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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스메모] 어느 장애인 이야기
[에디터스메모] 어느 장애인 이야기
  • 최우성 편집장
  • 승인 2005.08.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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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1일,국회의원회관1창면회실.한남자가온몸에시너를끼얹고불을붙였다.
분신직후병원으로긴급히옮겨진그는전신2도화상을입었지만,다행히생명에는큰지장이없는상태다.
부천시송내역앞에서노점상을하고있다는그남자는황효선씨.황씨는지체장애1급의장애인이다.


성치않은몸에넉넉지못한살림살이까지견뎌야했던황씨를분신에이르게한순간으로되돌아가보자.당일황씨는부천시의비인도적인노점상단속과관련해국회차원의조사를촉구하기위해‘민의의전당’이라는국회를찾았다.
보건복지위소속의원과부천시출신의원들에게면담을요청했던그는‘하나마나한’답변을듣는데만족하거나,아니면아예면담자체를거부당하기도했다.


이런대접을받으려고힘든발걸음을했단말인가.애당초황씨가여의도를찾게된사정은무엇일까.그답을찾기위해선시계바늘을좀더뒤로되돌려야한다.
노점상과단속반원,두주인공이등장하는부천시어느거리가무대다.
황씨를분신에이르게한씨앗은부천시와원미구가장애인들을노점단속요원으로고용해폭력을행사하도록한데서비롯된다.
지난해연말부터‘기업형불법노점상과의전쟁’에나섰지만이렇다할성과를거두지못해애태우던부천시와원미구담당자들의머릿속엔한가지아이디어(!)가떠올랐다.
바로노점상을단속하는용역업체로장애인단체들을선정한것.

경제적으로어려움을겪고있던장애인에대한일자리(!)마련차원의일?지난4월26일지역신문<부천타임즈>기사에소개된원미구청관계자가내뱉은말은그비밀을풀어준다.
“장애인에게단속권을줘휠체어를탄장애인들이하루종일노점상옆에서영업을방해하면무서워서그만둘것이고,또장애인들은일당도비장애인들의절반밖에안되니식사제공등제반경비를비롯한예산이적게들기때문아니겠냐….”

이제다시현재로.전국노점상총연합,한국장애인문화협회등시민단체들은지난4일오전기자회견을열고“부천시와원미구는장애인들을노점단속용역으로고용해폭력을행사하도록하는등도저히인간으로서는생각할수없는반인륜적행정폭력을자행하고있다”며“가능한모든수단을동원해투쟁에나서겠다”고밝혔다.
대규모규탄집회일정도잇달아잡혀있는상태다.
이런반발에도부천시와원미구청은문제가되고있는4개업체와용역계약을연장할뜻을밝히고있다.
앞으로더욱커다란충돌이벌어질것임을예고하는대목이다.

이른바‘기업형불법노점상과의전쟁’속에정작생계형영세노점상만커다란피해를입고있다는얘기가나돈건어제오늘의일이아니다.
노점상단속반원으로장애인을‘이용(!)’하겠다는발상,장애인고용이안겨줄경제적이득(!)을먼저따지고든발상이야말로행정편의주의와인권유린이빚어낸산물이다.
한여름의무더위를이겨내기더욱힘들게만드는우리사회의현실인지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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