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원 스스로 자신의 승진인사를 경영진에 요청하는 ‘자기승진제도’가 한 벤처기업에서 운영되고 있다.
아직 효과가 완전 검증되지 않은 실험이지만, ‘대리 몇년이면 과장, 과장 몇년이면 부장’식의 연공서열·인사고과 중심 승진제도에 적잖은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소프트웨어유통업체 한국소프트중심이 화제의 기업이다.
“도전정신이야말로 벤처문화의 열쇠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전기회를 직원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사람의 자발성을 중시하는 벤처식 인사제도의 핵심 아니겠습니까.” 이규창(38) 대표는 “인사와 급여제도가 사람 중심으로 이뤄져야 벤처기업도 산다”는 믿음으로 제도 도입을 결정했다고 말한다.
한국소프트중심 “벤처 도전정신 극대화” 자기승진제도가 실제 도입되기까지는 논란도 많았다.
후배가 먼저 승진할 수도 있는 제도는 회사의 위계질서를 흔들 수도 있다는 진지한 반론도 제기됐다.
이 제도를 시행할 만큼 객관화된 인사평가체제가 완비됐느냐 하는 점도 걱정스런 대목이었다.
경영지원실 강하식 과장은 “민감한 인사제도의 파격인 만큼 당시 주저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경영진의 인사독점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긍정적 효과에 결국 모두 수긍했다”고 말했다.
지난 4월1일 처음으로 직원 6명이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승진을 요청해, 자기승진제도에 의한 최초 승진자들이 됐다.
하지만 승진 결정까지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처음엔 경영진에 제출된 승진심사요청서들은 모두 반려됐다.
장황하게 자기의 옛 업무성과만을 나열하는 식의 요청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요청서를 모두 반려하면서 왜 승진하려고 하는지, 승진 뒤엔 무엇을 하려는지 등 분명한 자기업무의 비전을 세우라고 요구했죠.” 이 대표는 “자기관리에 익숙지않은 우리나라 직업문화가 어쩌면 가장 큰 걸림돌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제출된 승진심사요청서는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뒤, 심사위원들의 평가의견을 덧붙여 승진 수락 결정을 내렸다.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한 한보혜(30·전략기획팀)씨는 “자신이 스스로 약속한 목표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부담도 크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점에서 업무의욕이 높아졌다”고 말한다.
그는 승진 이후 사이버아파트와 인터넷방송 관련 대외 제휴사업을 크게 진전시키는 성과를 이뤄냈다.
아직 제도가 완전히 정착된 것은 아니다.
“지금으로선 작은 실험일 뿐”이라고 직원들은 말한다.
분기별 업적평가와 연봉조정제도, 자율적인 프로젝트팀 운영제도 등 새로운 인사·급여제도들이 함께 맞물려 직원들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고, 일할 맛나는 직장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효과를 발휘해야만 실험은 새로운 대안의 제도로 인정받을 것이다.
한국소프트중심은 6월에 두번째로 직원들의 자기승진심사요청서를 받는다.
직원 수가 그동안 두배 이상으로 늘어났으니, 더 많은 승진요청자가 나올 것이다.
심사요청서에 대한 실사자료 수집과 심사과정도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새로운 제도인 만큼 어려움도 클 것입니다.
하지만 직원들의 도전을 극대화하고 보장하는 제도가 기존의 낡은 인사제도를 극복하는 대안이 되도록, 작은 실험이지만 애착을 갖고 추진해나갈 생각입니다” 이 대표는 “작은 실험의 성과를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 ” “직원들 스스로 자기의 업무비전을 관리해야 하니까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해야 합니다. ” “직무분석이 돼 있지 않다면 승진요청을 제대로 심사할 수 없겠죠.” “회사 사업전략이 세워지면, 말단조직의 분명한 업무목표까지 세분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 |
저작권자 © 이코노미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