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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그 다음] 나를 붙드는 마음의 족쇄
[보도 그 다음] 나를 붙드는 마음의 족쇄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5.08.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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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권력의가장은밀한부위에서흘러나온비밀문건때문에온나라가한달이넘도록들썩이고있다.
애당초‘불법정치자금제공을위한언론사주와재벌기업의검은커넥션’으로초미의관심사를모았던이른바‘안기부X파일’은,국가기관의광범위한불법도청사실이알려지면서본말이전도돼‘불법도·감청의몸통과깃털’로변질되는조짐이다.


여기에가장내밀한곳에서이뤄진검은밀월관계를엿들은비밀자료가200여개가넘는것으로조사결과밝혀지면서,나라전체는마치벌집을들쑤셔놓은형국이다.
숙원이었던노벨평화상을받았던고명한전직대통령에까지불똥이튀었고,어르신은속앓이끝에병상에드러누워버렸다.
이참에낡은정보활동행태를털고가자던정보기관이화들짝놀라달래기에나섰고,정부당국도두손빌며‘어르신네어르기’에동참했다.
물꼬인‘검은커넥션’은어딜봐도거론되지않는다.
참웃긴모양새다.


좋다.
이왕권력기관의감시가화제가된김에,맘먹고일상생활의감시행태를파헤쳐보자.경제주간지아이템으로는어딘가어색하기만한262호커버스토리는이런생각이영글어만들어진기사다.
감시란게어디도청기를설치하고,고성능망원경을들이대는것뿐이랴.전세계가하나의네트워크로묶이고,기술도몰라보게발전한세상인데.어찌보면우리일상사가감시의연속이아닐까.

애당초프랑스의철학자미셸푸코는예의날카로운통찰력과탁월한혜안으로‘스스로를감시의울타리에가두게만드는’권력의작동방식을적나라하게드러냈다.
근대이후국가권력의감시를지적할때마다어김없이등장하는원형감옥‘판옵티콘’얘기다.


판옵티콘의핵심은,감시주체의존재여부는중요하지않다는데있다.
즉,누군가나를정말감시하는지아닌지는중요치않다.
설혹어두운감시탑너머에아무도없더라도상관없다.
어차피감시당한다고생각하는죄수들은스스로통제된행동을하니까.

기사에소개한RFID와CCTV,그리고인터넷실명제를관통하는코드는‘판옵티콘’이다.
나는정말감시당하고있을까.그럴수도,아닐수도있다.
하지만내가감시당하고있을지도모른다고느끼는순간,나는스스로의행동을통제하기시작한다.
그래서텅빈도로를신나게달리다가도이유없이꼬리를내리며슬그머니자동차속도를낮춘다.
더욱슬픈것은,현대사회를살아가려면이런자기통제를어쩔수없이받아들여야한다는우울한인식이다.
그런데,나는정말감시당하고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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