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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라오스 쇼크’, 교토체제 뒤흔드나
[이슈] ‘라오스 쇼크’, 교토체제 뒤흔드나
  • 황보연 기자
  • 승인 2005.08.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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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6개국이 뭉치게 된 과정을 들여다보자. 이번 파트너십 구상은 그동안 공개된 과정이 일체 없었기 때문에, ‘밀실협상’으로까지 불린다.
파트너십 구상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 4~5월 미국 백악관의 환경위원장이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등을 방문하면서부터다.
한국에선 외교통상부와 환경부, 산업자원부 장관 등을 만났고, 이때부터 긍정적 답변을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주도 아태지역 6개국 파트너십 이들 5개국은 다시 6월20~21일 사이에 호놀룰루에서 고위공무원 회의를 열고 파트너십 구성에 합의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달 28일 라오스에서 열린 아시아지역포럼에서 6개국의 외교장관이 파트너십을 공식 발표한 것이다.
이날 공개된 ‘비전 성명’의 문안은 호놀룰루 회의에서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다.
내용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기술 개발 및 기술 이전에 대한 협력을 강화한다는 원칙적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초기 5개국 간의 접촉과정에서 논의된 성명서는 훨씬 광범위한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 내용을 밝힐 순 없지만, 교토의정서를 탈퇴한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를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이어서 거부했다”고 귀띔한다.
일본이 합류키로 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지난달 27일에서야 일본은 공식적으로 파트너십 참여 의사를 표명했다.
사실 파트너십 구상 초기만 해도 일본의 합류는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기후변화협약의 국가 간 이행협약인 ‘교토의정서’가 일본의 교토시에서 맺어진 데다, 미국이 탈퇴한 이후로는 죽 유럽연합(EU)과 공조를 취해 왔기 때문이다.
교토의정서를 탈퇴한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개도국에 대한 의무 부담에 반대해 온 중국, 인도 등과는 출발점부터가 달랐던 것이다.
하지만 기후변화협약 전문가들은 이런 일본의 변화를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강윤영 박사는 “지난 2003년 이후로 환경청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던 일본의 정책 기조가 바뀌기 시작했다”며 “산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대장성 관계자들이 협상팀에 대거 합류하면서 이런 기류는 더 심해졌다”고 말한다.
이미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장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감지돼 왔다는 것. 에너지 효율이 상당히 높은 편인 일본으로선 EU의 단기간 의무감축방안이 갈수록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 지난해 11월 러시아가 교토의정서를 비준한 직후부터 이번 파트너십을 구상해 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상훈 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교토의정서 발효 저지를 원했던 미국이 막상 러시아가 비준해 버리자, 향후 협상에서 발언권을 높이기 위해 파트너십을 준비해 온 것”이라고 말한다.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한 이후로도 미국은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물론이고 비준국 간의 회의에도 참여해 목소리를 높여왔다는 것. 또 미국은 지난 4월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후변화협약 워크숍에서도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토대 위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앞으로도 교토의정서에 가입할 의사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이런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는 분위기를 은근히 조성하기도 했다.
파트너십 구성에 합의한 6개국은 이달 중으로 협정 초안을 마련한 뒤, 오는 11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각료급 회의를 개최해 파트너십을 발족할 계획이다.
협정의 초안은 미국이 먼저 마련한 뒤, 참여국 간 회람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게 돼 있다.
‘포스트 교토’ 협상서 목소리 높일 듯 현재 논란의 핵심은 이번 파트너십이 향후 교토체제를 뒤흔들 소지가 있다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먼저 기후변화협약의 1차 이행협약인 교토의정서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의 의무이행방안을 담고 있다.
이 기간 동안 교토의정서를 비준한 EU, 일본 등 선진국들은 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균 5.2% 감축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다.
문제는 2013년 이후다.
교토의정서에 따르면 2013년 이후의 이행방안에 대해선 1차 이행기간이 완료되기 7년 전에 의무부담 국가들을 중심으로 협상을 시작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오는 11월28일부터 12월9일까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 제11차 당사국총회에서 ‘포스트 교토’에 대한 협상이 시작되는 것이다.
협상은 2007년까지 마무리지어야 한다.
포스트 교토협상의 핵심은 2013년 이후의 이행협약을 기존 교토의정서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미국이 주장하는 구속력이 없는 자발적 감축방식 등 새로운 체제로 갈 것인지에 달려 있다.
결국 환경단체들의 우려도 여기에서 나온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아태 지역 파트너십은 오랫동안 국제사회에서 공개적으로 논의해 합의한 국제협약을 무시한 밀실협상의 산물”이라며 “파트너십의 제안대로 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자발적 방식으로 후퇴한다면 교토의정서는 사실상 와해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교토의정서를 주도하고 있는 EU조차 환경담당집행위원의 대변인을 통해 환영의 뜻을 표명했다는 것. 산자부 관계자는 “국제사회에서 교토의정서를 솔선수범해서 지켜나가고 있는 일본의 참여는 파트너십이 의정서를 무력화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무협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정부 일각에선 향후 협상과정에서 교토체제가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될 소지가 없지 않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그동안 EU는 2013년 이후에도 절대 감축량을 더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
지난 100년간 지구의 평균 기온은 0.6도 상승했다.
기후 전문가들은 향후 100년간 최고 5.8도까지 기온이 상승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EU는 2100년까지 2도 이상은 올라가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2013년 이후 각국이 짊어져야 할 의무감축량은 훨씬 많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EU는 교토의정서보다 훨씬 구속력이 강한 체제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따라서 미국을 비롯한 교토의정서에 반발해 온 나라들이 향후 협상에서 발언권을 높이는 데 이번 파트너십이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적어도 2008년 대선 전까지는 교토의정서에 참여할 가능성이 대단히 희박하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7.9%(2000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6개국이 공조를 취하게 되면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피하는 동시에, 기존보다 한층 발언권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실무협상에 참여하는 한 관계자는 “교토의정서가 지속성을 가지기 위해선 2013년 이후의 이행방식을 다단계 방식으로 취해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경제 성장을 지속해야 하는 개도국이 참여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다단계 방식이란 국가그룹을 나누어서 의무 부담을 단계적으로 차등화하자는 것이다.
이런 수준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파트너십에 참여한 나라들은 기술 개발을 위주로 한 새로운 체제를 만들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교토의정서는 자연스럽게 무력화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한편 연말에 시작될 포스트 협상의 논의 속도는 상당히 더딜 것으로 보인다.
강윤영 박사는 “연말에 있을 당사국 총회에선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원칙적 입장을 강조하는 수준에서 지리한 논의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2007년까지 ‘포스트 교토’를 둘러싼 논란은 조금씩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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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십 6개국의 온실가스 배출 관련 주요 통계
구분/한국/미국/일본/중국/인도/오스트레일리아 GDP(2004년/억미불)/6656/117280/46721/16008/6774/6176 인구(백만명)/48.2/293.0/127.2/1299.8/1080.3/20.2 1인당 GDP(2004년/미불)/13803/40023/36693/1232/627/30623 온실가스 배출량의 점유율 및 순위(2000년)/1.6%, 9위/20.6%, 1위/4.0%, 5위/14.8%, 2위/5.5%, 4위/1.4%, 16위 1인당 온실가스배출량(2000년/탄소톤) *세계 평균 1.5, 선진국 평균 3.9, EU 평균 2.9, 개도국 평균 0.9/3.1(32위)/6.6(6위)/2.9(37위)/1.1(97위)/0.5(140위)/6.8(5위) 탄소집약도(탄소톤/GDP백만불) 및 변화율(1990~2000년) *세계 평균 147, -13%/185, 2%/162, -14%/104, 02%/201, -47%/99, -4%/193, -11% 누적배출량(1850~2000년)의 세계 비중 및 순위/0.7%, 23위/29.8%, 1위/4.1%, 7위/7.3%, 5위/2.0%, 12위/1.1%, 15위 배출량 전망(2000년~2025년) *세계 전체 33~93%/443~117%/20~52%/4~46%/50~181%/7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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