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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2000년 전후 3차례 감산에도 수요 급증 다시 부활한 석유제국, OPEC
[특별기고]2000년 전후 3차례 감산에도 수요 급증 다시 부활한 석유제국, OPEC
  • 박복영대외경제정책연구원
  • 승인 2005.03.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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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3월16일이란의이스파한에석유수출국(OPEC)10개회원국대표들이모였다.
사우디아라비아석유장관알나이미,OPEC의장이면서쿠웨이트대표인알사바,이란석유장관자가네등이모습을나타냈다.
전쟁이후아직정부구성을마무리짓지못한이라크의대표는참석하지않았다.
OPEC회원국은아니지만석유수출국인시리아,멕시코,앙골라등의대표들도참석했다.


이들은전날저녁16세기페르시아의수도였으며압바스왕조의영화를간직한이란의이스파한에서여유있는저녁식사를가졌을것이다.
OPEC본부가있는오스트리아빈이아니라페르시아의고도(古都)에서회의를개최한것도그러한여유를보여주는한단면이다.
전세계의취재진들은이회의결과를듣기위해이스파한으로몰려들었다.
OPEC총회가이처럼전세계의이목을집중시킨것은아마도2차석유파동이끝날무렵이었던1986년이후처음일것이다.
뉴욕과런던의석유시장은물론이고세계모든경제전문가들이이번회의에서OPEC이생산쿼터에대해어떤결정을내릴지에대해촉각을곤두세우고있었다.


지난해말이후가파르게상승하던유가는어느덧55달러에이르러사상최고수준을갈아치울태세였다.
석유수입국들이야유가상승에노심초사하는것이당연한것이지만,예전같았으면OPEC회원국들도마천루꼭대기에서아래를내려다보고있는사람과같이이러한유가상승을조마조마하게지켜보았을것이다.
86년부터15년간겪은악몽과같은시간이OPEC석유장관들의머릿속에서떠나지않았을것이기때문이다.


73년불과2달러이던유가는단7년뒤인80년에는그스무배에이르는40달러까지폭등하였고,주체할수없을정도의달러가중동산유국으로쏟아져들어왔다.
사우디의제다와아랍에미레이트의두바이와같은사막도시는순식간에초현대식고층건물로뒤덮였다.
석유는물로변하여사막에서잔디와나무가자랄수있도록만들었다.
북극의빙산을페르시아만까지끌어오겠다는계획까지세울정도였다.


그럼에도이런축복은그리오래가지않았다.
2차석유파동이후세계석유수요가감소하기시작한것이다.
한편으로는오일쇼크때문에세계경기가급랭하여수요가줄어들었고,다른한편으로는에너지절감기술과대체에너지의개발이석유수요를감소시켰다.
86년40달러에이르던유가가순식간에15달러로떨어졌다.
석유수출로벌어들이는달러가예전의3분의1에도미치지못하게되었다.
한마디로재앙이었고왕조체제를유지하고있던중동의국가들에게는체제유지마저위협할수있는일이었다.


이런기억때문에OPEC은2000년이후국제유가상승을즐기면서도다른한편으로는또다른불안감을갖고있었다.
하지만2004년은이러한불안감을씻어내는계기가되었다.
40달러에이르는고유가에도불구하고석유수요가줄기는커녕급격히증가하였고,세계경기도수십년내가장좋은상태를유지했다.
중국은9%를넘는경제성장을하면서석유를빨아들였고,미국역시5%에가까운성장률을기록하면서석유소비를늘였다.


지난1월30일열린OPEC총회는OPEC의자신감을분명히보여준마당이었다.
40달러의고유가에도세계경제는큰충격을받지않는다는점,결국40달러대의유가가지속가능한유가수준이라는얘기다.
그래서OPEC은그회의에서배럴당22~28달러라는기존의목표유가밴드를공식폐기했다.
28달러라는상한선이더이상필요하지않게되었다는뜻이며,40달러대의유가를지속하겠다는뜻이다.
그리고OPEC은이제그수준을유지시킬힘도가지고있다.


90년대에약해졌던OPEC은2000년을전후해3차례의감산을성공적으로단행하면서결속력이매우강해졌다.
그리고중국과인도의성장때문에석유수요는증가하는데,석유공급능력은매우제한되어있으므로수급조건도OPEC에게매우유리하다.
뿐만아니라러시아와북해지역등비OPEC의생산이정체상태에도달하면서세계전체생산에서OPEC의비중도증가추세에있다.
이런상황에서OPEC은앞으로계속석유시장을좌우하게될것이며세계의이목을집중시킬것이다.
지난주이스파한에서OPEC가고유가를걱정하면서쿼터를50만b/d증가시킨것은이런자신감의표현이다.
증산에도불구하고고유가의유지가가능하다고확신하는것이다.
공급이증가하면가격은하락한다는경제학법칙마저도뒤집을수있을만큼OPEC의힘이강해졌음을보여주는분명한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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