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13:45 (토)
[전망] 미국 금리 인상 기조 언제까지?
[전망] 미국 금리 인상 기조 언제까지?
  • 홍춘욱/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
  • 승인 2005.08.0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말 4% 찍고 ‘브레이크’ 최근 미국 금리 논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게 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주요 경기지표의 개선에 있다.
지난해 연말 이후 급락하던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가 지난 6월 이후 2개월 연속 반등에 성공하면서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경기 전망이 빠르게 개선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최근 발표된 6월 경기선행지수가 전월에 비해 무려 0.9% 급등하는 등 강한 반등세를 보인 것도 경기에 대한 낙관론을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과거 미국 ISM 제조업지수와 금융정책의 연관을 살펴보면, ISM 제조업지수가 경기 판단의 기준선(50%)을 하회할 때 예외 없이 금리 인하가 단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ISM 제조업지수 이외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비롯한 다른 주요 경제지표도 FRB의 정책금리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지만, ISM 제조업지수는 적어도 경기의 현 상황을 판단하는 데 있어 가장 신뢰성 높은 지표로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이런 경기지표의 개선만 놓고 본다면 FRB의 금리 인상 추세는 쉽게 중단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지표의 개선이 가져올 공장가동률 상승과 고용 증가 가능성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물가 안정의 장애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달러 강세에 따른 기업들의 가격경쟁력 약화와 고유가 문제 등이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약화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부동산시장 버블 우려 높아져 이런 경기 지표의 회복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격의 급등 역시 금리정책에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05년 6월 현재 미국의 주택가격은 14.5%(매매 중간값 기준) 올랐으며, 지난 3년간 누적으로는 33.4%의 놀라운 상승세를 기록해 같은 기간의 명목 경제성장률(18.7%)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부동산가격의 급등은 무엇보다 전체 소비자물가의 39.8%를 차지하는 집세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만의 하나 버블의 형성으로 이어질 경우 가계는 물론 모기지 금융기관 전체의 건전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미국 경제 최대의 현안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미국 부동산가격이 급등세를 보인 이유는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10년 만기 미국 재무성증권 수익률이 8월3일 현재 4.3%에 머무르는 등 지난 10년간의 평균 금리 수준(5.25%)를 거의 100bp 가깝게 하회하는 저금리 국면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FRB는 부동산시장의 버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1994년 초 1.00%였던 정책금리를 3.25%까지 인상했지만, 같은 기간 10년 만기 재무성 증권 수익률은 불과 40bp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렇듯 FRB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중금리가 하향 안정화된 것은 무엇보다 중국을 비롯한 주요 신흥 공업국의 대미 수출 물가가 안정세를 유지한 데다, 기업들 역시 2000년의 IT 버블 붕괴 이후 적극적인 설비투자를 자제하며 생산성 향상에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수입구조 및 기업경영 패턴의 변화로 초래된 저금리 국면은 민간소비를 부양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만일의 경우 시중 금리가 급등하게 되면, ‘부동산 가격 하락→소비 부진→경기 후퇴’의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FRB로서는 부동산시장의 버블 형성을 억제하되, 시장 자체를 붕괴시키지 않는 적정 금리 수준을 찾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부동산시장의 여건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금리 인상의 여지는 충분하지만 공격적인 금리 인상은 자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경기 변수와 자산가격뿐만 아니라 인플레 기대 또한 FRB의 금융정책 방향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국제유가의 급등세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체감 물가는 물론, 생산자 물가의 안정세가 확인되고 있어 FRB의 금융정책 방향을 미궁에 빠뜨리고 있다.
지난 6월 미국의 핵심 생산자 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4% 상승에 그치는 등 인플레 압력이 점차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달러 강세가 본격화된 영향으로 수입물가(원유제외) 상승률이 2.1%까지 떨어지는 등 물가 불안의 원흉으로 치부되던 수입 물가의 급등세도 한풀 꺾인 상황이다.
이처럼 인플레 압력의 둔화는 중국 등 신흥공업국의 대미 수출 물가 안정과 최근의 달러강세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 근로자들의 임금상승률이 매우 낮은 수준(전년 동기 대비 2.7% 상승)에 머물러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과거 FRB의 정책금리와 핵심 생산자물가 상승률의 추이를 살펴보면, 물가상승률이 둔화되기 시작하면서 정책금리의 인하가 단행된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2∼3개월 동안 물가지표의 안정세가 지속될 경우, FRB의 정책금리 동결에 대한 기대가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8월9일 열리는 FOMC 이목 집중 최근 발표된 주요 경기지표의 반등과 부동산시장의 과열 등을 감안할 때, 8월9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동결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8월과 10월 FOMC에서 금리를 예상대로 25bp 인상할 경우, 연방기금 목표금리는 3.75%까지 상승하게 되어 미국의 잠재성장률(3.25∼3.50% 추산)을 넘어서게 된다.
최근 인플레 압력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잠재성장률을 크게 넘어서는 정책금리 수준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달러 강세와 기업의 체감 물가지표 하락이라는 조건에서 공격적인 금리 인상은 디플레이션이라는 새로운 위험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연방기금 목표금리는 연말을 전후해 3.75∼4.00% 수준까지 상승한 후, 동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