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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기초연금을 둘러싼 정치권 동상이몽
[진단]기초연금을 둘러싼 정치권 동상이몽
  • 이정환월간<말>기자
  • 승인 2005.03.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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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법개정을둘러싼논의의핵심은,이대로가면늦어도2047년에연금재정이바닥난다는데있다.
지금처럼적게내고많이받는시스템으로는도무지답이안나온다는것.이에대해정부와열린우리당은조금더많이내고조금덜받는시스템으로가자는해법을내놓고있다.
하지만국민들의거센반발에부딪칠게뻔하고정부와열린우리당의입장도조금씩엇갈린다.
가뜩이나국민연금을아예폐지하자는여론도만만치않은판이니정부여당으로선몸을사릴수밖에없다.


우선한나라당의입장을살펴보자.한나라당은국민연금을기초연금과소득비례연금으로이원화할것을주장한다.
기초연금을도입해65살이상모든국민들에게매달2인가구최저생계비의50%를지급하자는게한나라당의주장이다.
지난해기준으로하면한사람당30만원이넘는정도,1년에최소7조원이상의재원이필요하다.
이금액을정부가모두부담하도록하겠다는게한나라당의생각이다.
한나라당은이를위해부가가치세를2%포인트올려야한다고주장한다.
언뜻꽤나진보적인대안처럼보인다.


‘저소득계층복지’취지서벗어난논의속셈

하지만이대목에서부가가치세가간접세라는사실에주목할필요가있다.
간접세가늘어나면상대적으로저소득계층이더큰부담을떠안게된다는건상식이다.
결국저소득계층의복지라는기초연금의취지에도크게벗어난다는얘기다.
그속을들여다보면한나라당으로선기초연금제도자체에별다른관심이없음을알수있다.
오히려한나라당이눈독을들이는것은기초연금과함께도입될소득비례연금이라할수있다.


소득비례연금은소득의7%를보험료로내고65살이후에평균소득의20%정도를연금급여로받도록하는제도다.
당연히많이낸사람은많이받고적게낸사람은적게받게된다.


한나라당이내세우는기초연금도입근거가비판받는건이대목에서다.
이방식에따를경우,결국기초연금은저소득계층을돕는제도가아니라이들을국민연금에서배제하는결과를가져올공산이큰탓이다.
말하자면고소득계층이낸연금재원을저소득계층과함께나누지않겠다는뜻이담겨있는것이다.
소득비례연금을들고나온데는공적연금의사회복지기능을축소하겠다는의도도담겨있다.


만일한나라당의계획대로소득비례연금을도입하면현재9%인보험료율이7%로낮아지고소득대체율도60%에서20%로크게낮아진다.
평균소득의20%를연금으로받는다는건여기에노후를의지할수없게된다는이야기다.
결국부족한만큼저축을하거나다른사적연금에가입해야한다.
이제개개인의노후는개인의책임으로돌아간다.


한편,기초연금제도입을주장하는건민주노동당도마찬가지다.
다만맥락은한나라당의경우와크게다르다.
민주노동당이주목하는건이른바연금사각지대.모든국민을대상으로한다고는하지만현재국민연금의납부예외자는28%에이른다.
전체가입자1718만명가운데소득이파악되지않거나적어보험료를내지않는사람은484만명에이른다.
연금수혜대상에서벗어나있다는얘기다.


민주노동당은지난총선에서65살부터1인당평균임금의15%,28만원정도를기초연금형태로모든국민에게지급하자고제안한바있다.
그재원은자본거래세등일반조세와일부국민연금에서충당해마련하는방안이거론되고있다.
여기서핵심은기초연금으로국민연금의사각지대를보완하자는데있다.
어떤경우에도공적연금의축소는안된다는게민주노동당의입장이다.


하지만정부와열린우리당으로선선뜻기초연금제도입에찬성하고나서기어렵다.
언젠가구멍날게뻔한연금재정을메우려면지금부터보험료를올려받아야하지만국민들의눈치를살피지않을수없다.
정부는보험료를9%에서15.9%까지단계적으로올리고연금급여는평균소득의60%에서50%까지낮추자는해법을내놓은바있다.
열린우리당은보험료를올리지말고연금급여만5%낮추자고주장하고있다.
이과정에선유시민의원이주도적인역할을했다.


국민연금대형·금융화문제점은간과

각당과정부의입장을대략적으로정리하면이렇다.
한나라당은덜내고덜받자는쪽,정부는더많이내고덜받자는쪽,열린우리당은더많이내고그대로받자는쪽.반면민주노동당은일단지금처럼내고지금처럼받자는쪽이다.
하지만논의차원을한단계더깊숙이들어가면한라나당의입장은공적연금을축소또는폐지하자는얘기고,정부와열린우리당은어떻게든지금처럼끌고나가면서다만파탄을지연시켜보자는쪽에가깝다할수있다.


그럼에도기초연금도입을둘러싼정치권의공방전이정작빠뜨린핵심은따로있다.
바로국민연금의대형화와금융화에서파생되는문제들이그주인공이다.


국민연금적립금은지난해말130조원에서2035년이면1700조원까지늘어날전망이다.
정부의계획대로보험료율을올려받으면2482조원까지늘어날수도있다.
문제는이엄청난적립금을도대체어디에,어떻게투자할것이냐는데있다.
국내에마땅히투자할대상이없는상태에서투자처를찾아무작정외국으로빠져나가는일이바람직하다고만은볼수없다.
그렇기에공룡덩치의국민연금행보는시장질서자체를왜곡할위험성도그만큼높다.


일단이돈을주식투자나이른바한국형뉴딜정책을통해경제를살리는데쓰겠다는게정부의입장.하지만국민연금의주식투자확대가자칫시장에커다란충격을가져올수있다는사실에주목해야한다.
이과정에서자산가치의급격한하락을초래할수도있고,또한국내복지제도의근간이세계금융시장의움직임에따라좌우되는일도벌어질수있다.
이와관련해송원근진주산업대학교교수는"시장중심의연금개혁은노동자들의임금을축소하고그만큼금융자산을안겨주는데,자산소득증대와노동소득증대라는목표는서로충돌될수밖에없다"고지적한다.
송교수는"특히단기수익을추구하는금융자본의성장은산업자본의성장을억압하고지속적인성장의발목을잡는다"고덧붙였다.


진보진영일부에서국민연금을보완할대안으로기초연금에주목하는진짜이유는여기에있다.
공적연금을확대·강화하되,국민연금의몸집이지나치게커지는걸동시에막는묘안을서둘러찾아야하기때문이다.
일괄적으로보험료를높이거나연금급여를낮출게아니라고소득계층의부담을상대적으로늘려기초연금의재원을마련하고국민연금의사각지대를보완하자는이야기다.


김종건서울신학대학교교수는"부과방식의기초연금은공적연금의불안정성을최소화하고소득재분개기능을강화하는가장확실한수단"이라며"재원을마련하기위해자영업자들의소득파악률을늘리고과세기반을확대해야한다"고지적했다.
김교수는또"보험료를올리거나금융자산운용으로수익률을높이는방법이아니라과세기반을확대하는방법을찾아야한다"고덧붙였다.


최원탁민중복지연대국장의생각역시마찬가지다.
"한나라당과정부,열린우리당의국민연금개혁안은결국안정적인소득계층을분리시켜이들을연금의금융화전략에편입시키려는계획"이라는게최국장의설명이다.
최국장은"적당히'싸구려'기초연금을도입하고그걸빌미로국민연금을축소또는사적연금으로외주화하려는시도를막아야한다"고강조했다.


공적연금을둘러싼논의의근본적인대안은연금하나만으로모든국민이최소한의노후는보장받도록해야한다는데있다.
기초연금도입이의미를지니는건바로국민연금의사각지대를해소할가장유력한방안이기때문이다.
문제는그재원을어떻게마련할것인가다.
또한국민연금과기초연금의관계를어떻게설정하느냐의문제도중요하다.
덩치만커지고실속은없는국민연금의미래를위한진지한논의가필요한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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