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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외환은행 2조원 국부 유출 사건
[이슈추적] 외환은행 2조원 국부 유출 사건
  • 이정환 기자
  • 승인 2005.08.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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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을 체결했던 그 해 9월26일, 외환은행의 주가는 4650원에 지나지 않았다.
론스타가 인수한 신주가격은 4천원밖에 안 됐다.
그렇게 사들인 주식이 지금은 8월19일 기준으로 1만850원까지 거의 3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지금 주가로 계산해 봐도 론스타의 지분 시가총액은 3조5686억원, 시세차익은 2조1852억원에 이른다.
겨우 2년 만에 무려 157%의 수익을 냈다는 이야기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18일 론스타가 씨티그룹을 외환은행의 매각 주간사로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외국은행으로는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이, 국내 은행으로는 하나은행과 신한지주회사 등이 원매자로 거론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보도와 관련, 론스타나 외환은행, 씨티그룹 등은 모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론스타, 2년 만에 수익률 157% 올려 론스타의 ‘먹고 튀기’는 이미 2년 전부터 충분히 예견된 바 있다.
당시 금감위 회의록을 보면 외환은행의 미주지점과 관련해 론스타가 미국연방은행(FRB)의 감독을 받아야 하는 문제가 논의된다.
실명은 적혀 있지 않지만 금감위 위원 가운데 한 명이 “론스타가 2년 동안 감독을 유예해 달라고 FRB를 설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2년 동안 유예해 달라는 건 결국 2년 안에 이익을 챙겨서 팔고 나가겠다는 이야기다.
이 자리에서는 ‘겨우’ 2년 동안 지분을 매각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논의된다.
결국 그 2년이 지난 지금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매각을 막을 방법은 전혀 없다.
론스타는 아마 엄청난 시세차익을 챙기고도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금감위는 론스타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들어왔다는 걸 알면서도 그 기간을 2년으로 한정하는 것 말고는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다.
당시 론스타가 금융기관의 대주주가 될 자격이 없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매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주목할 부분은 론스타가 얻게 될 2조원이 넘는 시세차익이 과연 어디서 왔느냐다.
기본적으로는 외환은행의 주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지만 깊이 파고들어 살펴보면 외환은행의 실적 호전은 결국 이 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채권, 특히 하이닉스와 동아건설 등의 경영 정상화 덕분이다.
외환은행은 올해 상반기에 646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동아건설의 매각이익이 540억원, 하이닉스의 상각채권 환입이 542억원에 이른다.
이 밖에도 현대건설과 SK네트웍스, 두산중공업 등 투자자산의 평가이익을 모두 더하면 무려 1조6559억원에 이른다.
론스타는 일찌감치 외환은행 보유자산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들어왔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 말은 2년 전 외환은행 매각 당시 투자자산에 대한 평가가 턱없이 낮게 매겨졌다는 이야기가 된다.
여러 정황을 살펴보면 2년 전 금감위는 외환은행의 부실 규모를 부풀려가면서까지 이 알짜배기 은행을 헐값에 팔아넘기려고 안달을 했다.
굳이 자격요건도 안 되는 론스타에게 편법을 써가면서 서둘러 팔아넘겨야 했던 배경은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그만큼 외환은행의 부실이 심각하고 급박한 지경이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해 10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무효 확인소송을 낸 바 있다.
금감위는 당시 론스타의 실체를 알고 있었거나 알고도 묵인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론스타 같은 사모펀드는 투자기간이 결코 길지 않다.
길어봐야 5년이고 짧게는 1년도 안 되는 경우도 있다.
금감위가 이런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다.
2년이라는 제한을 두기는 했지만 2년이 지나면 재빨리 이익을 챙겨서 털고 나갈 게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결국 우리는 엄청난 국부 유출을 두고도 손가락만 빨고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됐다.
금감위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론스타가 매각을 서두르는 이유는 또 있다.
일단 외환은행은 올해 2분기에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데다 주가도 이미 최고 수준으로 올라 있다.
게다가 이 은행의 실적은 올해를 고점으로 찍고 하향 추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삼성증권의 추정에 따르면 외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올해 1조1580억원에서 내년에는 7780억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2007년에도 807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론스타로서는 굳이 매각을 미룰 이유가 없는 셈이다.
올해가 그야말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상황이다.
외환은행이 사실상 정부 소유 은행이었다는 부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매각 이전에 외환은행의 대주주는 수출입은행이었다.
수출입은행은 1999년 4월과 2000년 12월 외환은행의 유상증자에 2차례 참여, 7360억원을 출자했는데 이 돈은 모두 한국은행이 댔다.
수출입은행과 한국은행의 지분은 각각 10.67%와 32.50%, 더하면 모두 43.17%가 된다.
당시 수출입은행의 인수가격은 평균 6479억원이었다.
그런데 이 주식을 론스타는 5400원씩에 사들인다.
결국 한 주에 1079원씩 모두 333억원의 손실을 본 셈이다.
부질없는 일이지만 지금 주가로 계산하면 한 주에 5450원씩, 모두 1681억원의 손실을 본 셈이다.
이 손실은 모두 우리 국민들의 세금에서 나갔다고 볼 수 있다.
신주 발행의 간접 손실까지 계산하면 손실 규모는 엄청나게 불어난다.
금감위 헐값 매각 의혹 금감위는 정부 소유 은행을 헐값에 팔아넘기려고 안달을 했고 론스타는 이 은행의 자산을 2년 만에 남김없이 약탈해 갔다.
매각과정을 놓고 숱하게 많은 의혹이 제기됐지만 그 구체적인 내막은 전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강원 당시 외환은행장은 굿모닝신한증권의 사장을 거쳐 20조원의 외환보유액을 운용하게 될 ‘국영 투자회사’, 한국투자공사의 사장으로 옮겨갔다.
졸속 매각과 국부 유출의 책임을 져야 할 그는 여전히 탄탄대로를 밟고 있다.
이 전 행장뿐만 아니라 외환은행의 매각과정에는 이른바 이헌재 사단으로 불리는 재경부 인맥이 곳곳에 얽혀 있다.
외환은행의 매각은 단순히 한 은행의 소유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 세계화 시대 투기자본에 대한 우리 정부의 무지와 도덕적 해이를 드러내는 한 단면이다.
정부는 론스타가 얻게 될 천문학적 이익의 실체와 그 배후를 명백히 가려내야 한다.
그게 또 다른 국부 유출을 막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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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의 새 주인은 누구?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외환은행의 자산 규모는 72조7천억원에 이른다.
국내 은행 가운데 누구든 외환은행을 인수·합병하게 되면 단숨에 국내 최대의 은행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당연히 외환은행의 매각은 올해 은행권 최대의 관심사가 됐다.
하나은행은 공개적으로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표명했고 우리은행과 신한금융지주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외국 은행으로는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이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론스타의 지분 평가액은 3조5686억원.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고 2대와 3대주주인 코메르츠방크와 수출입은행의 지분까지 포함하면 매각가격은 5조원을 훌쩍 넘어설 수도 있다.
외환은행의 최근 놀라운 실적을 감안하더라도 결코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아마 국내 은행이라면 단독으로 인수하기보다는 해외 파트너를 끼고 공동 인수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서는 하나은행이 가장 유력한 후보다.
하나은행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외환과 카드부문에서 외환은행이 강점을 갖고 있는 데다 은행산업 재편을 고려할 경우 어떻게든 규모의 경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하나은행의 내부 유보금은 2조원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외부 자본을 끌어들이거나 공동 인수하는 방식이 아니라면 단독 인수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하나은행은 일찌감치 테마섹 등 외국 자본에 공동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자본 동원력에서는 하나은행보다 우리은행이나 신한금융지주가 더 유력하다는 관측도 있다.
무엇보다도 매각과정에서는 하이닉스를 비롯해 1조6천억원에 이르는 투자자산의 정산이 첨예한 신경전을 불러올 전망이다.
론스타로서는 당장 이익을 실현하고 싶겠지만 하이닉스만 해도 2007년까지 매각제한이 걸려 있다.
이 투자자산은 론스타에게는 미실현 이익인 셈이다.
론스타는 어떻게든 이 미실현 이익을 매각대금에 포함시키려고 할 것이고 원매자쪽에서는 최대한 가격을 깎으려고 할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이준재 연구원은 “일단 경영권 프리미엄을 미리 주고 투자유가증권의 평가이익에 대해서는 사후 정산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런 조건이 맞지 않으면 매각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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