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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상계동 주민 송지영씨
[사람들] 상계동 주민 송지영씨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5.08.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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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담당자들강남살아강북홀대하나”


‘동북3성’을들어보셨는가.중국내대표적낙후지역인지린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을가리키는말이다.
서울에도동북3성이있다.
강북·도봉·노원구다.
물맑고산세좋고녹음이우거진곳이지만‘집값’에있어서만큼은낙후지역이란딱지를떼지못하는곳이다.


이가운데서도상계동은‘집값요지부동’의대명사다.
하룻밤새수천만원씩널뛰기하는서울강남지역소식도이곳에서만은남의나라얘기처럼느껴진다.
이곳상계동에서12년째살고있는송지영(41)씨에게도예외는아니다.

송지영씨는초등학교6학년인막내딸이갓태어난1994년,남편과함께지금의보금자리인상계동14단지21평주공아파트에둥지를틀었다.
집값이싸다는게이곳을선택한이유였다.
그리고12년째상계동붙박이신세다.
송씨의발목을붙들어맨것도다름아닌,상계동붙박이집값이다.


“처음입주할때주택공사융자금500만원을빼고8천만원에집을샀어요.그런데지금시세가9500만원에서1억1천만원사이니까,물가상승률을감안하면사실상집값이내린거나마찬가지죠.”

송씨는“상계동이공원도많고문화공간이나쇼핑센터도많아살기엔정말좋다”면서“이곳을찾는사람들도집값이뛰지않는것만빼고는전혀불만들이없다”고분위기를전했다.
송지영씨또한12년째상계동에머물렀건만,아직까지사는데불편은전혀느끼지않는다고한다.


그렇다면왜유독이지역만‘부동산광풍’에서멀리떨어져있는것일까.어느새토박이주민이된송지영씨의진단은이렇다.
“상계동은작은평수의아파트가많아요.대체로큰평수가많아야집값이오르는데여긴그렇지않죠.교통도안좋은편입니다.
동부간선도로가뚫려그나마좀나아졌지만,그전에는정말외진곳이었어요.지리적으로도강남이나도심에서먼구석자리죠.”
성냥갑처럼들어선아파트들도집값을붙들어매는요인이다.
“15년전에이곳에공영개발로인해주공아파트들이우후죽순처럼들어섰는데요.그때문에지금은개발을하려해도공간이없어요.재개발을하려해도비용부담이만만찮죠.그러니어느민간사업자가선뜻나서겠어요.결국은정부가막대한재원을떠안고팔을걷어붙여야죠.”

사정이이러니,일단상계동에입성하고나면이곳을벗어나기힘든경우가많다.
“대개이사를할때는사는곳보다큰평수로가는경우가많잖아요.그럼자연스레비용부담이늘어나죠.그런데이곳에서집을판돈으로다른지역의큰평수로이사가려면집값차이때문에간극이더커지거든요.그러니그나마집값이싼이지역을맴돌수밖에요.”

자고나면수천만원씩뛰어오르는강남집값을바라보는시선도그리곱지는않다.
“주민들사이에선‘부동산정책담당자들이강남에거주하니까자기네들사는곳만개발하고강북쪽은외면하고있다’는불만도터져나온다”고송지영씨는귀띔했다.
“그래도10여년이상살다보니,이젠집값에크게신경을안쓸정도로덤덤해지더라”는것이송씨가그나마위안으로삼는점이란다.


송지영씨주변에서도사는동안집값덕을보는일을아예포기한가구도꽤나된다고한다.
“가끔이곳을떠나다른곳으로이사하는이웃들이있잖아요.그가운데조금여윳돈이되는사람들은이곳집을팔지않아요.전세를준다든가해서손에쥐고있거든요.자기네세대엔힘들지만,자식들이라도재개발덕을보지않을까하는희망때문이죠.”

지난6월말,서울시가‘상계동뉴타운건설계획’을발표한이후이지역이한때잠시나마생기가돌기도했다.
하지만송지영씨는“아직은구체적계획이안나와서인지,주변에서큰기대나들뜬분위기는없다”고전했다.
“결국정책당국이공약을얼마나실천하느냐의문제겠죠.정부가뉴타운개발을공공사업으로크게해주든가,그게아니면큰학교를넣어주든가….그러면집값이조금은올라가지않겠어요?”

송지영씨는1년여공부끝에최근부동산공인중개사자격증을땄다.
지금은방학동에있는한공인중개사사무실에일을배우러다닌다.
“이곳사람들은큰걸바라지않아요.집값으로떼돈을벌욕심도기대도없고요.그저물가상승률정도만집값이올라주길바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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