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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대우조선 ‘부실’은 옛말
[포커스] 대우조선 ‘부실’은 옛말
  • 이종승(대우증권 조사부)
  • 승인 2001.06.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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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구조 개선·차입금 상환 등 정상화 ‘착착’… 연내 워크아웃 졸업 무난할듯 대우조선이 올해 안으로 기업구조조정(워크아웃) 조기졸업이 가능하다며, 이미 연초부터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실적이 확정되는 8월께 채권단과 연내 워크아웃 조기졸업을 협의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대우조선은 올해 3월 말에 차입금 일부를 조기상환했고, 1분기 실적도 기대 이상이다.
워크아웃 조기졸업을 위한 기본 요건을 차근차근 갖춰나가고 있는 셈이다.
채권단도 대우조선의 워크아웃 조기졸업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해진다.
최근엔 진념 부총리도 대우조선이 올해 안에 워크아웃을 졸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자동차사업 과도 투자가 ‘불씨’ 사실 대우조선이 워크아웃 대상이 된 것은 대우조선 자체의 영업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진짜 원인은 대우조선(옛 대우중공업)이 대우그룹의 자동차사업에 과도한 투자를 하는 바람에 부실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우조선과 대우종합기계로 기업이 나눠지기 전에도 대우중공업 조선부문은 현금 흐름이 좋았고 수익성도 괜찮았다.
기계부문을 포함하더라도, 대우중공업 자체의 영업 측면만을 보면 부실기업이 아니었다.
그러던 대우중공업은 대우그룹 안에서 국내외 자동차사업의 주역을 맡게 되면서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대우중공업이 폴란드,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등 대우그룹 해외 자동차사업과 국내 국민차사업에서 주된 자금줄 노릇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 대우중공업은 대우그룹의 유동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1999년 11월 대우그룹 12개 계열사들과 함께 워크아웃 대상기업이 된다.
대우중공업이 워크아웃 대상기업으로 지정되기 직전인 99월 6월 반기결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보면, 이 회사의 연간 매출액은 5조원 안팎인 데 비해 부채 규모는 자그마치 9조7029억원에 이르렀다.
차입금 또한 7조7669억원이나 됐다.
불과 두달 뒤인 같은해 8월 말에는 이미 부채가 11조원, 차입금이 9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3조원대의 자산 가운데 7조원 이상이 회수가 어려운 대우그룹 관련 자산이었다.
대우중공업이 정상화되기 위해선 부실자산 정리와 채무조정이 불가피했다.
워크아웃 안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기업구조조정협약과 채권금융기관의 회사정상화 방안에 따라 대우중공업은 지난해 10월23일을 기준으로 조선부문, 기계부문, 존속회사(대우중공업) 등 3개사로 분할된다.
대우조선은 대우중공업에서 분리되고 채권단을 대주주로 해서 새롭게 태어나면서 대우그룹과 관련한 경영 불투명성이 상당히 해소됐다.
기업분할 과정에서 조선부문과 관련된 자산만 이관됐고, 채권단의 출자전환 직전에 대우자동차에 대한 채권을 모두 상각처리함에 따라 자산효율성과 자산건전성도 높아졌다.
채권단과의 워크아웃 협약에 따라 대규모 차입금을 출자전환했고, 출자전환 뒤 남은 잔여 차입금도 상환기일 연장, 금리 완화 등으로 재무건전성과 수익구조를 크게 향상시켰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기업분할 당시 대우조선의 차입금은 2조1376억원이었다.
하지만 두달 뒤인 같은해 12월 채권단이 1조1714억원의 차입금을 출자전환해, 2000년 말에는 차입금이 1조1913억원으로 줄었다.
차입금 상환일정이 3년 거치, 20년 분할상환으로 정해짐으로써 상환부담도 덜었다.
출자전환 뒤 대우조선의 차입금 규모는 다른 대형 조선업체와 비교해 절대액이나 매출액 대비 비율 면에서 모두 낮아진다.
(표 참조) 또한 대우조선은 담보 차입금에 대해선 우대금리를 적용받고, 무담보 차입금에 대해선 우대금리에서 3%포인트를 뺀 금리를 적용받아 평균 차입금리가 8% 안팎에 지나지 않게 됐다.
이처럼 차입금의 절대액이 크게 줄어들고 금리도 낮아져, 대우조선의 수익구조는 크게 개선됐다.
선수금을 받으며 건조하는 조선업종의 특성상 대우조선의 현금흐름은 앞으로 더욱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앞으로 대규모 투자도 필요하지 않아 차입금의 조기상환도 가능하게 될 것 같다.
실제 대우조선은 올해 1분기 중에 이미 상당액의 차입금을 조기상환했다.
3월 말 기준으로 조선업체들의 재무구조를 비교하면 실질적 재무안정성은 대우조선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은 상장한 5개 조선업체들 가운데 가장 높다.
하지만 매출액 대비 차입금의 비중은 조선업체 중 가장 낮은 쪽에 속한다.
이에 따라 매출액 대비 순금융비용의 비중도 현대미포조선에 이어 두번째로 낮고,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업체들과 비교하면 가장 낮다.
기업분할과 재상장 과정에서 부실자산을 정리해 자산효율성도 현대미포조선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대우조선의 장기적 재무구조도 상당히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6827억원, 경상이익은 1004억원으로 매출액 경상이익률이 14.7%에 이르렀다.
특히 1분기 영업이익률은 15.8%로, 제조업 평균인 9%에 비해 월등히 높은 편이다.
2분기와 3분기에는 과거 저가로 수주한 선박의 건조비중이 높아져 영업이익률이 10% 이하로 낮아질 것이다.
하지만 4분기부터는 영업이익률이 다시 10% 이상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매출액은 3조21억원에 이르고, 경상이익도 2398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도 평균 건조선가가 올라가고 고부가가치선의 비중이 높아져 매출액이 3조2466억원, 경상이익은 3341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낙관적 전망은 대우조선이 여러 선박 가운데 VLCC(초대형 유조선)와 LNG(액화천연가스)선에서 특히 경쟁력이 높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대우조선은 VLCC에서 일본의 히타치조선과 함께 세계 최고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전세계에서 운항되고 있는 VLCC의 14%를 대우조선이 건조했다.
또 대우조선은 앞으로 잠재수요가 크고 부가가치가 높은 LNG선 시장에서 지난해와 올해에 잇따라 세계 최고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에 6척의 LNG선을 수주한 데 이어 올해는 5월 말까지 8척의 LNG선을 수주한 상태다.
올해 안으로 계약할 5척의 옵션분을 포함하면 모두 19척의 LNG선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LNG선의 대량수주는 기자재 발주에서의 협상력이나 연속 건조 등의 측면에서 대우조선에 상당히 효자노릇을 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조기졸업 동의” 업계 중론 사정이 이렇게 좋다고 해도 워크아웃 졸업은 채권단과 합의한 기업구조개선약정(MOU)의 경영목표를 2년 연속 달성할 때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워크아웃 기업의 영업과 재무구조가 눈에 띄게 개선되고 앞으로 안정적 수익달성이 기대되면, 채권단의 동의를 받아 그 이전이라도 워크아웃을 조기졸업할 수 있다.
대우조선은 경영실적에서 목표 초과달성이 확실시되고 현금흐름이 좋아 차입금도 계획보다 앞당겨 상환하고 있다.
대우조선의 워크아웃 조기졸업 여부를 판단할 채권단은 대우조선의 대주주다.
채권단은 대우조선의 워크아웃 조기졸업이 주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조기졸업에 동의할 것으로 업계에선 내다본다.
대우조선이 워크아웃을 조기졸업하게 되면 부실기업 이미지를 벗게 된다.
이는 대우조선이 우량기업으로 탈바꿈했음을 안팎에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면 대우조선은 대외신인도가 회복돼 영업력 향상에도 상당한 도움을 받을 것이다.
이 밖에 채권자이면서 대주주인 채권단은 대우조선이 워크아웃을 졸업하게 될 경우 대주주로서 대우조선의 기업가치 향상에 무게중심을 두게 될 것이다.
결국 채권단으로부터 회사 경영을 위임받고 있는 경영진은 채권단의 채권회수에 부응한다는 단기적 경영목표보다는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중장기적 경영목표에 중심을 두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우조선이 일찌감치 워크아웃을 졸업할 경우 역풍이 없는 건 아니다.
채권단이 대우조선에 차입금 상환일정이나 적용금리를 재조정해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의 워크아웃 안에 따르면, 차입금 상환은 3년 거치 20년 분할상환이다.
채권단이 워크아웃 조기졸업에 동의하면서 차입금 상환일정을 조정하고 적용금리도 시장금리로 올려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의 현금흐름을 고려할 때 차입금 상환일정이 조정되더라도 자금사정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란 게 일반적 예상이다.
적용금리가 시장금리 수준으로 조정될 경우 금융비용 부담이 다소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시장금리의 하락, 대우조선의 신용도 회복 따위를 감안하면 그리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대외신인도가 회복돼 기업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더 크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대우조선이 순항을 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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