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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자동차 내수시장 하반기 ‘기지개’
3. 자동차 내수시장 하반기 ‘기지개’
  • 장근영
  • 승인 2001.06.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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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 조짐, 메이커들 금융사와 연합전략, 공격적 마케팅 펼칠 전망
올해 초 국내 자동차 시장엔 음울한 전망이 먹구름처럼 감돌았다.
전반적 경기침체와 맞물려 자동차 시장 역시 신규수요 창출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지난해와 대비해 내수판매가 심할 경우 8%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자동차업체들의 1분기 실적이 발표되자 증권사들은 잇따라 투자의견을 조정했다.
‘중립’에서 ‘매수’ 또는 ‘비중 확대’로 투자의견을 상향조정한 것이다.

이런 희망 섞인 견해는 주로 해외 시장 판매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우선 수출은 환율상승에 따른 이득을 톡톡히 보았다.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올해 초 환율 1100원대에서 사업계획을 잡았다.
그런데 현재 환율이 1300원을 오르내리고 있으니 달러당 200원 가까이 이익이 늘어난 셈이다.
이대로라면 현대자동차는 단순계산으로 환차익만 1조원 가까이에 이를 것이다.
여기에다 유가상승과 경기침체로 인한 미국 자동차 시장의 위축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한국의 저가·소형차 수요가 늘어난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해외판매 확대는 대체로 연초부터 예상됐던 것이다.
최근 들어 자동차 업종에 대한 기대감이 새롭게 일고 있는 것은 내수경기 회복에 대한 희망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물론 5월 들어 내수시장의 상승탄력이 다소 떨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전반적 경기회복과 자동차업계의 공격적 마케팅 등으로 자동차 경기도 자연스레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이다.
신차 출시 줄 이을 듯 이에 따라 상반기에 경쟁적으로 신차를 내놓은 자동차업계의 움직임은 하반기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먼저 상반기에 테라칸과 라비타를 출시해 신차출시 경쟁에 불을 지폈던 현대자동차는 8월엔 티뷰론 후속모델인 투스카니를 내놓을 계획이다.
투스카니는 2000cc와 2700cc 엔진을 탑재한 차로, 특히 2700cc모델은 국내 최초로 6단 수동변속기를 장착하게 된다.
또한 9월엔 에쿠스 2002년형 모델을 선보이고, 11월이나 12월께는 연비를 높이고 소음과 진동을 줄인 신형 스타렉스를 출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는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한다는 전략도 펼치고 있다.
단순히 국내 최대 자동차회사라는 이미지를 벗고, 고품질과 고품격을 지향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고객들에게 신뢰감을 주겠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이런 전략에는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전략적 제휴가 힘이 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브랜드 고급화 전략에 자사의 튼실한 재무구조와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브랜드 가치를 적극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또한 내년 월드컵 공식 후원사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스포츠 마케팅을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활용해 국내외 소비자들의 관심을 끈다는 전략도 갖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5월10일 뉴카렌스를 선보였다.
지난해 레저용차량(RV) 붐을 일으켰던 카렌스를 좀더 고급화해 본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180도 회전이 가능한 조수석, 자외선 차단 특수유리 등 사양을 고급화해 타깃층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또한 올해 연말께는 스포티지와 레토나를 잇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새롭게 출시할 예정이다.
앞으로 기아차는 옵티마, 카렌스, 카니발 등에 대한 판촉활동을 강화하고 신차발표회 등을 통해 고객 밀착형 판촉을 강화할 방침이다.
대우자동차는 올해가 중요한 전환기다.
제너럴모터스(GM)와의 인수협상과 인수가격에 대한 의구심 등으로 회사 스스로도 매우 힘든 시기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부도의 멍에를 벗고 올해 초여름 2002년형 매그너스로 다른 경쟁업체들과 겨뤄볼 태세를 갖췄다.
부도 뒤 신차경쟁에서 뒤처져 있던 대우자동차가 내놓는 2002년형 매그너스는 자체 개발한 신형엔진 XK를 탑재하고 있으며, 모든 차종에 ABS를 장착해 안정성을 높였다.
현재 회사 사정으로 경쟁업체에 비해 밀리고 있지만 할부판매를 통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대우자동차의 구조조정을 국민들이 재기의 과정으로 봐주길 바라고 있다.
지난해 3월 대우자동차로부터 분리된 쌍용자동차도 97년 체어맨 출시 이후 처음으로 올해 9월 2900cc급 럭셔리 SUV를 선보인다.
신차는 스타일과 승차감, 품질 등에서 무쏘나 코란도보다 한 등급 수준을 높여 외국 차와도 당당히 경쟁할 수 있다고 쌍용자동차는 자신한다.
쌍용자동차는 또한 영업망을 늘리고 코란도와 무쏘의 신형모델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해 SUV 분야의 강자로 거듭난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아울러 올해 2월 한솔CSN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사이버 판매에도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5월4일 생산 10만대를 돌파한 르노삼성자동차는 SM5가 3월과 4월에 5천대를 돌파하면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택시 시장에 SM5가 붐을 일으키면서 EF쏘나타가 잡고 있는 택시시장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르노삼성은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현재 80여개인 영업망을 연말까지 100개 이상으로 늘리고, SM5가 출범할 때 소비자들이 우려했던 애프터서비스와 부품공급 부문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토착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해 국내의 대규모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새로운 판매기법·이벤트 동원 국내 자동차업계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계속 신차를 쏟아냄으로써 고객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몸부림쳐왔다.
또한 단순히 신모델 출시 외에 금융사와 연합전략을 펴 새롭게 판로를 뚫어나가고 있다.
영업망 확충, 서비스 개선과 같은 전통적 방법 외에도 금융기법과 결합한 새로운 판매기법, 다양한 이벤트 등을 통해 경쟁에서 앞서가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대우자동차는 지난 4월 무보증 할부 등 판매전략의 다변화로 3년 만에 처음 영업이익을 냈다.
대우차는 이미 올해 2월 주택은행과 제휴관계를 맺고 10.7%의 고정금리로 무보증할부판매를 실시하고 있다.
게다가 1년 전에 시작한, 인터넷을 통한 중고차 경매 등의 판촉전략도 제법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덕택에 대우는 지난 4월까지 자동차 회사들 가운데 가장 높은 판매율 증가를 보이고 있다.
대우자동차 관계자들은 GM의 인수과정 등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기아자동차를 누르고 다시 업계 2위로 복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다.
이미 국내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굳힌 현대자동차 역시 시장주도권을 다지기 위해 할부금리를 낮췄다.
5월 출고분을 대상으로 승용차와 RV차량 구입고객에게 11~12%대의 할부금리를 1%포인트 내렸다.
또한 7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특별금리 할부제도’를 도입해 차종별로 최저 9%의 금리를 적용한다.
기아자동차 역시 할부금리를 낮춰 RV 차량의 판매촉진을 위해 애쓰고 있다.
금융사와 공동마케팅은 이 밖에도 다양한 형태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자동차는 5월23일 삼성카드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자동차 리스 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카드를 보유한 고객이 쌍용차를 살 때 자동차 가격의 최고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다만 구매자가 구입자금을 갚을 때까지 차량 소유권을 삼성카드에 넘기는 조건이 달려 있다.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자동차업체들은 월드컵 같은 큰 행사를 통해 인지도와 브랜드 파워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다시 불거진 현대자동차와 대우자동차 사이의 ‘월드컵 마케팅 분쟁’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현대자동차는 대우자동차의 마케팅을 공식후원사의 권리 침해행위로 여겨 법적 대응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대우자동차는 “‘월드컵’은 보통명사인데 이를 문제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다.
이처럼 업체들 사이의 마케팅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의 독주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 기준으로, 현대자동차의 내수시장 자동차 판매 대수는 50%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같은 계열사인 기아자동차까지 합치면 현대차동차 그룹의 판매대수 비율은 75%를 약간 넘는다.
대우가 12%로 뒤를 쫓고 있지만, 1위와 간격이 너무 벌어져 추격을 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계 1위의 자동차 제조업체인 GM이 대우자동차 인수를 바탕으로 공격적 경영을 펼친다면 국내 자동차 시장에 다시 한번 지각변동이 생길 수도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아직 생산라인 확충문제가 있어, 당분간 시장점유율 확대를 기대하기 힘들다.
하지만 현재 연 14만대인 생산능력을 내년에 20만대까지 늘리려고 하고 있어 만만치 않은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대우증권 장충린 수석연구위원은 “대우와 르노삼성이 기력을 회복하는 2~3년 뒤면 자동차업계의 판도가 혼전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고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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