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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중국 정보통신 ‘승승장구’
[포커스] 중국 정보통신 ‘승승장구’
  • 최욱( 와이즈인포넷연구원)
  • 승인 2001.06.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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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내수시장·풍부한 노동력 바탕으로 고속성장… WTO 가입하면 날개 달 것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2001년 통상백서>를 발간했다.
백서의 요지는 일본이 아시아 경제를 주도하는 시대는 지나갔으며 이제 각 나라들이 격전을 벌이는 ‘대경쟁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과거 일본이 선두에 서고 한국 등 신흥공업국(NIEs)들이 뒤를 따라가며, 다시 그 뒤로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 중국이 따라가는 이른바 ‘기러기형’ 발전이 이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최근 수년간 아시아 각국은 노동집약형 산업에서 기술산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격전을 벌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가간 발전단계의 명확한 구분이 없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아시아는 지금 ‘대경쟁시대’ 백서는 이러한 변화의 한가운데에 중국이 있다고 강조한다.
중국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기존 패러다임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1980년대 후반에는 섬유산업, 90년대 중반에는 정보통신과 기계산업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
중국은 지난 90년 이후 연평균 10%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해왔으며,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98년 현재 세계 7위를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10년간 수출은 4배로 늘어나 세계 10위 안에 드는 수출대국으로 자리잡았다.
백서는 중국이 이처럼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배경으로 높은 생산성과 구매력, 우수한 기술인력, 부품산업 등의 산업 집적, 활발한 외국인 투자 등을 꼽고 있다.
특히 연간 400억달러 안팎에 이르는 외국인 직접투자는 중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외국 기업들이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과 중국 정부의 투자환경 정비에 매료돼 중국 진출에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백서는 “중국은 풍부한 노동력이 필요한 섬유산업뿐만 아니라 기술력이 요구되는 첨단산업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는 말로 중국의 경제성장에 대한 평가를 마무리지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1분기 전세계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여주었다.
중국의 1분기 GDP는 지난해 4분기의 7.3%를 웃도는 8.1%를 기록했고, 지난해 수출은 550억달러, 국가투자는 200억달러 증가했다.
또 올해 수출은 200억달러, 국가투자는 100억달러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중국이 전세계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놀랄 만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이유는 수출보다는 내수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의 경기둔화를 주도하고 있는 정보기술(IT)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에 대한 IT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해 미국 경기침체로부터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과 달리 중국은 커다란 피해는 입지 않고 있다.
현재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의 IT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0~70%에 이르는 데 비해, 중국은 이 비중이 약 30%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내수쪽을 보면, 중국의 IT 내수시장이 가진 잠재력이 특히 반도체 부문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시장조사회사인 가트너그룹 산하 데이터궤스트는 올해 중국의 반도체 매출규모가 지난해의 128억달러보다 6.3% 증가한 136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전세계 반도체 매출이 17% 감소할 것이라는 데이터퀘스트의 전망을 감안하면 대단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반도체뿐만 아니라 PC, 휴대전화, DVD플레이어 등과 같은 가전제품에서도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이들 수요가 계속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데이터퀘스트는 밝혔다.
전세계 IT 업계의 아웃소싱이 중국에 몰리고 있는 점도 중국 내수시장의 잠재력을 반영하는 것이다.
현재 경기침체로 비용절감을 추진하는 세계 IT 업체들은 아웃소싱 대상국으로 중국을 선호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거대한 내수시장이다.
중국의 거대한 구매력이 PC, 휴대전화 등에 대한 수요를 폭발적으로 신장시켰고, 이에 따라 이들 PC와 휴대전화 부품 공급업체들 역시 중국으로 따라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중국은 지역화 정책을 펴고 있는데, 전자업체들은 부품의 70%를 지역 공급업체로부터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홍콩 소재 CSFB의 동 타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현재의 아웃소싱 추세를 볼 때 중국은 앞으로 10년 안에 세계 최대 IT 하드웨어 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국가 지도부가 전세계 경기둔화를 미리 예상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했다는 점 역시 중국 경제가 전세계 경기둔화 여파를 덜 받는 또다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중국은 이미 미국 등의 경기둔화 여파를 감안해 수출증가율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는데, 올해 실질GDP 증가율 목표치인 7%는 수출증가율 0%를 전제로 한 것이다.
게다가 지도부는 대외수요가 더 악화할 것에 대비해, 인프라 지출을 늘리는 등의 재정지출 정책도 고려하고 있다.
중국은 또 세계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기 위한 준비도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앞두고 중국은 법제와 금융시스템 개선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은 시장경제 도입 이래 가장 어려운 숙제 중 하나였던 ‘관리들의 독단적 권력’을 근절할 수 있는 법치제도를 정착시키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일반에 공개하지 않았던 내부규정을 공개하기로 했으며, 외국합작 기업들이 생산의 대부분을 수출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앴다.
금융시스템 개선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판 월스트리트의 설립이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총 18억달러를 투자해, 베이징에 중국판 월스트리트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만약 계획대로 베이징에 새로운 금융중심지가 들어선다면, 중앙은행과 각종 금융규제 당국들의 본사가 베이징에 위치하게 됨으로써 베이징은 상하이에 버금가는 새로운 금융도시로 부상하게 될 전망이다.
이 밖에도 중국은 WTO 가입을 위해 국영기업의 구조조정, 관료주의에 따른 부정부패 척결, 금융시장 개혁, 사회 기반시설 확충, 투명하고 효율적인 조세제도 마련, 사회보장 체계 확충 등과 같은 다양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이런 개혁조처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만 한다면, 중국의 미래는 장밋빛으로 빛날 것이다.
개혁 성공하고 대외관계 잘 풀어야 홍콩에 있는 모건스탠리딘위터(MSDW) 아시아법인 이코노미스트 앤디 셰는 “중국이 WTO에 가입할 경우 2005년까지 연간 7%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고, 구조조정 성과가 나타나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는 이것이 9%로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2020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 6700달러, GDP 10조달러를 달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미국 GDP가 10조달러였던 것을 감안할 때 이는 실로 대단한 수치다.
그러나 중국의 이런 눈부신 발전과 장밋빛 미래가 순순히 다가올 것 같지는 않다.
먼저 국내적으로 볼 때 공산당 독재의 개혁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수세력에 대한 견제가 관건인데, 2002년 말로 예정된 세대교체를 통해 개혁적인 4세대 지도부가 등장하게 되면 개혁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외적으로는 중국의 경제성장에 위협을 느끼는 국가들을 달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중국의 ‘경제 침탈’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ASEAN 국가들과 경제적 유대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베트남에게 중국은 대만과 한국에 이은 세번째 수입대상국으로 부상했고, 인도네시아에게는 5위, 말레이시아에게는 6위로 올라섰다.
게다가 중국 제품은 양적인 면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경쟁력을 갖게 되어 동남아 국가들을 위협하고 있다.
현재 ASEAN에는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중국을 배제한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며, 중국은 장쩌민 국가주석과 후진타오 부주석, 그리고 리펑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동남아 각국을 방문함으로써 이런 움직임을 견제하기도 했다.
이렇게 볼 때 중국이 조만간 아시아 경제, 나아가 세계 경제에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올해 말로 예정된 WTO 가입이며, 중국은 이를 발판으로 세계 경제를 쥐고 흔들게 될 것이다.
특히 중국 내수시장이 가진 엄청난 잠재력은 세계 경제를 현재의 침체에서 구원할 수 있는 새로운 구세주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단, WTO라는 날개를 등에 달 수만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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