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7:19 (목)
2010년 이후 아시아를 주목하라
2010년 이후 아시아를 주목하라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5.04.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제활동인구, 소비·투자 여력 높아져…소득·기업 이익 증가가 전제조건


아시아 시장이 ‘다시’ 투자자의 이목 안으로 들어왔다.
MSCI 이머징마켓펀드 잔액은 올해 3월에 1994년 수준을 회복했다.
4월 중순, 미국 IBM과 삼성전자가 부진한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아시아 증시 전체가 크게 조정을 받았지만 국내 투자전략가들은 아시아 증시에 대한 장기 투자 추천 의견을 바꾸지 않고 있다.
아시아 증시는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일본, 미국 증시에 이은 투자 유망처로 떠오를 수 있을까?

인구구조만 놓고 보면 아시아 시장은 매우 매력적으로 보인다.
소비,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연령대인 30~59살 인구는 아시아 전체 인구의 38%에 이른다.
반면 어린이, 노인은 적어 아시아 경제활동인구의 피부양 비율은 하락하는 추세에 있다.
2010년엔 50%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즉, 경제활동인구의 소비, 투자 여력이 그만큼 더 높아진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미국의 경제분석가 해리 S.덴트는 “2010년 이후 최대 기회는 중국, 동남아시아, 인도 등 신흥 공업국가에 대한 투자와 비즈니스활동에서 나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는 이 지역과 함께 한국, 베트남을 높은 투자수익률을 낼 유망지로 꼽는다.
이 지역들은 소비자수, 즉 베이비 부머의 규모가 커서 미국, 일본의 베이비 부머들이 한 것과 같은 소비 붐, 투자 붐을 일으킬 수 있을 전망이라는 것이다.





미국·일본, 소비 급증기에 자산가도 올라

그러면 미국, 일본의 베이비 부머들은 자산 가격 상승을 어떻게 이끌었을까? 우선 일본부터 보자. 일본에선 40대 연령층이 늘면서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80년대 중반, 40대 인구 비중이 급증하면서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올랐고 90년대 초반 이들의 비중이 떨어지면서 주가, 부동산가의 장기 하락 추세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인구구조 때문에 나타난 현상만은 아니었다.
일단 70년대 일본 경제가 고성장 끝에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기업의 여유자금이 증권시장과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 1차적으로 주가를 높였다.
다음엔 일본 통화당국의 유동성 공급이 작용했다.
85년 9월 플라자합의 이후로 엔화가치가 급상승하고 일본 제조업체의 수출경쟁력이 낮아지자 일본 정부가 금리를 낮추고 시중에 돈을 푼 것이다.
늘어난 가계 자금은 기업 자금에 이어 자산시장으로 들어가 자산 가격의 추가 상승을 일으켰다.


미국에선 베이비 부머가 나이가 들면서 경제, 시장의 변화를 주도했다.
미국의 베이비 부머는 분석가마다 정의가 다르지만 대략 46~64년에 태어났다.
이들의 인구수는 8100만명으로 전체 미국 인구 중 30%에 육박한다.


미국의 베이비 부머들은 90년대에 청장년기, 즉 다른 연령대보다 소득이 많은 25~44살의 연령대에 접어들기 시작했고, 높은 소득을 바탕으로 왕성한 소비와 투자활동을 벌였다.
정보기술(IT) 붐도 이때 일어났다.
김영익 대신경제연구소 상무는 “이들의 소비 증가로 기업의 매출과 이익이 늘면서 주가가 상승했고, 주가 상승은 가계의 부(富)를 늘려 다시 소비를 증가시켰다”고 분석했다.
덴트는 “미국의 베이비 부머가 46~50살의 최고 소비 연령대에 들어서면 80년대 일본과 같은 큰 호황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현상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도 나타날 수 있을까? 일단 한국만 놓고 보자. 분석가들은 한국 시장이 미국과 일본의 베이비 부머가 자산시장에 일으킨 호황을 2010년 전에 다 겪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인구구조가 지금처럼 좋은 때는 미래에 없다”고 말한다.
‘386’이라는 키워드로 대표되는 베이비 부머들이 40대에 접어들면서 소득이 늘어나는 동시에 조세,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는 자신의 저서 <디플레이션 속으로>에서 이렇게 전망한다.
“한국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시대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는 2020년까지 역설적으로 높은 경제 성장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베이비 부머의 출생이 50년대 중반 이후 일거에 발생했듯이 노령화도 갑자기 찾아오겠지만, 이들의 은퇴 임박 시점까지는 오히려 경제활동인구가 급속히 증가할 것이다.
사회의 중심에 선 베이비 붐 세대들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연금과 건강보험을 부담하면서 숙련된 기술과 심리적 안정감으로 사회의 중추적 기능을 담당할 것이다.
한국은 향후 15년간 세계 어느 나라보다 고성장할 수 있는 인구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 다른 시장에서도 전후 베이비 부머 세대는 강력한 소비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뒤늦은 산업화를 감안하면 잠재적 소비 수요는 한국보다 오히려 더 강력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한류 열풍과 함께 한국적 소비문화의 세례를 받고 있는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지의 주요 소비재 보급률을 보자. 휴대폰 보급률은 중국과 태국이 12%로 그나마 높고 인도네시아는 2.5%, 인도는 0.6%로 아직 초기 보급상태에 있다.
한국의 휴대폰 보급률이 61%에 이르는 것과 대비된다.
자동차 보급률도 한국과 차이가 많이 난다.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모두 1~2%대 보급률을 보인다.
이들 지역의 내수시장은 해당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업 실적의 향상에 기여할 여지가 많다.


관건은 아시아 후발국가 베이비 부머들의 소비를 어떻게 활성화할 수 있느냐 하는 데에 있다.
자산소득에 바랄 것이 없는 이들의 소득 증가는 곧바로 소비 증가, 투자 증가로 이어진다.
특히 아시아 지역민은 다른 신흥 시장 지역보다 저축 성향이 높아 근로소득이 자산 형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001년의 국내총생산 대비 저축 비중을 보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이 31%를 웃돈 반면, 중남미 지역은 19%를 밑돌았다.
저축으로 모인 자금은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 자산가 상승을 이끈다.
아시아 후발국가 근로자의 임금 상승은 소비 수요와 투자 수요를 동시에 촉발할 수 있다.


한국, 2020년 이후 자산시장 버블 붕괴 위험

국내 자산시장 자체가 촉망받는 차세대 주자인데 다른 아시아 국가한테까지 눈을 돌릴 필요가 뭐가 있으랴 해선 안 된다.
우리나라 자산시장은 붐 직후 심각한 버블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2010년 전후, 선진국 베이비 부머의 퇴직이 시작되면서 빠져나갈 외국인 투자 자금이야 국내 연기금과 적립식 펀드 등 개인자금이 받아 안을 수 있다.
그러나 2020년 이후 우리 베이비 부머의 퇴직이 본격화됐을 땐 누가 그 자산을 사들여 자산 가격을 떠받칠 수 있을까?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자산시장에서 베이비 부머의 자산운용 수요가 급증하면서 초기엔 자산수익률이 급등하겠지만 이들의 은퇴 시점 이후엔 자산 가격이 급격한 하락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베이비 부머의 은퇴가 시작되는 시기부터는 국내 자산운용수익률이 급속히 저하돼 국내 다른 투자자들의 자산축적속도까지 떨어지는 현상이 불가피하게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선진국 베이비 부머가 은퇴하기 시작한 시점에 미국에서 대규모 환매 사태가 일어나 자금 순환의 엔진이 꺼져버리는 것이다.
한 증권사의 조사분석팀장은 “미국 기관 투자가의 환매가 일어나면 전체 투자 규모가 줄어들고 위험 자산으로 갈 돈이 줄어든다”며 “아시아 경제, 투자엔진이 돌지 않는 상태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기업이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할 길이 막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이대로라면 선진국의 베이비 부머 노령화로 불붙은 ‘소비, 투자 버블’이라는 폭탄은 2010년 이후부터 우리 손으로 옮겨와 자산가치 급락과 함께 우리의 손 안에서 터질 가능성이 높다.
2020년대 이후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신흥개발국에서 새로운 투자자 계층이 형성되지 못한다면 말이다.
우리의 노후자금 확보를 위해 지금부터 우리는 그들의 월급봉투를 염려해야 할 것이다.



[주요 소비재 국가별 보급률](자료 : 미래에셋증권)
구분/TV/PC/차/휴대폰
일본/72%/31%/57%/58%
유럽/59%/29%/49.7%/72%
미국/85%/58%/77.6%/44%
한국/36%/24%/30.4%/61%
태국/28%/24%/12%/12%
인도네시아/15%/0.99%/2.7%/2.5%
인도/7.8%/0.45%/1%/0.6%
중국/-/1.59%/1.6%/12%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