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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물 재발견!
서울 명물 재발견!
  • 주정미자유기고가
  • 승인 2005.04.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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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괄차장의휴일도심건축물기행

봄은갑자기찾아왔다.
아무생각없이상춘객대열에끼어딸기잼같은도로에서봄날을보내고싶은생각이라곤털끝만치도없는김맹괄차장.그는좋게말하면발상의전환을즐기는사람이고,비틀어서말하면남다가는길혼자서거꾸로가길좋아하는사람이다.
예의기질을십분발휘한그가기획한봄나들이이벤트는일요일하루동안한가한서울도심에서어슬렁거리며세계적인수준의건축물을감상하는것이다.
물론몇시간동안웹서핑에서건져올린싱싱한정보와함께말이다.
일요일오후,내심마뜩찮아하는고여사와여전히의심의눈초리를거두지않는두아들을이끌고도심기행을떠나는겁없는가장김맹괄씨의단호한선언,“내가준비좀했어!”

자물쇠와철의어우러짐,쇳대박물관


대학로쇳대박물관입구,4층건물중간이텅비어있는계단을따라올라가면서김맹괄씨의작은아들이겁없이내뱉는다.
“건물바깥이드러워.”약간조급해진김맹괄씨.“그건코르텐강판이라는재료때문인데,이게말이지녹슬기시작하면점점강해지고색깔도짙게변해서시간이지날수록깊은맛을낸다구.봐,여기이렇게오래되고손때묻은자물쇠를전시하는건물로는정말잘어울리지않냐?”묵묵부답인아들곁에서고색창연한자물쇠들을보던고여사는새삼지난일을떠올린다.
자물쇠의경상도사투리인‘쇳대’에는‘살림의이양’이란깊고깊은뜻이담겨있었다.


살림의이양이라?해묵은고부간의딜레마가꼬리의꼬리를물고나오고그꼬리를김맹괄씨가재빨리낚아챈다.
“축구선수만국가대표가있는게아냐.건축가중에서도국가대표급건축가가있지.바로이건물을설계한승효상이란선생님이바로…”이번에는큰녀석이낚아챈다.
“그럼월드컵에나가메달땄어?”,“(주저하다가)…,월드컵은아니어도그비슷한데서주는상을받기도하지….”김맹괄씨는고여사를쫘악째려보았다.
그래도미동도않던고여사,2층에서발걸음을딱멈추는게아닌가.작은토기들이유리칸막이를가득메우고있는유리벽,봄날햇빛을받은따스함이그대로전해져온다.



스펙터클육교,아쿠아아트브리지

한강을건너20분만에도착한예술의전당앞,평일엔어림없는일이지만일요일은불가능을가능하게만드는도심의여유가있다.
아쿠아아트브리지는보통의육교와는다르다.
그러나육교로만사용되고있다.
“와아~멋있다”를연발하던작은녀석도다리중간에들어서자고여사손을불끈거머쥐고놓을줄모른다.
결코낮지않은높이,사방으로오픈된다리구조를감안하더라도발아래로쌩쌩지나가는차들의행렬은어지럼증을불러일으키기에충분하다.
주변에새로건설된초고층아파트와우면산을연결시키기위해건설된아쿠아아트브리지는이곳을지나는운전자와산책자의관심을끌기에충분하다.
우면산으로통하는다리끝에위치한삼각형의쉼터,거대한원반을덮고있는유리패널로나오는폭포수,부드러운합성목재로깐바닥재,밤에는블루빛을내는워터스크린등다리로서는이만한스펙터클이따로없다.
“아빠,랍스터가뭐야?”진즉에김맹괄씨는다리아래에있는랍스터전문레스토랑을못본척하고있었다.
“그건이다리와비슷한곤충이름이야.”이번에는큰녀석과고여사가듀엣으로김맹괄씨를째려본다.
다비드피에르질리콩은다리설계를할때주변환경도고려했어야했다.
세상에,랍스터라니!에구에구.

차갑고모던한아름다움,동부파이낸스타워

역삼역에서삼성동으로가다보면포스코빌딩못미처오른쪽에동부파이낸스센터가보인다.
건물기둥부터비스듬하고건물전체가들쑥날쑥하며스테인리스스틸로포장돼차가운느낌을준다.
그래서인지건물앞에검은조약돌로만든작은실개천이흐르고,브라운기운이살짝도는바닥재,내부엘리베이터입구도따뜻한나무질감을살렸다.
무엇보다까다로운고여사의취향에부합한건바로자동에스컬레이터!사람이다가서면자동으로움직이고사람이내리면자동으로멈추는에너지절전형에스컬레이터가그녀마음을쏙빼앗았다.
경비눈치봐가면서간신히에스컬레이터에서세사람을떼놓은김맹괄씨는그래도이모던한건물이차갑고딱딱하다는인상을지울수없었다.


“와!꽃이다!”일제히돌아보니과연꽃은꽃이다.
철로만든꽃이어서그렇지.동부그룹마크를오렌지빛철구조물로만든조각품을녀석은꽃이라는거다.
그나마차가운건물에생기발랄한꼭지점을찍은듯한기분이다.
‘사람이꽃보다아름답다고?글쎄,고여사.꽃이여전히사람보다아름답다는게내생각이다!’

추상화가의캔버스인가,아이파크타워


동부파이낸스타워에서코엑스를끼고좌회전을하면사거리끝오른쪽에아이파크타워가있다.
빌딩전체가마치추상화가의캔버스처럼선과색채가자유분방한이건물을못보고그냥지나가기란힘들다.
아니,바로곁에있는한국전력마당에서벌어지는익스트림스포츠에마음을빼앗긴다면지나칠수도있겠다.
김맹괄씨도차안여론에밀려차를멈추고스케이트보드를타는일련의무리들을근심스럽게지켜봐야만했다.
저들부모는얼마나속이탈까?김맹괄씨속도편치만은않다.
고여사가시종일관소지섭머리를한진행자에게시선을떼지못하는게아닌가.

빨간철제현관문을열고아이파크타워에들어서는것은용기를필요로한다.
그만큼건물외관이이질적이다.
현대해체주의건축의대표주자인다니엘리베스킨트가설계한아이파크타워는건물앞쪽의거대한원형프레임과바닥에서옥상으로향하는사선막대가인상적이다.
타워팰리스처럼주거공간이목적인건물이라일반인공개불가이지만도심기행에지친일가족을쉬게해줄공간은있다.
1층카페는건물컨셉트와잘맞아떨어진다.
빨간색타일을이어붙인뿌리깊은나무기둥,아이들이좋아하는슈프림드링크,단맛이적은케이크와커피는투명한바깥풍경을음미하기엔더없이적격이다.
코엑스주변의메탈릭한분위기와속칭‘예쁜건물’이주는조화가이불투명유리창안에모두담겨있다.



하늘에서별이내리네,갤러리아웨스트

어둑어둑한기운이몰려오는해질녘에도착한압구정거리.마치비단잉어처럼우아한갤러리아웨스트의유리디스크들.4330여개의디스크에서서히라이트가켜지면화려한컬러의향연이시작된다.
압구정의밤은갤러리아웨스트의불빛과함께시작되고끝이난다.
라이트가켜지는순간,각종거리공연이시작되고,길건너트렌디한노점상들도나름대로준비한물건들을쏟아놓는다.
하늘에서별이내리고봄꽃이피어나는환상적인비주얼쇼가펼쳐지지만지나가는사람들은무심하고이방인만감탄을하는형국이다.
그러나그누구도이방인티를내지않는다.
그저바라만볼뿐….

원형프레임안의서울야경,씨네시티

여기까지와서떡볶이에가정식백반이라니….갤러리아앞사이골목을훤하게꿰뚫고있는김맹괄씨의진가는이럴때유감없이발휘된다.
로데오거리를어슬렁거리며걷다가도착한씨네시티.인터넷으로예약한영화표로두아들을영화관으로밀어넣었다.
고여사의재촉으로들어간화장실에서녀석들의눈이휘둥그레졌다.
“너무좋은화장실이다!”마치거실처럼넓은화장실에서원형창문으로내려다보는야경이마냥신기한듯했다.
그러나그들은모를것이다.
지금부터그들이봐야할영화는<아무도모른다>이다.


아이들을영화관으로들여보내고건물꼭대기층에있는바로올라간두부부.모처럼휘황한서울야경을발아래두고맥주잔을기울인다.
씨네시티설계자인김석철은시각대상으로서의건축물을강조한다고한다.
그래서인지통유리창으로보이는서울의야경이오늘따라유난히도친근하게보이는이유가무엇인지김맹괄씨는곰곰이생각해본다.


세상이란이토록단순하다.
없는것가지려하지않고주변에있는것을되돌아보니일시적이나마완벽한위로감에젖어드는것은어쩔수없다.
이달콤한시간이지나면무엇이기다리고있을지뻔히알면서도.

“내이럴줄알았어!”그동안마시는시늉만하며눈치만살피던고여사는안전한귀갓길은자신의몫이라는사실을바에들어설때부터예감하고있었다.
종업원에게동부간선도로진입로를묻다가김맹괄씨목소리에깜짝놀라는고여사,“왜그래!우리에겐쓰고도남을만큼충분한시간이있는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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