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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결혼 4년차 오동택·이미영씨 부부
[사람들] 결혼 4년차 오동택·이미영씨 부부
  • 송해란 기자
  • 승인 2005.08.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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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빚내집사야하는강박감아시죠?”


오동택(35)씨와이미영(30)씨는결혼4년차부부이다.
이제막두돌이지난아들을두고있다.
오씨는IT업종에,이씨는식품컨설팅업에종사한다.
오씨의시원시원한인상과이씨의섬세하고꼼꼼한인상이서로썩잘어울리는이들은전형적인도시맞벌이부부다.


두사람은전세5500만원짜리다세대주택에서신혼생활을시작했다.
오씨가가지고있던돈만으로는전세금마련이어려워부모님께절반정도의도움을받았다.
1년후전세금이1천만원올랐다.
둘이번돈으로오른전세금을충당하면서부모님께빌린돈도갚아나갔다.
다시2년후,빌린돈은전부갚았다.
3년동안부어왔던적금도만기가돌아왔다.
기존전세금과적금을합해9천만원이모아졌다.


이들부부는9천만원으로구로동에전세아파트를구했다.
결혼3년만에빚없이자기들만의피땀으로얻은공간이었다.
그러나안도도잠시,입주한지1년이채되지않아걱정거리가생겼다.
주위에서는이들부부처럼빚없이전세살이를하고있는사람이드물었다.
모두들대출을받아서아파트를샀다.
지금처럼하루가멀다하고아파트값이오르는상황에서전세사는것만큼손해보는짓도없다는게공통된의견.두사람에게진지하게충고를하는사람이많아질수록이들의고민도깊어졌다.


이들부부에게는이제1년정도의시간이남아있다.
내년,전세계약이만료되기전에결정을내릴생각이다.
다시전세를알아보는것은문제가되지않지만무리를해서라도집을사고싶는게남편오씨의마음이다.
대출을받더라도지금분위기대로라면시세차익으로이자를보상할수있을것같다.
값이오르기만하는아파트를돈이모아지길기다린후에사려든다면평생내집마련의꿈은이룰수없을것같은불안감에사로잡히기도한다.
주변에서도모두들그렇게해서내집을장만하고있지않은가.

아파트를사려고마음을먹고나니여기저기시세가궁금해진다.
아파트값이어느새이렇게올랐나싶다.
자신이사는구로동만해도평당1천만원이훌쩍넘는다.
아파트단지에는“평당1천만원이하로는팔지맙시다”라는구호가쓰인플래카드가펄럭인다.
두사람은머리를굴려본다.
어차피억단위로대출을받아야할것같은데,이왕대출을받을거라면현재살고있는20평형대가아니라30평대아파트를사야할것같다.
대출이자를보상할수있을만큼의수익을얻기위해서는‘오르는아파트’를사야하기때문이다.


기존전세금에,앞으로1년동안허리띠졸라매고모을돈을합해도지금계산대로라면최소1억5천만원은대출을받아야한다.
그래서이들부부는이자율이낮은대출상품을알아보고있다.
아직은시간이남아있기에조급한생각은들지않는다.
모기지론을이용해볼생각이다.
아직정확한이자율은모른다.
대략10년동안한달에약150만원씩갚아가는정도로생각하고있을뿐.그정도라면힘들어도할만하다고여겨진다.


아내이씨는아파트를사야한다는남편의생각에동의하지만,내심마음이불편하긴하다.
이제겨우빚으로부터해방되었는데집때문에다시억대의빚을져야하다니.30평형대도분수에맞지않는다는게이씨의생각.세식구가살기에지금같은20평짜리전셋집이면부족할게없지않나.그러나날마다오르기만하는아파트값에불안감을느끼는건남편과매한가지.정말이지아파트값이좀떨어졌으면좋겠다.
아니,최소한오르지않는다는보장만있어도좋겠다.
그렇다면지금처럼전세로살면서차곡차곡돈을모아무리없이집을살수있을텐데.

그나마두사람은맞벌이를하고있어다행이다.
지금상태라면6~7년안에는30평대아파트를살수있을듯하다.
지역은지금있는곳정도면좋다.
강남은다른세상의이야기다.
그러나만일둘째가생긴다면이씨는일을계속하기어려울것같다.
첫째아이도시골에계신친정어머니가키워주셔서맞벌이가가능했다.
남편혼자번다면내집마련은요원해진다.
10년?15년?아마평생가도내집을갖지못할지도모른다.


사실까짓거집이없어도좋다.
집이투자하거나소유하는대상이아니라거주하고이용하는공간이었으면얼마나좋을까.그래서인지임대아파트가탐나기도한다.
그러나아마도우리차례는오지않을것이다.
그래서답답하다.
서울어디를가도아파트가빼곡히들어서있다.
저많은아파트중에내집한채를얻기가이렇게힘이들다니.마음이무거워진두사람은서로를격려하듯손을꼭잡고집으로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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