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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삶] 해법 없는 괴짜학에 돌을 던져라!
[책과삶] 해법 없는 괴짜학에 돌을 던져라!
  • 백우진/ <포브스> 기자
  • 승인 2005.08.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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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를 주선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많은 남녀가 서로의 정보를 교환한다.
사람들은 자신과 관련한 정보를 얼마나 솔직하게 공개할까. 경제학자 2명과 심리학자 1명이 한 온라인 데이트 주선 사이트 회원 3만명의 정보를 수집했다.
회원들은 평균보다 잘살고 키가 크고 날씬하며 잘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적어도 그들이 스스로 입력한 대로라면. 데이트를 희망하는 사람들 가운데 4% 이상이 연간 20만달러 이상을 벌었다.
일반적인 인터넷 사용자의 경우 그 정도 소득을 올리는 이들의 비율은 1% 이하다.
회원 4명 가운데 3명이 수입을 과장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사이트 이용자들의 키는 전국 평균보다 약 3㎝ 더 컸다.
몸무게의 경우 남성은 전국 평균과 비슷한 반면 여성이 올린 체중은 전국 평균보다 약 10㎏ 가벼웠다.
사이트에 가입한 백인 여성 중 절반 정도가 이성의 피부색은 상관없다고 적었다.
백인 남성의 경우 이 비율이 80%였다.
실제 반응을 분석한 데이터는 딴판이었다.
피부색이 상관없다고 대답한 백인 남성의 90%가 백인 여성에게 e메일을 보냈다.
인종 차이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 백인 여성의 97%가 백인 남성에게 연락했다.
이 분석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이 책은 “우리가 외부에 공개하는 정보와 진실 사이에는 상당히 깊은 골이 있다”며 “이런 현상은 인간관계는 물론 상거래와 정치에서도 흔히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저자들은 정치에서 예를 든다.
1989년 뉴욕 시장 선거에서 흑인 데이비드 딘킨스와 백인 루돌프 줄리아니가 경합을 벌였다.
선거 전 설문조사대로 딘킨스가 시장에 선출됐다.
그러나 딘킨스와 줄리아니의 득표율 차이는 설문조사 결과보다 훨씬 작았다.
조사에서는 딘킨스가 15%포인트 앞설 것으로 나왔지만 실제는 간발의 차이였다.
많은 백인 유권자들이 진보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에 흑인 후보자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거짓으로 대답했기 때문이었다.
범죄나 사회현상 관련 재미 있는 통계 인용 저자들은 “이처럼 우리에게 알려진 정보나 우리가 아는 세상은 가짜”라며 ‘투표 결과가 왜 설문조사와 다른가?’ 외에 다음과 같은 물음을 던지고 뜻밖의 설명을 내놓는다.
교사와 스모 선수의 공통점은? 미국의 인종차별단체인 KKK단과 부동산중개업자는 무엇이 닮았을까? 마약 판매상은 왜 어머니와 함께 살까? 부모는 아이에게 과연 영향을 미칠까? 최고와 최악의 이름이란 있는 것일까? 이 책의 공저자는 저널리스트 스티븐 더브너와 시카고 대학의 경제학자 스티븐 레빗이다.
두 사람은 더브너가 2003년에 <뉴욕 타임스 매거진>의 의뢰를 받아 레빗을 취재하게 되면서 만났다.
레빗의 이야기를 더브너가 글로 옮겨 책이 나왔다.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 결과 사이의 차이를 설명하는데 굳이 데이트 주선 사이트를 인용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 책을 덮고 나서 드는 결정적인 개운찮음은 다른 곳에 있다.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는 말이다.
마약 판매상이 어머니와 함께 사는 이유를 알면 마약 유통을 줄일 수 있나? KKK단과 부동산중개업자의 유사점에 대한 발견이 인종차별을 줄이는 데 기여하나? 이에 대한 대답도 뜻밖이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얻는 성과는 아주 단순하다.
바로 스스로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는 것이다.
” 그러나 아무런 해법에도 이르지 않을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는 능력이 도대체 무슨 소용이람. 레빗에게 있어서 문제는 질문을 던지는 호기심에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다는 게 아닐까. 출판사는 친절하게도 레빗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일화를 소개한다.
레빗이 하버드에서 연구비 지원 프로그램에 지원하고 면접을 볼 때의 일이다.
학자 하나가 물었다.
“나는 자네의 연구를 통합하는 중심 주제가 뭔지 잘 모르겠네. 좀 설명해 줄 수 있겠나?” 레빗은 난처했다.
그 역시 자신의 연구를 하나로 아우르는 중심 주제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아니, 과연 그런 것이 있기나 한 걸까? 후에 노벨상을 수상한 아마르티야 센이 끼어들어 레빗의 주제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레빗이 말했다.
“맞습니다.
그게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 다른 학자가 또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레빗이 말했다.
“그 말도 맞습니다.
그게 바로 제가 연구하는 중심 주제입니다.
” 레빗은 의미 있는 듯한 인과관계도 거론한다.
미국에서 90년대 초부터 범죄율이 감소한 이유는 70년대 낙태 허용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저소득층 미혼모 자녀들이 청소년기에 범죄를 저지르기 쉬운데, 낙태 허용이 그럴 가능성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범죄율 감소에 있어서 낙태 허용이 다른 변수를 능가하는 주된 요인이었다는 주장은 고개를 갸웃하게 하긴 하지만, 상관관계는 수긍할 만하다.
“우리에게 알려진 정보는 가짜다” 그렇다면 낙태를 금지하면 범죄가 늘어날까? 그래서 범죄율을 낮게 유지하려면 낙태를 계속 허용해야 하나? 저자들은 이런 물음이 제기될 가능성을 우려해서인지 “낙태가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범죄 감소 요인이었다는 발견은 말할 필요도 없이 대단히 불쾌한 일”이라고 말한다.
저자들을 대신해 묻고 대답해 주면. 낙태 금지가 범죄 증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낙태를 금지하더라도 원치 않는 임신에서 벗어나는 교육이 잘 이뤄지고 사후피임약 같은 손쉬운 피임방법이 널리 보급되면 낙태 허용과 비슷한 결과를 가져온다.
나만 이렇게 이 책에 대해 비판적일까. 독자들이 인터넷 서점에 올린 ‘솔직한’ 서평 몇 가지를 클릭해 봤다.
“대체 이 책 어디에 괴짜와 어울리는 내용이 있으며 참신한 내용이라도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 “마약 판매책이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부모님댁에 얹혀사는 사실이 왜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말인가. 어떤 책을 읽어도 마음에 동감이 되거나 기억에 남는 대목이 한 군데 이상 있다면 그 책의 가치를 폄하하지 않는 스타일인 저이지만 대단히 실망스러운 책입니다.
휴가를 맞아 구입했고, CEO들이 올 휴가기간 중 읽기를 추천한 책이라고 해서 잔뜩 기대를 한 책이었는데…. 나만 이렇게 느끼는 건지….” “정확히 무엇이 괴짜인지 파악이 안 된다.
물론 이공계생이기 때문에 잘 모른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명백한 사실은 ‘재미없다’는 것이다.
가볍게 청하 한잔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에서 읽었는데 뭐랄까 좀 할 말 없다랄까…. 경제학에 관한 책에서 이름과 부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연구하며 그것으로 지면을 채우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했다.
내 독서능력이 떨어져서 그 관계가 파악되지 않는가 하고.” 괴짜경제학 스티븐 레빗·스티븐 더브너 지음 안진환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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