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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임대주택 거주자 김순덕씨
[사람들] 임대주택 거주자 김순덕씨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5.08.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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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좋은데다양한평수임대주택지어야”


환갑을코앞에둔주부김순덕(59)씨는지난7월11일,방3칸에넓은거실이딸린서울당산동의35평아파트로둥지를옮겼다.
아파트를얻는데들인전세금은1억4600만원.서울어느지역을가더라도상식적으로같은돈으로중·대형아파트를구하기란어려운형편이다.
그렇다면김순덕씨는어떻게이‘헐값’에넓은아파트로입주하게됐을까.

비결은그녀가고른아파트에있다.
이번에김순덕씨가입주한아파트는다름아닌,SH공사가처음내놓은중·대형임대아파트인당산동‘SH빌’이다.
모두2개동195세대인데,그가운데25평이38세대,나머지157세대는35평이다.
18평이하의낡고비좁은기존임대아파트를떠올리는이들에게,이곳당산동SH빌은안락함을넘어낯설기조차하다.


지난6월말준공하고7월부터분양에들어간이곳SH빌은국내첫중·대형임대아파트로분양단계부터눈길을끌었다.
50년이상장기임대에분양전환이안되는공공임대주택이란점에서SH빌은새로운실험이었다.
무주택자인청약저축가입자가주요대상이지만,국가유공자나장애인,노부모장기부양자와중소기업장기근속자등에도우선권을준다.
입주권을되팔거나다시전세를놓으면즉시퇴거조치된다.
더구나정부가고질적인부동산투기의해법가운데하나로중·대형임대아파트보급을확대하기로한방침이알려지면서,SH빌은그성패를가름할수있는첫시험무대로더욱관심을모으고있다.


하지만입주한달째를맞는김순덕씨에겐외부반응은관심사밖이다.
입주뒤첫반응은칭찬일색이다.
“나이가들고자식들이장성하면서,없는형편에도좀더넓은집을원하는나같은사람에겐정말좋은곳”이라며입에침이마를지경이다.


김순덕씨도한때는넓은집에서남편과두아들과함께남부럽지않게살았다고한다.
“그런데가세가갑자기기울면서고생이시작됐어요.갑자기거리로나앉을형편이었죠.발이부르트도록뛰어다닌끝에운좋게조그만임대아파트를구할수있었어요.”

그렇게보증금1천만원에월세13만원의신림동18평주공임대아파트에서네가족이4년을살았다.
힘든살림속에서도두아들과고명딸의대학공부까지마쳤다.
자식들이장성하면서학비부담이줄어들었고,온가족이경제활동에발벗고나서면서살림도차츰나아졌다.
좀더넓은집에서노후를보내야겠다는욕심아닌욕심이생겨나기시작했다.
어려운살림속에서도꾸준히납입한청약통장이밑천이됐다.
넉넉지않은돈이마음에걸렸지만,다행히중·대형임대아파트에당첨돼경제적부담을덜수있었다.


“예전18평임대아파트에살때는장성한아들들과부대끼는것도불편한데다친구라도놀러오면여러모로좁고불편했어요.물론,없이살때는그나마도감지덕지였죠.아직도임대아파트에서살게해준정부에는그저고마운마음밖에없어요.”

그러면서도“다양한수요에맞게중·대형임대아파트도계속공급해줬으면좋겠다”는바람은빼먹지않는다.
“한창힘들때는8~9평아파트에서도살아봤는데요.아무리힘든형편이지만,거긴너무작아서네식구는도저히생활이안되더라고요.극빈자를위해적은평수의임대아파트를보급하는일을게을리해선안되겠지만,재정형편이받쳐준다면다양한수요를충족시켜주면고맙겠죠.”

김순덕씨의남편과큰아들은현재사업준비차미국에가있다.
현재는둘째아들과단둘이서살고있으니,집이더욱넓어보인다.
그래서한동안형편상함께살지못했던친정어머니도이참에모시고살작정이란다.


서면앉고싶고,앉으면눕고싶은게사람마음아닌가.그렇다면김순덕씨도좀더욕심이나진않을까.앞으로의계획을물었더니잠깐머뭇거리다“정부에서이아파트를나중에분양을해준다면더바랄게없지만…”이라며슬며시말꼬리를흐린다.
그러더니이내“이곳에서평생을살생각으로그동안넣던청약저축도다끊었다”며마음을고쳐먹는다.


함께만난김이환관리소장은“정부가이참에수요억제책중심의부동산정책에서벗어나,주택을진정한주거공간으로탈바꿈하려는방향으로전환돼야한다”고목청을높였다.
지금처럼변두리를맴도는게아니라,목좋고교통좋은도심알짜공간에중·대형임대주택을건설해수요를유발해야한다는것이다.
바로김순덕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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