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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이재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초대석] 이재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 황보연 기자
  • 승인 2005.07.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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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일류 공항 위해선 민영화해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들썩거리고 있다.
조종사노조의 파업 때문이 아니다.
진원지는 사장실이다.
지난 7월1일 취임한 이재희(58) 신임 사장의 행보에 온 직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유니레버코리아에서 3년 연속 평균 55%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뛰어난 경영 수완을 발휘한 전문 경영인이다.
또 인천공항으로선 사상 처음으로 민간 기업 출신의 CEO를 맞는 것이어서 더욱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공사 간부들은 매일매일이 새롭기만 하다.
이 사장이 요구하는 주문들이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탓이다.
취임식에서부터 신임 사장은 직원들을 적잖이 놀라게 했다.
이 시장은 취임식 원고 대신 손수 파워포인트로 작성한 10페이지짜리 자료를 선보였다.
‘위대한 직장만들기’(Journey To Greatness)라는 제목을 단 취임사에서 그는 “공기업 평가에서 1등은 몰라도 꼴찌는 안 된다”, “일정 시점이 지나면 업무보고를 영어로 받겠다”, “무사안일한 공기업 마인드를 버려라”는 등 혁신과제를 주문했다.
취임사 말미에선 정호승씨의 시 ‘봄길’을 낭송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기자가 공사를 찾은 지난 7월19일, 이재희 사장은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의 파업에 따른 대책을 세우느라 바짝 긴장한 상태였다.
그를 만나 앞으로 인천공항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취임 소감부터 말해 달라. = 테러 비상에다 파업까지, 오자마자 기함할 정도다.
특히 파업 때문에 화물기쪽이 걱정이다.
어제도 간부회의하면서 여객들이 불편을 겪는 것도 문제지만, 화물기가 못 나가게 되는 건 정말 심각하다고 했다.
자칫 중소기업의 사활이 걸린 제품들이 발이 묶일 수 있는 것 아닌가. - 몇 달간 사장 자리가 공석이 될 만큼 사장 공모과정이 난항을 거듭해 왔다.
어떻게 발탁됐나. = CEO를 뽑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잘 몰랐다.
어느 날 갑자기 헤드헌터 한 분이 찾아와서 만났고, 많은 분들이 추천을 하더라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사실 유니레버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로 옮기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연봉만 해도 공사 3년치가 전 직장의 1년 치도 안 된다.
(웃음) 하지만 모두들 공기업이 문제가 많다고들 하는데, 다국적 기업에서 경험한 경영 노하우를 잘 접목시킨다면 좋지 않을까 싶더라. 또 물류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아무래도 민간 CEO의 시각으로 보기에는 갑갑한 측면이 많았다.
물류 로드맵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인천공항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내 생각을 펼쳐보고 싶었다.
- 공기업 마인드를 버리자고 했다.
앞으로 인천공항이 어떻게 달라지나. = 글로벌 초일류 기업을 염두에 두고 판을 새롭게 짜야 한다.
우선 2010년까지 세계 최고의 복합 물류 허브 공항을 만들겠다.
물류 허브뿐 아니라 비즈니스 허브도 중요하다.
여기에는 금융, 의료, 관광, 교육 등이 다 들어간다.
더 나아가선 남북 문제가 잘 풀리면, 개성을 물류 허브의 전진기지로 만들 수도 있지 않겠나. 다음으로 기업문화에 초일류 다국적 기업의 마인드가 스며들도록 하겠다.
일류 공항이 되려면, 직원들부터 바뀌어야 한다.
업무와 조직의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정부가 통제하고 관리해 왔던 것에서 좀 더 능동적으로 과제를 풀어내는 모델을 만들어냈으면 한다.
아울러 민영화도 추진할 거다.
공익성을 추구하는 곳이라고 해서 민영화가 되지 못하란 법은 없다.
앞으로 발 빠르게 세계와 호흡하려면 민영화가 되는 게 낫다.
기존 공기업 마인드로는 힘들다.
하지만 막대한 자금 동원 능력이 있어야 하는 만큼, 시기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거다.
- 초일류 공항의 상을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한다면. = 지금까지는 막연하게 ‘물류 허브’가 이야기되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 건지에 대한 계획이 나와야 한다.
과연 10년 뒤에, 홍콩이나 중국 등 경쟁국에 비해 얼마만큼 뛰어난 공항이 될 것인지 등에 관한 문제다.
6개월 안에 이걸 만들어내겠다.
비즈니스 복합 허브에 대한 구상도 마찬가지다.
그동안은 투자받는 우선순위대로 사업을 진행해 왔는데, 큰 틀의 방향을 먼저 갖춰야 한다.
개인적 욕심을 한 가지 이야기한다면, 인천공항의 배후에 산업 클러스트를 형성해 고부가가치를 내는 물류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암스테르담 항구는 부산항보다 물류 처리능력은 60%에 그치는데도 여기서 나오는 부가가치는 5배가 넘는다.
또 인천공항이 훌륭한 네트워크의 기지가 됐으면 한다.
- 네트워크의 기지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 국내 항공사들이 경쟁력을 잃지 않는 선에서 외국 국적사의 비중을 좀 더 키워야 한다.
일단 인천공항을 많이 지나가야 하지 않겠나. 물론 여기에는 경쟁력 있는 물류기업들을 다수 유치시키는 것도 포함된다.
아울러 IT강국답게 물류 시스템에서 RFID 기술을 접목시켜 효율성을 한층 개선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
- 열린 경영과 기 살리기 운동 등으로 기업문화를 변화시키겠다고 했다.
앞으로 무엇이 달라지나. = 최근에 신임 사장이 왔으니 조직응집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10월에 해병대 집체훈련을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데 내가 하지 말자고 했다.
바깥에 나가서는 신나고 즐겁게 놀아야지 왜 힘든 훈련을 받아야 하나. 유니레버에서도 일주일에 하루는 부서별로 프로그램을 짜서 직원들이 신나게 놀도록 권장했다.
인천공항에서도 이렇게 하고 싶다.
직원들의 창의성을 이끌어내려면 자율성부터 담보해 줘야 한다.
아마 중역간부들은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중간에 입원하시게 될지도 모르겠다.
(웃음) 아, 얼마 전에는 사내식당에 임원과 직원을 구분하는 칸막이부터 없앴다.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니까 자연스럽게 의견수렴도 되고 좋더라. - 직원들을 만나보니 어떻던가. = 여러 명과 어울려 밥을 먹다 보니, 기혼자가 거의 없어서 놀랐다.
그래서 내가 결혼시키기 운동을 추진할까 한다.
30살을 넘긴 남녀직원들을 한 방에 가둬놓고, 거기서 나온 첫 번째 커플에게는 결혼비용 일체를 다 제공할 생각이다.
그것도 안 되면 다른 회사와 미팅 주선도 할 거다.
고령화 사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출산율을 높여야 하지 않겠나. 회사업무를 위해서도 결혼은 적극 장려하는 편이다.
유니레버 시절에도 미혼 여성들한테 결혼 안 하면 차장 승진을 안 시키겠다고 해서 반발을 산 적이 있다.
하지만 결혼해서 남편 바가지도 긁어보고 그래야 세상이 보이고, 마케팅도 보이는 것 아닌가. - 공항의 서비스 정책도 바뀌나. =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이다.
사실 기본적인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부분은 시간이 꽤 걸릴 거다.
하지만 서비스는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360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입주기업, 상주기관, 여행객, 물류회사 등 공항에 관계된 모든 이해당사자들을 대상으로 포커스그룹 인터뷰를 진행할 거다.
이미 진행하고 있는 고객 만족 서비스 프로그램과는 별도로 좀 더 현장에 밀착해서 의견을 수렴하겠다.
- 노조와의 관계는 어떤가. = 공기업노조가 과격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는데, 막상 만나서 대화를 나눠보니까 그렇지도 않더라. 민간기업의 노조보다 요구조건이 훨씬 원칙적인 수준이다.
낙하산 인사나 부정부패 뿌리 뽑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한테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자는 식이다.
민간기업에서 70년대에 했던 이야기들이 많다.
대체로 공감하는 부분인데, 다만 속도나 방법에 관련해서만 신중히 협의하자고 했다.
1년쯤 지나면 다른 공기업 노사가 우리를 벤치마킹하러 올 수 있도록 하겠다.
- 골프나 술은 일체 하지 않고, 지독한 일벌레라고 들었다.
= 휴가 한번 제대로 가지 않는 스타일이다.
긴장을 놓쳐본 적이 없다.
이번에도 운이 좋은 편이다.
밤새워 전력투구할 전쟁터를 하나 갖는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이 나이에 이만큼 치열한 전장에 나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 아니겠는가.(웃음)
카테고리
이재희 사장
1947년 경남 김해 출생 1971년~1978년 프라이스워터하우스 회계컨설턴트 1978년~1984년 하얏트 리젠시 서울 관리이사, 상무이사 1984년~1998년 TNT 익스프레스 월드와이드 한국지사장, 북아시아지역 사장 등 역임 1999년~2005년 유니레버코리아 대표이사 2003년~2005년6월 대통령자문 동북아시아시대위원회 물류중심위원회 위원장 2004년~2005년5월 한국외국기업협회 회장 2005년7월~현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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