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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박자 금리 정책, 부동산 투기와 ‘숨바꼭질’
엇박자 금리 정책, 부동산 투기와 ‘숨바꼭질’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5.05.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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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상황과 맞물려 한국은행의 금리정책에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리인상론과 인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월12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는 콜금리를 현재 수준인 3.2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당연히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금리인상론을 뒷받침하는 논리는 올 들어 부동산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부동산 투기가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과, 미국과의 금리 역전으로 자본 유출의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금리가 낮으면 시중의 유동성이 증가한다.
즉 은행의 금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투자처를 찾아 움직이는 돈이 많아지게 된다.
자연히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격이 올라간다.
반대로, 금리를 올리면, 유동성이 감소해 자산가격의 급등을 억제할 수 있다.
또한 현재 한국과 미국의 정책 금리 차이는 0.25%포인트까지 좁혀져 있는 상태다.
지난 5월3일, FRB가 미국의 정책 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3.0%로 0.25%포인트 올렸기 때문이다.
FRB의 금리 인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양국간 금리 역전은 시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측은 한국은행이 이미 한 차례 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쳤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말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확대정책을 추진했다.
그런데 한국은행은 오히려 지난해 11월 금리를 0.25% 인하한 이후 지금까지 금리 동결을 유지하며 엇박자를 쳤다.
경기 부양 효과의 극대화라는 기대를 저버린 것이다.
당시 한국은행은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금리를 일방적으로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현재의 물가 상승은 유가 급등이나,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인한 원가견인형 인플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고, 이는 경기호황기에 나타나는 수요 과열에 의한 수요견인형 인플레이션과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원가견인형인지, 수요경인형인지에 따라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 방안이 달라져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의 물가 흐름을 보면, 수입물가가 수출물가보다, 생산자물가가 소비자물가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는 곧 국내 기업의 수익성 악화를 의미한다.
대기업은 종소 협력업체에 그 부담을 전가시켜 그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결국 모든 부담을 중소기업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수익성 악화로 고통 받는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기업뿐만이 아니다.
가계부문에서도 어려움 계속되고 있다.
GDP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가계부문이 과다부채로 생긴 이자 부담에 짓눌려 있다.
내수 회복을 위해서는 이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지난 5월19일 금융감독원은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올라가면 2조5천억원의 추가 이자 부담을 가계가 떠안아야 한다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양측의 논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금리 동결은 한국은행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처방일 수도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일부의 주장처럼 자신감 부족을 드러낸 것일 수도 있다.
금융통화위원회의 회의록은 2개월 후 한국은행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돼 누구나 관심이 있으면 찾아볼 수 있다.
물론 그 안에서 뭔가 금리 향방을 짐작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내려면 다소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한국은행은 금리 조절을 위해 금융시장을 ( )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모든 금리를 정부에서 결정했다.
그러나 91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 금리자유화 조처로 금리는 이제 수요와 공급에 의해 시장에서 정해진다.
그렇다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조절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바로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이루어진다.
여기서 조작은 ‘operation’이라는 단순한 의미만을 갖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은 정확하게 말하면 ‘콜금리 목표’다.
한국은행은 보유 국공채나 통화안정증권을 팔거나 사들여 금융기관끼리 여유자금을 초단기로 주고받는 콜시장에 개입한다.
실제 콜금리는 한국은행의 콜금리 목표를 중심으로 오르내리게 된다.
콜금리의 움직임은 각종 채권 금리는 물론, 장기적으로는 은행 금리에도 차례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은행과 FRB의 금리조절 추이를 비교해 보면 뚜렷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FRB는 정책금리 조정을 소폭씩 연속적으로 신속하게 인상하거나 인하하는 ‘베이비스텝’을 취하는 반면 한국은행은 지나칠 정도로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급격한 금리 충격을 받아낼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한 탓이기도 하다.
미국이 우리보다 훨씬 금리에 민감한 경제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특성도 반영돼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중장기 경제전망을 분명하게 읽어내지 못하는 한국은행의 ‘무능’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실제로 금융통화위원회의 회의록을 봐도, 경제의 중장기 사이클에 대한 논의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최근 들어 개별 중앙은행이 갖고 있는 금리정책의 중요성이 크게 축소된 것도 사실이다.
개방경제하에서는 금리보다는 대외적인 환율이 경제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개별 국가의 중앙은행이 했던 역할을 이제는 세계의 머니센터인 미국의 FRB가 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할 일이 없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의 역할 가운데 환율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사실은 최근 벌어진 해프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올 들어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뜻하지 않은 ‘설화’의 주인공이 됐는데, 2번 다 공교롭게도 환율과 관련된 문제였다.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간격이 ( )로 좁혀졌다.


지난 5월, FRB는 정책금리를 3.0%로 0.25%포인트 인상한 반면, 한국은행은 3.25%로 동결을 선택했다.
내외금리 차이가 0.25%포인트로 좁혀지면서, 일부에서는 금리 역전에 대한 우려와 함께 우리도 금리정책을 새롭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금리 인상을 우회적으로 주문한 셈이다.
만약 실제로 금리 역전이 발생할 경우, 당장 높은 금리를 좇아 국내에서 대규모 자금 이탈이 발생할 가능성은 비교적 낮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이러한 우려를 의식해 금리 동결을 결정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책금리의 격차는 좁혀졌지만, 시장금리는 여전히 상당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5월16일, 미국의 3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71%를 기록한 데 비해, 우리나라의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3.69%로 일시 역전되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하지만 금리 역전이 그렇게 우려할 만한 사건은 아니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우선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 투자자금의 대부분이 금리와 직결되는 채권시장보다는 주식시장에 몰려 있다는 것이다.
주식 투자자금의 경우, 금리보다는 기업실적과 주가의 흐름이 훨씬 중요한 판단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환율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
현재로서는 원화의 절상, 즉 원화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자본의 흐름이 자유로운 개방경제하에서는 국가간 금리 수준이 비슷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설명도 나온다.





FRB가 금리를 인상한 것은 부동산 버블 붕괴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미국 부동산시장의 붕괴는 세계 금융시장의 마비를 가져올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힌다.
이에 따라 FRB가 당분간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일부에서는 최근의 금리 인상을 아시아 지역의 금융 조정에 미국이 직접 나선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대다수 아시아 국가들은 대미 수출에 의존하는 불균형 성장전략에 치중해 왔다.
이들은 대미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로 미국 재무부 채권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미국은 이렇게 유입된 자금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메워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자칫하면 그동안 사 모은 미국 채권이 하루아침에 휴짓조각이 돼버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으로서도 어떤 형태로든 조정이 불가피하고,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 대한 절상 압력이 여의치 않자 직접 조정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올 들어 ( ) 가격이 9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최근 부동산 투기의 재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 들어 부동산 가격은 9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 4월,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은 1.2% 뛰어 ‘10·29 대책’이 나온 2003년 10월 이후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미 강남 지역 아파트 가격은 4개월 만에 4% 가까이 급등해 있다.
지난 5월16일 한덕수 부총리는 부동산 투기가 재연돼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한국 경제는 상당한 어려움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금리 인상을 통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지만, 금리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우선 미국과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연방국가인 미국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 금리를 제외하고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이를 억제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이 거의 없다.
미국 자체가 금리에 민감한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도 금리정책을 선호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세금이나 각종 제도개선, 행정력의 동원 등 부동산 투기를 억제할 수 있는 미시적 수단을 다양하게 갖고 있다.
과도한 가계부채 부담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금리 인상보다는 지역적 특성에 맞는 정책들을 동원하는 것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지적이다.


어쨌든 앞으로 부동산시장의 움직임이 금리정책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5월 발표된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 방향 의결문을 전달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5월 의결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물가요인에 대한 설명이 “고유가 추세로 비용 상승 압력, 주택가격 반등 움직임 나타나”에서 “고유가로 비용 상승 압력, 부동산가격 오름세 등 불안요인”으로 바뀐 대목이다.
금융통화위원들이 최근 부동산시장의 움직임을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답]1.조작 2.0.25%포인트 3.부동산
[한국은행의 콜금리 목표 변동 추이](자료: 한국은행) 1999년 5월6일/4.75% 2000년 2월10일/5.0% 2000년 10월5일/5.25% 2001년 2월8일/5% 2001년 7월5일/4.75% 2001년 8월9일/4.50% 2001년 9월19일/4.0% 2002년 5월7일/4.24% 2003년 5월13일/4.0% 2003년 7월10일/3.75% 2004년 8월12일/3.5% 2004년 11월11일/3.25% [FRB의 연방기금 금리 변동 추이](자료: FRB) 1999년 6월30일/5.0% 1999년 8월24일/5.25% 1999년 11월16일/5.5% 2000년 2월2일/5.75% 2000년 3월21일/6% 2000년 5월16일/6.5% 2001년 1월3일/6% 2001년 1월31일/5.5% 2001년 3월20일/5% 2001년 4월18일/4.5% 2001년 5월15일/4% 2001년 6월27일/3.75% 2001년 8월21일/3.5% 2001년 9월17일/3% 2001년 10월2일/2.5% 2001년 11월6일/2% 2001년 12월11일/1.75% 2002년 11월6일/1.25% 2003년 6월25일/1% 2004년 6월30일/1.25% 2004년 8월10일/1.5% 2004년 9월21일/1.75% 2004년 11월10일/2.0% 2004년 12월14일/2.25% 2005년 2월2일/2.5% 2005년 3월22일/2.75% 2005년 5월3일/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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