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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삶] CEO 제1 고민은 중간관리자 용병술
[책과삶] CEO 제1 고민은 중간관리자 용병술
  • 이원재
  • 승인 2005.08.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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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지 유형의 중간관리자들이 있다.
A형은 최고경영자가 제시한 목표를 숫자로 보여줄 줄 알면서, 동시에 회사의 가치를 공유한다.
B형은 숫자는 만들어내지 못하지만, 가치는 지켜낸다.
C형은 숫자는 만들어낼 능력이 있지만, 가치를 공유하지 못한다.
A형은 당연히 회사 핵심인재가 되겠지만, B형과 C형 가운데 한 그룹을 선택해야 한다면 훌륭한 리더들은 어떻게 할까? 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 거스 히딩크라면 당연히 B형을 선택할 것이다.
팀워크를 중시한 나머지 이동국 같은 스타를 대표팀에 선발조차 하지 않았던 그를 되새겨보면 말이다.
새로 나온 책 <잭 웰치와 4E리더십>에 따르면, GE의 전 회장 잭 웰치도 마찬가지였다.
실적을 맞춘다고 하더라도 회사의 가치를 준수하지 않는 관리자들은 정리해야 한다는 게 잭 웰치의 소신이었다.
경영자의 임무는 기획이 아니라 실행 “최고경영자의 임무는 구상이 아니라 실행입니다.
경영자가 하는 일은 사람 다루는 일입니다.
MIT에서는 비즈니스가 숫자라고 가르치나요? 사업의 가치평가니 과학적 비즈니스 전략이니 모두 그럴듯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모두 빛 좋은 개살구입니다.
기획은 실행의 도구입니다.
실행만이 경영자의 과업입니다.
” 잭 웰치를 직접 만난 건 MBA과정을 마쳐가던 어느 무렵, MIT 슬론 스쿨의 대강당에서였다.
강당에 빼곡하게 들어찬 경영학도들은 내심 어떤 식으로든 그가 성공에 이른 ‘전략’을 듣고 싶어했다.
대성공을 거둔 경영자는 커리어를 시작할 때 어떤 계획을 세우고 어떤 전략으로 성공의 계단을 밟아 올라가는지가 궁금했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잭 웰치는 1시간 반 남짓한 강연시간을, 경영은 계획을 세우는 일이 아니라 실행을 하는 일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데 모두 보냈다.
최고경영자는 최고 컨설턴트나 전략기획 전문가들과 함께 멋진 전략을 짜고, 그 전략은 밑에서 저절로 실행되어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 것이라는 똑똑한 학생들의 오래된 가정을 한방에 날려버렸다.
그는 미래를 계산하고 성공에 이르는 길을 그럴듯한 모형으로 만들어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인생은 계산되지 않으며 자신의 올바른 결정은 많은 경우 전적으로 감각에 의존한 것이었고 사람을 어떻게 평가하고 움직여야 하는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 술회했다.
제프리 크레임즈가 쓰고 김종완씨의 번역으로 나온 <잭웰치와 4E 리더십>을 읽는 동안, 나는 몇 달 전 MIT 슬론 스쿨 대강당으로 돌아가 잭 웰치의 육성을 듣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잠시 빠졌다.
리더십분야에서는 자서전이나 전기 또는 성공한 사람의 처세술류의 책이 수없이 쏟아져나온다.
그러나 기실 어떤 사람이 갖고 있는 색깔과 목소리를 아주 생생하게 전달하는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저자는 언제나 윤색과 미화의 유혹에 빠지기 마련이고, 윤색과 미화는 대부분의 경우 정작 전달해야 할 생생한 육성을 빛바래게 만들기 때문이다.
윤색과 미화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성공한 사람의 철학은 그가 성공한 진짜 이유보다는 아름다운 이야깃거리로 가득 차버린다.
읽기 좋지만 실행할 수 없는 처세술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 흔한 윤색과 미화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잭 웰치의 육성을 아주 정확하고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최고경영자 잭 웰치는 중간관리자들을 어떻게 움직였는가?”이다.
이 책의 모든 페이지에서, 잭 웰치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결정해서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들을 어떻게 움직일까를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4E 리더십 엿보기 이 책에서 제시하는 잭 웰치의 4E 리더십을 잠깐 엿보자. 성공하는 리더가 가져야 할 첫 번째 E는 에너지(Energy)이다.
에너지는 열정이다.
경영자에게 필요한 열정은 시끄럽거나 현란한 것은 아니어도 된다.
열정은 경영자의 내면 깊숙이에 있는 연료다.
죽은 고등어처럼 조용하고 밋밋한 사람이라도 내면에 열정이 있다면 조직은 활기를 띠게 된다.
성공하는 조직은 경영자가 열정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중간관리자들의 열정을 점화하고 양성할 수 있도록 조직 내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장려한다.
두 번째 E는 에너자이즈(Energize)이다.
경영자는 조직에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는 사람이다.
훌륭한 경영자는 사람들이 도전적이고 자극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확신을 준다.
소수의 목표를 제시해 비전을 명료하게 만들고 사람들이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행동하게 만든다.
세 번째 E는 에지(Edge)이다.
경영자는 항상 모호하고 복잡한 상황에서 결단을 강요받는다.
이때 단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리더십이 바로 에지다.
예를 들면 잭 웰치는 재임기간 동안 1200여건의 기업 인수를 단행했다.
기업 인수는 아무리 단순하고 작은 규모라도 법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매우 복잡한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에게 1천건 이상의 인수가 믿을 수 없는 숫자인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잭 웰치는 “매출을 늘려야 한다”는 한 가지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당시 GE의 입장에서 매출을 빠르게 늘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인수를 통한 기업 규모 확대였다.
결론이 내려지자 다른 문제들은 쳐낼 수 있는 잔가지가 됐다.
이게 바로 결단의 리더십이다.
네 번째 E는 실행(Execute)이다.
앞의 3가지 E를 충족시키더라도, 실제로 계획을 실행시켜 결과를 산출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이야기다.
리더들은 열정을 갖고 에너지를 불러일으키고 결단을 내려야 하기도 하지만, 그 결단이 결과로 이어지도록 실행할 줄도 알아야 한다.
4가지 중 잭 웰치의 육성을 가장 잘 전하는 하나의 E를 고르라면 사실 이 네 번째 E다.
네 번째 E인 ‘Execute’는 사실 나머지 3가지 E의 요약이기도 하다.
에너지, 에너지 불러일으키기, 결단력은 모두 비전에 실행력을 불러넣기 위한 능력이다.
잭 웰치의 강연 마지막 무렵, 한 학생이 비즈니스 스쿨 졸업 뒤 할 만한 유망한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잭 웰치는 컨설팅과 투자은행은 써버린 학비를 보충하기 위한 목적으로 잠깐 일하려는 게 아니라면 절대로 가까이 가지 말라는 충고로 답변을 시작했다.
모든 MBA들이 선망하는 두 직업을 난도질한 이유는 오로지 하나, 그들은 계획만 세우는 직업이기 때문이었다.
어디든 위험한 곳에 가서, 배운 걸 마음껏 써먹기 시작해라. 절대로 안주하지 말라. 그게 MIT MBA 졸업 예정자들을 향한 그의 충고였다.
4E 리더십, 실행의 리더십을 강조한 경영자다운 육성이었다.
잭 웰치와 4E 리더십 제프리 A. 크레임스 지음 김종완 옮김 맥그로-힐 코리아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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