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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삶]헛다리 짚는 부동산정책 근로소득자는 봉인가
[책과삶]헛다리 짚는 부동산정책 근로소득자는 봉인가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5.03.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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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투기와한국경제
김광수경제연구소지음,김광수경제연구소펴냄,1만2천원

우리나라에서가장종잡을수없는게부동산정책이다.
여론의흐름에따라정부의정책방향은그동안수없이갈지자걸음을반복해왔다.
집값폭등으로부동산투기가뜨거운사회적쟁점으로떠오르면뒤늦게강도높은투기대책을쏟아놓다가도,경기침체의기미가조금이라도보이기시작하면가장먼저건설경기부양에팔을걷어붙였다.
말이좋아건설경기부양이지실제로는부동산투기의꺼진불씨에다시불을붙이는정책들에불과했다.
이번에도정부는‘건설경기활성화’와‘투기억제’라는두마리의토끼를동시에잡겠다고나섰지만,후자에대한정책의지는약해보인다.


주택은한사람의일생을통틀어가장중요한고가의재화다.
대부분의사람은평생을벌어서야집한채를산다.
여기에투기가개입하면서,치솟는집값을바라보며피눈물을흘리는사람이나오고,하루아침에일확천금을손에쥔사람도생긴다.
이래저래부동산은한국인이열일제쳐두고관심을가져야하는가장중요한걱정거리가됐다.
그럼에도부동산과부동산투기에대한국내연구는양적,질적으로턱없이부족한형편이다.
그나마시장분위기에편승한바람잡기식논평이나,무슨말을하는지알수없는모호한‘학술적’연구가대부분을차지해왔다.
부동산투기를정면으로다룬책도시중서점에서는찾아보기힘들다.
여기에는부동산투자지침서를펴내는게더장사가된다는출판사들의현실적인계산도작용했을것이다.
이런점에서본다는<부동산투기와한국경제>는상당히특이한경우에속한다.


“부동산가격20%떨어져야내수살아나”

재경부와청와대등경제관련부처의정책담당자들이먼저그가치를알아봤다는김광수경제연구소는지난해부터부동산거품을한국경제를짓누르는가장큰짐으로꼽고꾸준히경고음을보내왔다.
연구소측의주장은다소충격적이지만신선하다.
부동산가격이20%이상떨어져야내수침체가풀린다는것이다.
부동산투기광풍이불던2001년하반기부터2003년사이140조~180조원의어마어마한자금이부동산에쏟아져들어왔다.
이가운데개인들이은행대출을받아동원한것이110조원.이돈이부동산에묶이면서내수침체를불렀다는분석이다.
정상화를위해서는하루빨리‘상투’를잡은개인들이손절매를하고부동산에서빠져나오도록하는길밖에없다.


하지만정부의인식은이와는딴판이다.
최근부동산정책의방향은현상유지에맞추어져있다.
집값이더오르도록방치하지도않지만,더이상떨어뜨리지도않겠다는의지다.
그바탕에는집값이추가하락하면가계의상실감등으로일본식장기불황이올수있다는논리가깔려있다.
지난해강동식건교부장관과일대일TV토론을벌이기도했던김광수김광수경제연구소장은정부의이러한‘나이브한’판단에실망감을감추지못한다.
정책담당자들이자본경제와자산경제의차이를제대로이해하고있는지조차의문이라는것이다.
일반자본경제와는달리주식,부동산등자산경제는투기에취약한구조적인속성을갖고있다.
이를테면자동차를투기목적으로사재기하는사람은드물지만,주식과부동산시장에서는이런일이빈번하게발생한다.
가격결정메커니즘도차이가난다.
전체발행주식의가격은매일매일실제로거래되는극소수몇퍼센트의가격에의해결정된다.
단1주가거래되더라도거래가격이오르면나머지전체주식의가격이자동적으로상승하는것이다.
부동산도마찬가지다.
2001년이후동원된부동산투기자금이140조~180조원에이르지만이를연간으로계산하면약70조원으로,실제거래된전체주택자산총량의5%내외에불과하다.
이처럼극히일부만이투기적으로거래됐는데도불구하고2천조원이상의부동산자산가격이실제로는전혀거래되지않으면서도호가형태로급등해버린것이다.
이렇게치솟은집값은상투를잡은투기자들뿐만아니라,장기적인계획에따라내집마련을준비해온대다수가계의소비를더욱위축시키는결과를가져온다.
물론정부의주장대로부동산이한국경제전체에서차지하는비중은8~9%에불과한것은맞다.
하지만중요한것은부동산거품이경제성장에필수적인한계소비의증가를가로막고있다는것이다.
정상적인경제성장을위해서는우리경제에서매년10조원이상의추가적인소비가일어나야한다.


정책당국은이처럼자산경제가투기에취약하다는점을분명하게인식하고,투기가발생할경우적극적으로대응할필요가있다.
만약집값이20%정도하락하면,전체의95%는올랐던호가가제자리로돌아가는것이되지만,실제로투기에참가했던가계들은어쨌든30조~40조원의손해를봐야만한다.
그러나이들은투기로한몫잡으려고자기책임하에투자를한것이다.
이들의피해를정부가책임져줘야한다는것은논리적인비약이다.
그렇다면집값폭등으로얻은성실한근로소득자의피해는누가책임져야하는가.

더중요한문제는부동산문제의근본적인원인을정부에서제대로파악하지못하고있다는것이다.
투기가원인인지,아니면주택공급의부족때문인지,주택에대한우리나라특유의소유관념때문인지,그원인을제대로짚어야만거기에맞는정책목표를세울수있다.
만약투기때문이라면,강도높은투기대책을일관성있게추진하면그만이다.
하지만지금까지경험으로본다면,정부의진단과대응은여론의분위기에따라‘그때그때달라요’다.
부동산투기에대한사회적인비판여론이극에달하면정부는고강도처방을총동원해쏟아내지만,그리고는그만이다.
여론이다시잠잠해지고나면,처음내용의몇퍼센트만이실제로실행될뿐이다.
‘10·29부동산종합대책’이후이런패턴이다시한번반복되고있다.


수박겉핥기식언론보도등비판도흥미

이책에는부동산문제뿐만아니라흥미로운내용들이많이담겨있다.
의도적으로위기감을조장하는일부언론에대한비판은,이들의수박겉핥기식의취재관행과전문성이결여된글쓰기에대한예리한분석으로이어진다.
전경련이강력하게주장하는기업도시의실체에대해서도의문을던진다.
산업클러스트화에서핵심적인역할을맡아야하는대학과,매년2조원에가까운돈을가져가면서도제구실을못하는KDI등정부출연연구기관의개혁방안도제시한다.
인구구조의변화를통해정치지형의변화를전망한부분도재미있게읽을수있다.
전체유권자를베이비붐이전세대와베이비붐이후세대로나누어보면,미국과일본에서는이들의비중이역전되면서큰정치적변화가뒤따랐다는것이다.
한국의경우,1990년대후반전체유권자에서베이비붐이후세대의비중이베이비붐이전세대를앞지르기시작했다.
DJ가대선에서승리한해가바로98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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