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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실질 집값 91년보다 낮다고? 통계의 장난!
[이슈추적] 실질 집값 91년보다 낮다고? 통계의 장난!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5.08.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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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를 낸 재경부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기자: 정부, 여당이 고강도 부동산대책을 내놓겠다고 난리인데, 집값이 안 올랐다는 게 맞나? 재경부 담당자: 그런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소비자물가를 반영한 실질주택가격으로 봤을 때는 크게 오르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
자료에 나와 있는 그대로다.
기자: 땅값이 90년대 초반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것도 맞나? 재경부 담당자: 전국적으로 봤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농촌 지역은 잘 오르지 않으니까, 국민들이 느끼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기자: 그럼 부동산대책을 만들 이유가 있나? 재경부 담당자: 강남만 보면 일부 문제가 있다.
집값 상승이 전국적 현상인가, 아니면 국지적 현상인가, 그걸 이 자료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국지적 현상이 분명한 만큼 거기에 맞는 대책을 내놓을 것이다.
기자: 그럼 강남 집값만 잡으면 부동산 문제는 없다는 것인가? 재경부 담당자: 집값 상승세의 확산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기자: 직접 계산해 나온 통계인가? 재경부 담당자: 그렇다.
국민은행의 주택가격지수와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를 이용해서 했다.
우리가 어떤 의도를 갖고 왜곡시킨 것은 없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계산방법을 사용했다.
단독·연립주택 포함돼 전체 값 끌어내려 무더위 속에서 이런 식의 답답한 대화가 한동안 이어졌다.
우선 재경부의 보고서를 살펴보자. 보고서에는 통계의 출처나, 계산방식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실질주택가격의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만 달랑 들어가 있다.
그래프를 보면 분명히 현재의 실질주택가격은 91년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91년보다 집값이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모든 통계는 항상 왜곡될 소지를 안고 있다.
어떤 자료를 선택해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통계정보는 그만큼 신중하게 취급할 필요가 있다.
우선 ‘실질주택가격’이라는 말에 주목해 보자. 일반적으로 실질가격은 명목가격에서 물가상승분만큼을 뺀 가격을 뜻한다.
2004년 2억원 하던 A아파트가 올해 2억1천만원으로 값이 뛰었고, 물가는 3% 올랐다고 하자. 그러면 A아파트의 올해 명목가격은 2억1천만원이지만, 실질가격은 2억370만원(=2억1천만원×(1-0.03))이 된다.
물가상승률이 3%라는 것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 모든 물건값이 3%만큼 일제히 올랐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이를 A아파트의 명목가격에서 빼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명목)주택가격의 추이와 실질주택가격의 추이는 얼마든지 다른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
주택가격이 명목상 큰 폭으로 상승했더라도, 그 기간 동안 물가 역시 크게 올랐다면, 실질주택가격의 상승률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
김경환 서강대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물가 상승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에, 명목가격과 실질가격의 괴리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주택가격이 명목주택가격과는 큰 차이를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충고다.
그러나 이를 수긍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실질주택가격이 91년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재경부의 결론을 여전히 선뜻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주택가격이 아니라 아파트가격으로 보면 어떨까. 지금 문제가 되는 부동산 문제는 주로 아파트가격의 폭등이다.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은 비교적 꾸준히 안정세를 유지해 오고 있다.
따라서 단독주택과 연립주택을 포함할 경우 이들이 전체 값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내놓은 아파트 평당 실질가격 추이는 재경부의 실질주택가격 그래프와는 상당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의 자료는 강남의 아파트 평당 실질가격이 91년의 정점을 훨씬 초과해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서울의 아파트 평당 실질가격도 이미 91년과 비슷한 수준에 근접해 있다.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것에 훨씬 가까운 결론이다.
재경부의 실질주택가격 추이는 한국은행의 아파트 평당 실질가격 추이에 비해 또 다른 약점을 안고 있다.
일반적으로 실질주택가격은 명목주택가격을 소비자물가지수로 나누어 계산한다.
이때 명목주택가격으로는 국민은행이 매월 조사해 발표하는 주택가격지수가 대부분 사용된다.
그런데 문제는 국민은행의 경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남 지역을 세분화해 조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강남쪽에 있는 모든 구가 ‘강남’으로 분류됐다.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를 묶어 강남이라고 부르는 일반적으로 용법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집값이 비교적 낮고, 오르는 경우가 드문 구로구, 금천구 등으로 인해 전체적인 수치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의 경우, 이런 문제점을 피하기 위해 부동산정보업체의 자료를 활용해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만을 강남으로 분류해 계산했다.
투기 극심했던 91년과 비교도 논란거리 과연 91년을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도 논란거리다.
91년은 부동산 투기가 단군 이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던 해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91년에는 자살하는 사람들이 속출할 만큼 부동산 투기가 극심하던 때”라며 “당시를 기준으로 지금 주택가격이 낮다고 말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91년에는 부동산 망국론이 나올 만큼 지역과 종류를 가리지 않고 모든 부동산들이 일제히 폭등했다.
일본의 경우 90년대 초의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무려 10년 넘게 집값이 하락했다.
전 교수는 “다행히 우리나라의 경우 90년대 초반 해외 자금이 유입되면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져 집값의 연착륙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재경부의 보고서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8월 말 나올 부동산대책과의 관련성 때문이다.
정부에서 현재의 주택가격 수준이 91년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 집값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주장보다는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추가 상승을 어느 정도 용인해야 한다는 입장이 다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지난 몇 년간 보아왔던 것처럼 집값을 잡을 가능성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장태민/ <머니투데이> 증권부 기자
amigo@money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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