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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에 울려퍼지는 하락 경고음
증시에 울려퍼지는 하락 경고음
  • 이정환 기자
  • 승인 2005.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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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펀더멘털과 괴리, 미국발 악재 위험도…전문가들, “지나친 낙관론 금물” 광복절 휴일 다음날이었던 8월16일, 종합주가지수는 장중 한때 1137.46까지 치솟았다.
1994년 11월18일의 최고 기록, 1138.75에 1.39포인트 모자라는 주가다.
그야말로 사상 최고가 돌파를 앞두고 시장에는 들뜬 기대와 조바심이 넘쳐났다.
“확신이 필요하다”(대신증권)거나 “서둘러 주식을 팔 필요는 없다”(대우증권), “역사적 순간을 맞이할 것”(키움닷컴증권), “외국인이 주도하는 실적장세에 순응하라”(현대증권)는 등 자기최면을 거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주가는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 뒤 3일 연속 빠지면서 19일에는 1089.88까지 떨어져 장을 마감했다.
불안 섞인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자기최면은 여전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부국증권), “후퇴는 있어도 후회는 없다”(미래에셋증권), “하락 추세 전환 아니다”(우리투자증권), “반등 시도 이어질 전망”(교보증권), “불안할수록 분명해지는 투자 척도”(한국투자증권) 등등. 돌아보면 우리는 늘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주가가 천장을 찍고 떨어질 때 시장의 분위기는 늘 그랬다.
“기대 지나쳐…일단 1000까지 빠진다”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꼽히는 유동원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상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는 시장의 기대가 지나치다고 보고 있다.
“일단 1000까지는 빠진다고 봅니다.
기업들의 실적은 2분기가 피크였습니다.
2분기도 별로 좋지 않았는데 기대가 너무 높게 잡혀 있어요. 절대로 이뤄질 수 없는 실적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3분기 실적이 나오면 실망 매물이 쏟아질 거라고 봅니다.
” 기업들 실적이 안 좋다는 게 아니라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것만으로도 주가에는 큰 충격이 될 수 있다.
유 상무는 기업들의 실적 전망에 판관비 증가가 거의 잡혀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이익은 심지어 지난해보다 40% 이상 늘어날 거라고 잡혀 있다.
수출 전망도 지나치게 높게 잡혀 있다.
배당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홍콩이나 싱가포르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한마디로 아직은 ‘리레이팅’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게 유 상무의 생각이다.
유 상무는 일단 1000까지 빠지는 걸 지켜보고 그때 가서 900으로 낮출 것인가 반등할 것인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900까지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는 일단 이익을 실현하고 1000 언저리에서 다시 사들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다.
1000에서는 더 빠져도 최대 10%의 손실밖에 안 보겠지만 지금은 위험이 너무 크다.
한동안 조정은 불가피하고 냉정하게 그런 현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유동성이 좋은 건 사실입니다.
적립식 펀드 이야기를 많이들 하는데, 그거 다 해봐야 2%도 안 됩니다.
주가가 빠질 때 받쳐주기는 하겠지만 그것만 가지고 주가가 계속 오를 수는 없습니다.
외국인들이 얼마나 계속 사주느냐가 관건이죠. 지금은 기대를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Economy21 사진팀
도이체방크의 스티브 마빈 상무도 유 상무 못지않은 비관론자다.
그는 일찌감치 올해 초부터 한국 시장에서 주식 비중을 낮추라고 경고해 왔다.
1월에는 ‘셀 코리아’라는 섬뜩한 제목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이 보고서의 핵심은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고 서비스부문의 수익성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미국 경기 침체에 따라 수출 전망까지 어둡다는 것이었다.
마빈 상무는 주가가 가파르게 치솟던 7월 말에도 ‘붐의 해부, 분열의 예상’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우리 시장의 펀더멘털을 문제 삼았다.
마빈 상무 역시 유동성이 좋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주가가 펀더멘털에서 괴리돼 있다”고 지적한다.
그의 논리는 이렇다.
KOSPI 주가는 2003년부터 미국의 2년 만기와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을 쫓아갔다.
국내에서는 3년 만기 국채수익률을 쫓아갔다.
미국 경제와 한국 수출, 내수 사이클, 기업이익이 강한 연관성을 갖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지난해 4분기부터 GDP 성장률과 주식시장이 따로 놀기 시작했다.
기업이익의 움직임과도 엇갈렸다.
주가가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유동성에 대한 평가도 다르다.
마빈 상무는 펀더멘털이 따라주지 않는데도 주가가 오르는 것은 미국의 그린스펀이 만들어낸 세계적인 거품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한국의 주식시장이 매력적이어서가 결코 아니라는 이야기다.
기관은 여전히 보수적이고 개인은 여전히 팔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외국인들이 떠나게 되면 시장의 흐름이 바뀔 수 있다.
미국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동반 몰락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주가를 기차에 비유했다.
“달리는 기차의 앞에 서지 마라. 그러나 우리는 그 기차의 연료가 무엇인가 고민해야 한다.
만약 연료가 떨어진다면 그 기차는 멈출 것이다.
” 비관론자라면 모건스탠리증권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이코노미스트 엔디 시에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7월 말 ‘아직 진짜 바닥을 찍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예고했다.
그는 이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가 둔화되면 한국은 이에 따른 타격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며 내년에야 진짜 바닥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앤디 시에는 “한국 경제는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며 “중국 경제가 위안화 절상 영향 등으로 경기 하강 국면에 들어서면 한국 경제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올해 한국의 예상 GDP를 3.8%로 보고 있지만 이를 달성하려면 하반기에 최소한 4.5%의 성장률을 기록해야 한다”며 “이는 현재 수출 하락 추세와 평균 이하의 내수 회복세를 감안할 때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다가올 침체 국면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진:Economy21사진팀
유가 상승, 내수 회복 속도 지켜봐야 굳이 비관론자가 아니라도 우려의 목소리는 곳곳에서 들린다.
다만 그동안 시장의 관심이 온통 낙관론에 쏠려 있었을 뿐이다.
시장의 분위기를 의식해 섣불리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한 탓도 있다.
홍춘욱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몇 가지 전제조건을 둔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제유가의 상승과 내수경기의 회복 속도다.
국제유가가 70달러를 넘어서면 세계적으로 경기 둔화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벌써부터 미국의 대형 할인점 월마트는 판매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내수경기가 구조적인 불황에 빠져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소비자들의 6개월 뒤 소비심리를 반영하는 소비자기대지수가 4개월째 하락하고 있는 것도 그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홍 팀장은 지금 주가가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물론 주가수익비율로 따지면 9.5배 정도로 낮아 보이지만 EV/EVITDA(기업 가치를 영업이익으로 나눈 비율)는 5.7배로 꽤 높은 수준이다.
흔히 EV/EVITDA는 6배를 넘어서면 오버슈팅, 4배를 밑돌면 언더슈팅이라고 하는데 지금 수준은 거의 오버슈팅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홍 팀장은 “지금 국면이 고점이냐 아니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과열 국면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내수가 살아나고 있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국제 유가가 계속 오르고 미국이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릴 거라는 이야기만 나와도 끝장난다”고 강조했다.
김승현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도 과열 가능성을 지적한다.
“올해 들어 KOSPI가 나스닥보다 25% 이상 더 올랐습니다.
과거 기록을 보면 동조화가 붕괴되면 3개월 정도는 추세가 유지되지만 결국은 더 크게 빠지는 경우가 많았죠. 이번에도 5월부터 8월까지 3개월 가까이 KOSPI가 나스닥을 앞질렀습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 거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일찌감치 8월11일, ‘조정이 필요한 4가지 이유’라는 보고서를 내고 국제유가와 환율, 미국 시장의 추가적인 조정 등을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그때만 해도 주가가 가파르게 치솟던 무렵이었고 이 연구위원은 엄청난 항의에 시달렸다고 했다.
이 연구위원은 단기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지 하락 추세로 돌아섰다는 건 아니라고 변명을 늘어놓아야 했다.
여전히 장기적인 상승 추세는 유효하다는 전제 아래 이 연구위원은 올해 들어 세계에서 우리 주식시장이 가장 많이 올랐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우선은 단기적인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이야기다.
“세계적으로 중국과 브라질만 빼고 모두 주가가 크게 올랐죠. 바야흐로 세계적인 대세 상승 국면이라는 겁니다.
가능성은 작지만 만약 미국 시장이 무너진다면 세계적으로 동반 몰락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 가장 큰 걱정은 역시 외국인들의 움직임이다.
모든 조건을 다 감안하더라도 외국인들이 팔기 시작하면 버텨낼 재간이 없다.
주가가 8월16일 천장을 찍고 내려온 이후 3일 동안 외국인들은 3천억원 이상 주식을 내다팔았다.
가뜩이나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외국인들의 매도공세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자칫 주가 1000이 다시 무너질 거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외국인들의 이탈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와 대만, 홍콩 등 이머징마켓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고유가와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미국 시장의 소비 둔화가 추세로 자리 잡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비관론과 낙관론 사이에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기업 실적이다.
수출이 그런대로 호조를 보이면서 매출은 소폭이나마 증가세를 보였지만 이익은 크게 줄어들었다.
거래소시장 532개사의 상반기 순이익은 11.63%나 줄었다.
무엇보다도 핵심 수출산업인 정보기술업종까지 부진을 면치 못해 우려를 더한다.
삼성전자의 순이익이 지난해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등 전기전자업종의 순이익은 62.4%나 급감했다.
증권정보업체 Fn가이드가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은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의 목표주가를 합산해 계산한 종합주가지수 전망은 8월1일 기준으로 1168.65에 지나지 않는다.
목표주가에 이르더라도 지금보다 주가가 크게 오르지는 않을 거라는 이야기다.
그만큼 기업 실적에 비해 지금 주가가 높다는 이야기도 된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애널리스트들이 목표주가만 올리고 기업 실적은 올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한다.
실적은 나아질 것 같지 않은데 목표주가만 높여 잡았다는 이야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리서치센터 팀장은 “모두가 1200, 1400까지 이야기하는데 딱히 주가가 오를 만한 이유를 찾기 어려워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분위기에 휩쓸려 낙관론에 가세하기는 했지만 확신은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는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미국 시장까지 흔들린다면 미래를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다”며 “쉽게 무너질 장은 아니지만 지나친 기대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보면 지금 주가가 변곡점에 이르러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나친 비관론에 빠질 이유도 없지만 맹목적인 낙관론을 경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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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점 매수 기회” 낙관론도 팽팽
낙관론자들은 최근의 조정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본다.
이들은 오히려 조정을 저점 매수의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한다.
이들의 장밋빛 전망에는 나름대로 논리정연한 논리가 서 있다.
이들은 세계적으로 주식시장이 대세 상승의 초입 국면에 들어서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그 어느 나라보다 더 매력적이다.
굳이 짧은 조정에 호들갑을 떨 이유가 없다.
이종우 한화증권 이사(리서치센터장)는 원래 대표적인 약세론자였다.
과거 몇 차례 대세 상승기에 그는 늘 신중론을 펼쳤고 시장은 그런 그를 냉대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전망이 맞아떨어질 때가 많았지만 시장은 늘 약세론보다는 강세론에 열광하기 마련이다.
시장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신념을 지켜왔던 그가 강세론자로 돌아선 것은 낯설고 놀라운 일이다.
그가 강세론을 외친 것은 1989년 리서치 생활을 시작한 뒤로 처음이다.
오죽하면 본인도 적응이 잘 안 되고, 주변에서도 적응이 안 된다고 할 정도다.
“지난해 7월부텁니다.
한 달 정도 고민을 하다가 우리 경제가 구조개편을 끝내고 마침내 바닥을 찍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뀐 겁니다.
” 이 이사는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데 유동성만으로 주가가 계속 오르기 어렵다는 비관론자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먼저 유동성 자체를 부정한다.
“적립식 펀드 때문에 주가가 올랐다고들 하는데 그거 한 달에 3천억원 정도밖에 안 됩니다.
1999년 바이코리아 열풍 때는 하루에 1조원씩 1주일 넘게 들어올 때도 있었어요. 게다가 그때는 시가총액이 300조원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500조원이나 됩니다.
이런 시장에서 한 달에 3천억원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수는 없습니다.
” 이 이사는 우리나라에서 진짜 유동성 장세는 83년 장영자 사건 때밖에 없었다고 지적한다.
경기 회복과 실적 전망이 뒷받침돼야지 유동성만으로 주가가 오르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부터 13개월 동안 주가가 계속 올랐습니다.
어떻게 유동성만으로 이렇게 오르겠습니까. 그만큼 경제의 펀더멘털이 받쳐줬다는 이야기죠. 과거 경험을 보면 시장은 늘 옳습니다.
오를만 하니까 오르는 겁니다.
” 이 이사는 기업실적에 대해서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우리 경제는 이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과거처럼 10%씩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 이사는 성장의 속도는 느려졌지만 지난해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부진하게 보이는 것일 뿐 성장의 추세는 유지되고 있다고 본다.
소비 부진도 마찬가지다.
이 이사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아왔던 가계 부채 문제가 이미 지난해 상반기에 해결됐다고 본다.
지금은 그런 충격이 완화돼 가는 과정이다.
소비 부진은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고 머지않아 반전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라고. 그는 미국 경제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한다.
“부동산 거품이 꺼질 거라고들 하는데 이거 3년 전부터 했던 이야깁니다.
부동산이 하드랜딩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조정이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급격하게 빠지는 일은 없습니다.
주가도 마찬가지예요. 2100 수준이면 과거 고점의 절반도 안 됩니다.
여기서 더 빠져봐야 얼마나 빠지겠습니까.” 그는 외국인들이 떠난다는 주장도 반박한다.
단기 급등에 따른 이익실현일 뿐 주가가 빠지면 다시 들어올 거라는 이야기다.
이 이사는 1050을 그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이 이사뿐만 아니라 낙관론자들은 최근의 조정을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소나기는 피해야겠지만 소나기와 장마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고 있지만 완전히 털고 떠나는 것은 아니라는 관점을 유지한다.
그가 보는 낙관론의 근거는 크게 다음 3가지다.
먼저 외국인들이 파는 종목이 한정돼 있다.
고점 이후 4일 동안 외국인들의 순매도 금액은 3500억원 수준, 그 가운데 삼성전자와 삼성중공업, 한국전력, 하나은행 등 4개 종목이 2888억원에 이른다.
각각 이익을 실현할 만한 개별적 사유가 있었고 딱히 포괄적인 시장 이탈로 보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관련 해외 뮤추얼펀드에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자금 유입은 15주 연속 계속됐다.
하반기 실적 전망을 봐도 굳이 외국인들이 떠날 이유가 없다.
오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유가가 오른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수요가 뒷받침된다는 걸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증권은 하반기에는 세계적으로 소비가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정환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발 더 나아가 “유가 급등이 반드시 주가 하락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논리를 편다.
실제로 99년의 경우 유가가 200% 이상 올랐는데도 주가는 오히려 뛰어올랐다.
금리도 4.75%에서 6.50%까지 뛰어올랐지만 주가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결국 주가를 움직이는 핵심동력은 기업실적이고 미국이 망가지지 않는 이상 하반기에는 수출 기업들을 중심으로 실적이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정재익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주가의 움직임을 ‘글로벌 밸류에이션 수렴 현상’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주가수익비율은 6.2배에서 올해 7월 기준으로 8.4배까지 올랐습니다.
이 정도는 결코 높지 않아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낮은 수준입니다.
올해 들어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은 이처럼 주가수익비율이 세계적으로 상향 동조화하는 흐름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의 조정을 장기 상승 추세에 수반되는 건전한 조정이라고 본다.
이 연구위원은 기술적 분석을 바탕으로 장기 추세뿐만 아니라 단기적으로도 상승 추세는 꺾이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1080 언저리에서 하방경직성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김민성 부국증권 연구원도 최근의 조정은 자연스러운 매물 소화과정일 뿐이며 오히려 조정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으라는 입장이다.
허재환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이른바 ‘차이나 효과’에 주목한다.
중국의 수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와 일본 등 아시아 나라들에서 특히 소재 관련 산업의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머징마켓의 지수는 이미 94년의 고점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계속 오르는 것은 중국을 중심으로 성장의 추세가 계속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허 연구원은 “국제 유가나 금리가 걱정스럽긴 하지만 기존의 상승 논리는 여전히 건재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낙관론자들은 내수 경기가 이미 바닥을 쳤다고 본다.
경기선행지수는 이미 4월부터 바닥을 치고 오르고 있고, 도소매판매도 3월 이후 4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설비투자가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내수가 완만하게나마 살아나고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내수경기를 굳이 지난 2년과 비교하지 말라고 지적한다.
“과거와 비교하면 지금은 다 팔아야 됩니다.
지금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지난 2년이 비정상이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내수는 이미 바닥을 쳤고 분명히 좋아지고 있습니다.
대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그만큼 경기에 대한 기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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