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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
[사람들]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
  • 황보연 기자
  • 승인 2005.08.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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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불매운동으로집값떨어뜨리자!”


“앞으로는주택불매운동을전개할겁니다.
더이상정부가내놓을게없다면국민들이주택을사지않는수밖에없죠.그렇게해서라도집값을떨어뜨려야합니다.


경실련‘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를이끌고있는김헌동(50)본부장의말이다.
오는8월31일,정부가부동산종합대책을발표하자마자운동본부가해산되길바랐다는그는오히려“강도를높여정권퇴진운동이라도벌여야할판”이라며언성을높인다.
김본부장이기대했던공공보유주택의확충이나,민간부문의후분양제도입등은논의조차제대로이루어지지않았다는것이다.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는지난해2월12일출범기자회견을가지면서활동을시작했다.
말그대로폭등한아파트값의‘거품’을빼자는것이결성취지였다.
서울시도시개발공사가상암지구의분양원가를공개하면서,아파트가격에40%정도의거품이존재한다는것이입증되던무렵이다.



정부,소비자위주주택정책시늉뿐


“아파트값폭등은주택경기활성화와분양가자율화등정부의잘못된주택정책에서비롯된겁니다.
노무현대통령이출범초기부터소비자위주의주택정책을펼치겠다고했지만,계속시늉만하더라구요.지난해2월건교부장관이국무회의에서후분양활성화대책을보고하는데,아주소량에한해그것도임기말인2007년에하겠다는거예요.이대로둬서는안되겠다싶어경실련이나서게된거죠.”운동본부관계자들의목소리다.


운동본부에는김헌동본부장말고도10여명의인력들이사안에따라관여하고있다.
그중에서도박완기(41)국장과김성달(34)간사가김본부장과함께운동본부의핵심3인방으로맹활약중이다.
‘거품빼기’에돌입한이후,상시적으로정부의부동산정책을예의주시하며견제해온이들은과연어떤사람들일까.
먼저김본부장은20년가까이건설회사에서일해온건설통이다.
지금도건설정보를제공하는업체를운영하고있다.
지난96년경실련을찾았던것도그동안건설현장의문제를몸소느껴왔기때문이란다.
부실시공의상징인삼풍백화점이무너진이듬해였다.
해외출장이잦았던그는선진국에비해건축비는더비싸면서도건축의질은훨씬떨어지는원인을선분양제에뒀다.
정부관료들을찾아다니면서건축비용은이전보다30~50%까지줄이되건물수명은오래가도록하는방안을제안하고다녔지만먹혀들지않았다.
시민운동화시키지않으면정부가정신못차리겠구나싶었단다.


전청와대경제수석등을지낸김태동금융통화위원이바로김본부장의형이다.
최근들어선형제가나란히부동산문제에대해정부에쓴소리를내면서화제를모으기도했다.
김금통위원은지난6월한라디오시사프로그램에서“노무현대통령이경제관료들의거짓정보에속아폭등을거듭하고있는부동산투기의실체를정확히알지못하고있다”고주장해정부의심기를건드렸다.


박완기국장은지난93년부터경실련에서잔뼈가굵은상근활동가다.
경실련에서시민감시국장을겸임하고있다.
1년이넘게,먹고자는동안을제외한나머지시간을‘아파트’를생각하며보냈다고한다.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는한달에한번꼴로기자회견을열어왔는데,그때마다부동산관련실태나정책제안자료를발표해왔다.
지난해말에는그의손을거쳐간연구자료들이청와대에서정책보고서를작성하는데기초자료로쓰이기도했다.


김성달간사는대학에서도시계획학을전공했다.
주택문제에대한이해도가높은것은물론이다.
막내이니만큼,운동본부에선기자보다더열심히현장을누비며취재를한다.
각기관마다운동본부의활동에필요한정보공개를요청하지만,제대로받아들여지지않기때문에어려움이많단다.


운동본부사람들은“최근1~2년동안온국민이한국의부동산문제에대해집단학습하는과정을겪고있다”고말한다.
그과정에서운동본부의역할도컸다.
초기공기업과택지개발지구의분양원가를공개하라는주장에서시작된운동본부의목소리는이제주택정책전반에걸쳐구석구석까지뻗어있다.
히트를친(?)연구자료들도수두룩하다.
용인동백지구아파트의분양원가를추정해서민간기업기준으로총8294억원의분양이익을챙겼다고폭로했는가하면,판교신도시개발과관련해서도16조원대에달하게될개발이익을분석해내기도했다.
이들은“정부에서이정도의정책자료를충실히내려면아마억대의예산을투입해야했을것”이라고자부한다.


“전체국민의5%가소유하고있는60%에달하는주택을시장에내놓게해야합니다.
집을여러채갖고있으면득보다실이많다는생각을갖게끔하도록정책을유도해야하는것아닙니까.”일하는사람들이일한대가인월급으로자기집을마련하는게가능한구조를만들자는것이‘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의기본취지다.
박완기국장은“5년만에강남아파트가6억8천만원이올랐다”며“연봉3천만원을버는월급쟁이가22년동안한푼도쓰지않고모아야하는돈”이라고말한다.


무엇보다이들은국민의85%는운동본부의목소리에동조할것이라고장담한다.
집없는사람들이45%인데다,집값이오르지않는농촌거주민들15%,그리고도시에살면서도집값이1억원미만이거나거의오르지않는사람들이20%정도여서,이를더하면85%나된다는계산이다.
또주택을투기수단에서주거수단으로돌려놓는일이가능해지려면이들의목소리를모아야한다는생각이다.

하나의정책제안을할때마다경실련내부도들썩거리기일쑤다.
그만큼주요이슈에대해서운동본부사람들은여러전문가들과둘러앉아치열한토론을벌인다.
과거분양가규제의고삐를틀어쥐고있던정부가분양가자율화로돌아선이후모든것이백지위에서새로그림을그려내는과정과같았다는것이다.
민간건설업자의입장에서있지않고,서민의편에서목소리를내는전문가가많지않은것도어려움중의하나였다.
김성달간사는“무엇보다팩트를찾는게가장어렵다”고털어놓는다.
기본적으로건설및주택관련정보를정부가제대로공개하려들지않기때문이라는것이다.
용인동백지구의분양원가를추정계산할때도땅값을파악하기위해토지공사와엄청난신경전을벌여야했다.


운동본부가언론을통해정책제안을펼칠때마다사무실의전화벨소리는쉴새없이울려댄다.
일선중개업자들이전화를걸어와분양가전매금지가시행되는지역인데도불법거래가성횡하고있다는제보를주는가하면,과거정부의부동산정책에관여했던전직관료가이번부동산종합대책에어떤내용이포함돼야하는지역설하기도한다.
대기업건설업체와중소하청업체간의불공정거래에대해하소연하는전화도빠질수없다.
브랜드이미지나관리하고신문에분양광고나내는대기업이엄청난이득을챙기고있다는것이다.



주거문제해결못하면선진국진입요원


운동본부의3인방중김본부장만집을한채갖고있다.
잠실에있는한주공아파트에사는데,집값이10억원으로올랐다.
그역시거품낀아파트에살고있는셈이다.
경실련활동을벌이는그를동네주민들이곱지않은시선으로보는것도이때문이다.
김본부장은“20년간직장을다니면서번돈보다아파트를산이후에오른집값이더많았다”며“이래선사람들이일할맛이나겠냐”고말한다.
거품빼기가왜필요한지몸소체험하고있다는것.

다른사람들은아직집이없다.
평촌에사는박국장은검사인부인과알뜰살뜰모아도월급만으로집한채장만하는것은불가능하다는쪽으로결론을내렸다.
요즘젊은주부들과달리단독주택을선호한다는김간사는우이동의다세대주택에서살고있다.


주거문제를해결하지않으면선진국이될수없다고운동본부사람들은인터뷰내내강조했다.
의식주중에서의생활과식생활은조기에개선될수있지만,주생활을향상시키기위해선많은노력과시간이든다는것.주거비와교육비,한국사회의2대거품을반드시제거해야한다고말하는그들의눈빛에진정함이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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