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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돈 풀어 경제 살리기’ 약발 글쎄요
[이슈추적] ‘돈 풀어 경제 살리기’ 약발 글쎄요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5.08.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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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풀어경제살리기’약발글쎄요


지난6월말기준으로국채발행잔액이202조6천억원을기록한것으로나타났다.
국민1인당(총인구4800만명기준)422만원에해당하는엄청난액수다.
물론나라빚이늘어났다는데좋아할국민은없다.
결국은세부담증가로이어지기때문이다.
일부에서는한국경제의든든한버팀목으로꼽혀온재정의건전성이뿌리째흔들리고있는것아니냐는다소성급한우려까지나오고있다.



나라빚200조원대돌파…“선진국보다낮아”


최근국채발행이급격히늘어난데는몇가지원인이있다.
우선공적자금의국채전환문제가걸려있다.
정부는외환위기극복과정에서159조원의공적자금을조성해부실금융기관과부실기업의구조조정에투입했다.
당시공적자금은예금보험공사와자산관리공사가채권을발행하고,정부가이에대해지급보증을하는형태로마련됐다.
159조원의공적자금가운데상환불가능한액수가49조원.정부는이를2003년부터2006년까지매년12조~13조원씩나누어국채로전환하기로했다.
이창용서울대경제학부교수는“공적자금의국채전환은과거에발생한보증채무를확정채무로전환하는것으로이미충분히예상됐던일”이라며“국채전환이모두끝나는2007년부터는국채의증가속도도크게감소할것”이라고전망했다.


환율방어를위해외국환평형기금을늘린것도국채증가를가져온중요한원인으로꼽힌다.
외국환평형기금은환율을안정적으로유지하고투기적인외환의유출입에따른폐해를막기위해정부가직간접적으로외환시장에개입하는데사용하는자금이다.
정부는급격한환율하락을막기위해2002년이후매년외국환평형기금의채권발행한도액을증액시키면서운용규모를3년만에3배가까이늘려왔다.
그러나외국환평형기금의재원이되는외환시장안정용국채는국가채무에는포함되지만재정적자보전용국채와는성격이약간다르다.
외평채의경우,국채발행액만큼국가채권(외화자산)도증가하기때문이다.
다만외국환평형기금의특성상발행금리와조달금리차이로이차손이발생할가능성이높고,이부분은재정부담으로이어질수밖에없다.
박용주국회예산정책처재정정책분석팀장은“정부의무리한환율방어정책을비판하는목소리가있는것은사실이지만,외환시장안정을위한국채발행은불가피한측면이있다”고지적했다.


이처럼공적자금의국채전환과외환시장안정용국채발행등불가피한증가분을제외하면,정부의설명대로최근의국채증가세가그리우려할만한수준이아닌것은분명하다.
또한국채발행이늘어나는것을반드시부정적으로만볼필요도없다.
정부에서필요한재원을조달하는방법은크게2가지라고할수있다.
국채를발행하거나세금을더거두는것이다.
이가운데국채발행은조세부과시발생하는자원배분의왜곡현상없이자금을조달할수있다는장점이있다.
국채발행의확대는채권시장발달의위해서도필요한측면이있다.
싱가포르와오스트레일리아등은재정균형을달성하고있음에도채권시장발전을위해국채를지속적으로발행하고있다.


정부에서는우리나라의국가채무가다른선진국들에비해크게낮은수준을유지하고있다는점을강조하기도한다.
현재우리나라의GDP대비국가채무비율은26.1%로OECD평균인76.8%를훨씬밑돌고있다.
아직은우리나라의재정이비교적건전하게운용되고있다는증거인셈이다.


그러나국채문제와관련해주목해야하는것은외환위기이후재정의역할에대한인식이크게바뀌었다는것이다.
고영선한국개발연구원연구위원은“과거에는경기부양보다재정건전성유지가더중요한것으로받아들여졌기때문에재정을통한경기조절은금기시되는경향이있었다”며“외환위기극복과정에서경기부양을위해대규모재정투입을하면서이러한금기가완전히깨졌다”고분석했다.
98년이후한해도빼지않고추가경정예산안편성이이루어진것이이러한변화를잘보여준다.
옥동석인천대교수는“이제는경기가조금만어려워도정부지출을늘려경기를살려야한다는주장이자연스럽게나온다”며“과연재정확대가경기활성화에얼마나효과가있는지한번쯤따져봐야한다”고지적했다.



경기침체원인,구조적요인서찾아야


최근추경편성을둘러싸고논란이벌어지고있는것도비슷한맥락이다.
정부는경기침체와환율하락등으로4조원정도의세수부족이예상돼이를메우려면추경편성이불가피하다는입장이다.
환율하락이세수감소로이어지는과정은이렇다.
수입원자재의경우,통관단계에서관세뿐만아니라부가세도물리게되는데,원화가치절상으로동일수입품에대한세액이지난해보다감소하게된다.


정부는이번추경의목적이세수결함의보충에있다는점을강조하고있다.
경기부양목적의추경편성이결코아니라는뜻이다.
그러나옥동석교수의해석은조금다르다.
옥교수는“세수가줄어들면그부분만큼지출을줄여야하는데그렇게하지않겠다는것이정부의입장”이라며“추경편성에는정부돈을풀어경기를살리겠다는의도가깔려있는것”이라고분석했다.
이와관련해박용주팀장은“정부에서매년턱없이낙관적인경제전망을토대로예산안을짜고있다”고지적했다.
경제성장률을높여잡으면,세수추계도당연히늘어날수밖에없다.
결과적으로정부의장밋빛경제전망이과도한세수부족사태를불러일으키고있다는것이다.


재정과관련해최근몇년째되풀이되고있는것이‘재정조기집행과추경편성’이다.
재정지출을앞당겨상반기에몰아서집행하고,그로인해하반기에비는부분은추경으로메워온것이다.
이창용교수는“2003년,2004년만해도경기가곧회복될것이라는기대감이강하게작용했다”고진단했다.
경기가바닥을친만큼,정부가돈을풀면경기반등을앞당길수있을것이라고본것이다.
그러나올해들어재정의경기조절기능에대한회의적인의견이부쩍늘어나고있다.
박용주팀장은“그동안재정을통한경기부양을시도해봤지만,큰효과를발휘하지못했다”며“이제는경기침체의원인을성장잠재력하락등구조적인요인에서찾아야한다는의견이설득력을얻고있다”고분석했다.
실제로일본의경우90년대126조엔에달하는천문학적인돈을쏟아부었지만,장기불황에서벗어나지못한사례가있다.
이창용교수는“성장동력이약해진상태에서,단기적인경기부양목적의추경은바람직하지않다”며“재정을쓰더라도기업의투자를촉진해성장잠재력을제고하는장기적인접근이필요하다”고지적했다.


정부의계획대로추경편성이이루어진다면어쨌든국채의추가발행은불가피한상황이다.
그동안추경재원은주로정부예산을초과한세입과예산가운데쓰고남은돈을합친세계잉여금과한은잉여금으로충당해왔다.
그러나올해세계잉여금은1조원에도못미치는데다한국은행역시적자를기록하고있다.
공기업매각등을통한세외수입도기대할수없다.
지난상반기에이미5조7천억원의국채를발행했기때문에,추경편성이예정대로이루어지면올해국채발행액은10조7천억원정도증가할것으로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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