렉스는배웅하던애인을홀로남겨둔채아메의뒤를따른다.
카페에서첫인사를나누고이내격정에휩싸인하룻밤을보낸두사람은또다른카페에서다시만날것을약속하지만다음날아침알렉스는가족,집,애인,그의존재를증명하는모든것들이사라져당혹감과혼란스러움에휩싸인다.
약속장소로달려간알렉스.첫눈에반한사랑이었던아메는그를알아봐줄까?

실험적인영상이돋보이는이영화에서특히열정에휩싸인연인의모습은과감한클로즈업들로표현되어대사나내러티브에의존하지않고도감정을전달하기에충분하다.
세련된이미지와음악이사랑에대한고찰을도와준다.


상큼하고발랄한<아멜리에>의오드리토투가전쟁의공포를이겨내는사랑의힘을보여주는<인게이지먼트>는쟝삐에르주네감독마니아들에게반가운영화다.
1차세계대전의전쟁터와당시의의상을완벽하게재현하기위해들인노력과차가운모노톤의서정적인영상은감독의상상력과더불어즐거움을선사한다.


음악과영상이어울린시화같은영화

연인들의안타깝거나격정적인사랑이야기가더이상보고싶지않은이들이라면천사들의합창이라고여겨질만큼멋진선율을들려주는프랑스영화<코러스>를추천한다.
<코러스>는음악가로서실패한한교사가작은기숙사학교의문제아들에게노래를가르치면서화합과희망을찾게해주는내용의감동드라마.실패한작곡가와꿈을잃은아이들이함께절망의끝에서희망의꽃을피우는이영화는웃음과감동으로관객들을즐겁게만들어준다.
실제로프랑스전역을돌며발굴해낸20여명의합창단소년들이들려주는영화속음악들은이미각종영화제에노미네이트되거나OST앨범판매량으로인정받고있다.


새로운영상미학을보여주는터키영화<우작>은두남자의동거를통해인생을관조하는듯한시선으로바라본다.
성공했지만젊은시절꿈꾸던이상과현실의차이에서우울하고권태로운나날을보내는마흐무트와,순수하지만대도시에적응하지못하고어딘지불안한청년유스프,이둘의동거를통해인간의치졸한단면을드러낸다.
극중사진작가인마흐무트의시선으로보여주는이스탄불의풍경은신비로운아름다움을담고있다.


희망이자절망이된가족

<독일,창백한어머니>는전쟁이라는참혹한삶을이겨낸위대한어머니의이야기를들려주는한편,사랑받지못한여자의가슴아픈인생,그삶의비극을드러내는작품이다.
낭만적인평화주의자한스와결혼해아름다운신혼생활을누리는리네.하지만2차세계대전이일어나면서한스는나치당원이아니라는이유로전쟁터로강제징집을당하고,리네는전장속에홀로남아옆집에폭탄이떨어지는아수라장속에서도어렵게딸한나를출산한다.
추위와굶주림,강간까지당하는수모를겪으면서도한스가돌아오면모든것이좋아지리라는희망을버리지않던리네에게전쟁이끝나고돌아온한스는속물로변해있고,리네의얼굴은고통으로서서히일그러지기시작한다.


<독일,창백한어머니>는뉴저먼시네마의최고의여성감독,헬마잔더스-브람스감독과그의어머니의실제일화를토대로만들었으며내레이션역시감독이맡았다.
딸이직접말하는내어머니의이야기는그래서의미심장하며가슴속에더깊은울림을전달해준다.


제일한국인출신의영화감독최양일이만들고기타노다케시가주연한영화<피와뼈>도가족을소재로다뤘다는점에서<독일,창백한어머니>와비교해볼만하다.
제11회야마모토슈고로상을수상하며센세이션을일으켰던양석일의원작을영화로만들기까지6년여의시간이걸린작품이다.
자신의육체만을믿으며인간으로서상식과도덕이라곤없는김준평의괴물같은삶속엔그에게맞서는아들마사오와남편의굴레안에서도자식을지키며꿋꿋하게사는아내영희가있다.
악마적인생명력을뿜어내는김준평의삶을통해처절한인간의업보와질긴혈육의애증을그린다.
<하나비>,<배틀로얄>등으로이미국내영화팬들에게친숙한기타노다케시는14년만에다른감독의작품에출연해배우로열연했다.
스스로를질타하고격려하는의미로출연했다는그는김준평의장렬한삶을무게감있게풀어낸다.


오컬트영화의거장데이빗크로넨버그가2002년에만든<스파이더>도극장에서만날수있다.
정신분열증을앓는주인공스파이더의거미줄같은기억의미로속을따라진실인지아닌지알수없는가족이야기가펼쳐진다.


영화상수상으로빛을더한작품들

<어바웃슈미트>에서미국중산층의교양과도덕성을파헤치며유머감각을보여주었던시나리오작가겸감독알렉산더페인이<사이드웨이>를통해돌아왔다.
인생의갈림길에선두명의평범한중년남자의사랑과우정,외로움과꿈을엉뚱한와인탐험으로보여주면서잔잔한감동을선사한다.
전미주요영화비평가협회의작품상,남우주연상,감독상은물론,2005년골든글로브최우수작품상과각본상을수상했다.
아름다운와인산지의풍경과와인,음식에대한이야기들은영화를한층유쾌하게만들어준다.


<아무도모른다>는아버지가다른네아이가어머니가떠나고난뒤빈집에갖혀자신들끼리보내는가장슬픈1년동안의시간을담았다.
실화를바탕으로만들어진영화는슬프고도가련한아이들의세계를담담히바라본다.
동생들을이끄는듬직한첫째,아키라역을맡은야기라유야는2004칸느영화제남우주연상을최연소로수상하는영광을안았다.


지나간예술영화다시보기

예술영화전용관뤼미에르에서는오는24일까지‘2004한국예술영화다시보기’를통해예술영화를보다친밀하게만날수있는기회를제공한다.
색깔있는감독들의영화<빈집>,<여자는남자의미래다>,<인어공주>,<아는여자>,<거미숲>총5편이상영된다.
<영매>,<송환>등다양한다큐멘터리를지속적으로소개해온하이퍼텍나다에서는2005년특별연간기획프로그램으로다큐멘터리로보는영화세상‘다큐IN나다’를통해정수연감독의<봄이오면>과류미례감독의<엄마…>를선보인다.
이두작품은여성영화제에서다큐멘터리사전제작지원(옥랑상)을수상한작품으로가족안의여성을밀도있게그린작품들이다.


창사10주년을맞는영화사백두대간역시예술영화르네상스프로젝트의일환인‘10년만의외출’을주제로<노스텔지아>,<희생>을재상영한다.
또,국제영화제의산실로떠오른부산에서도주옥같은고전영화16편이상영된다.
시네마테크부산은기획영상제로‘영화사의위대한영화유산-월드시네마Ⅱ’를통해<선라이즈>,<라쇼몽>,<닥터스트레인지러브>등을18일부터4월7일까지선보인다.
바야흐로3월한달은예술영화의르네상스가펼쳐진다.


표/3월의예술영화
영화/개봉일/감독/주연/극장
리컨스트럭션/1월21일/크리스토퍼부/니꼴라이리코스,마리아보네비
시네큐브
독일,창백한어머니/2월18일/헬마잔더스-브람스/에바마테스,에른스트야코비/시네큐브
사이드웨이/2월18일/알렉산더페인//폴지아마티,토마스헤이든처치/씨어터2.0
코러스/3월3일/크리스토퍼바라티에/제라르쥐노,자크페렝/뤼미에르,메가박스시네플렉스(코엑스)
봄이오면,엄마…/3월4일/정수연,류미례/씨어터2.0,대구동성아트홀,하이퍼텍나다-‘다큐in나다’전
텐미니츠-첼로/3월8일/베르나르도베르톨루치,마이크피기스,이리멘젤,이스트반자보,클레르드니,폴커슐렌도르프,마이클레드포드,장뤽고다르/부산시네마테크
빈집,인어공주,여자는남자의미래다,아는여자,거미숲/3월10일/김기덕,홍상수,박흥식,장진,송일곤/뤼미에르극장-‘2004한국예술영화다시보기’전
인게이지먼트/3월11일/장-피에르주네/오드리토투,가스파드울리엘
서울대한극장외전국CGV,롯데시네마,프리머스등
희생/3월11일/타르코프스키/얼란드요셉슨,수잔플리트우드/시네큐브-
‘10년만의외출’전
노스텔지아/3월18일/타르코프스키/올레그얀코프스키,얼란드요셉슨
시네큐브-‘10년만의외출’전
스파이더/3월11일/데이빗크로넨버그/랄프파인즈,미란다리차드슨
동숭아트센터
아무도모른다/4월1일/고레에다히로카즈/야기라유야,키타우라아유
동숭아트센터
우작/3월30일까지상영/누리빌제세일란/마흐무트에민토팍,무자파오즈데밀전주아카데미극장-‘칸영화제수상기념전국순회’전
몽상가들/3월25일/베르나르도베르톨루치/마이클피트,에바그린,루이스가렐/시네코아
가능한변화들/3월18일/민병국/정찬,윤지혜/시네큐브
피와뼈/2월25일/최양일/기타노다케시,스즈키쿄카/하이퍼텍나다,드림플러스시네마,CGV상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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