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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뚜앙떼리요르] 중독 조직, 중독 사회
[푸뚜앙떼리요르] 중독 조직, 중독 사회
  • 강수돌 고려대 교수
  • 승인 2005.08.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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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이론이란게있다.
원래는알코올중독자의행위를연구하다가그러한행위원리가다른영역에서도본질상그대로발견된다는데서착상된것이다.
예컨대알코올중독자는매일술에찌들어살면서도자신이알코올중독임을인정하지않는다.
게다가갈수록알코올도수를높여야술기운을느끼고약효를본다.
만일술을끊으려하면손이떨리거나마음이불안해지는등금단현상이나타난다.
나중에는금단현상이두려워더욱술을사랑하거나견딜수없는현실적고통을잊기위해더깊이술을사랑한다.
마침내스스로조절이어려워지고몸과마음이치명적으로된다.


이러한중독행위자의원리를조직에적용하면중독조직론이되고사회전반에적용하면중독사회론이된다.
예컨대한회사나조직조차마치알코올중독자처럼움직인다.
또한한사회도그렇게느끼고생각하고행동한다.
물론그속에속한사람들개개인이그렇기도하고조직적,사회적결정들과시스템전체가그렇게움직이기도한다.
나는우리마을(충남연기군조치원읍신안1리)의고층아파트건설사업(15층짜리15개동)에반대하는운동을반년남짓하면서이런중독조직론과중독사회론이현실적설득력이있음을느끼고있다.

첫째,당초에“고려대와홍익대사이의경관이양호한미개발지역으로저층중심의개발을유도하기위해”1종일반주거지역(4층까지건축가능)으로지정하려던계획이,“지주들의재산권행사와마을발전”이라는명분을내세우며2종일반주거지역(15층까지건축가능)으로바꾸기위해15층아파트단지를만들어500억원이상의순수익을올리려는업자들과전이장이7명의주민들의도장을도용해허위민원을올렸던것임이만천하에드러났다.
그런데도전이장과아파트업자들은“아파트가와야마을이발전한다”며자기기만을하면서버젓이마을을활보하고있다.
자기잘못을인정하지않고오히려그것이진리라는듯이떠벌리는것,이건중독행위의특징중하나다.


둘째,연기군과충남도라는조직의행위다.
담당공무원과책임자들은“2종결정은원래2종으로간주하던것을2종으로확정한것뿐”이라며“결코1종을2종으로바꾼것이아니다”라고말한다.
그러나2002년말과2003년8월2차례에걸쳐연기군에서1종지역으로하겠다고공람공고까지내어널리주민들에게알린사실과2004년3월에는충남도청에최종확정해달라고공문을올린사실은무엇인가?그런공문을올린지3개월,그리고2차공람공고나간지9개월만에전이장이주도한허위공문(아파트사업을하기위한토지용도변경)을연기군이접수해준것은무엇이며,그런허위서류를근거로2종으로확정해준충남도는무엇인가?국민의세금으로행정하는사람들이그런중대결정을하루아침에바꾸는것은올바른가?그렇게엉터리같은결정을하고도지금문제가불거지자“엉터리결정이라하는것은전혀근거가없는것”이라고부정하는것이야말로중독조직의특성이아닐수없다.


셋째,앞의아파트사업계획이구체적으로착수되기도전에,또토지매입이되기도전에충남도로부터교통영향평가를받았고‘조건부통과’가된사실에나는깜짝놀랐다.
그런데더욱놀란것은1051세대가입주할아파트단지에차량보유대수증가가전체로1년에1대꼴로예측된것이다.
담당국장을면담한자리에서“이것이말이나됩니까?”라고묻자“아,그건아마오타일거예요.”라고답했다.
한마을의운명을좌우할아파트단지계획에대해교통량예측이축소조작된것이분명한데도“오타일것”이라는말로위기를모면하려한다.
정말오타라면오타임에도심의에서통과시킨위원들의자질에문제가있고,축소조작을알고도인정한것이라면유착의혹이생긴다.
지금까지책임있는당국자중어느누구도“교통영향평가가잘못되었으니다시하겠다”고솔직히밝히지않았다.
최근에는“평가가통과된것은이미오래된일이고,전문가들이실시한심의결과에비전문가가왈가왈부하는것은적절치않다”는답변을보내왔는데,스스로했던말을뒤집을뿐만아니라거짓을거짓으로써돌려막기한다는점에서전형적인중독조직특성을드러낸다.


단언하건대,이런사례는전국의아파트건설현장이나대형건설현장에서비일비재한일이다.
또이런기만과조작,부정과부인,합리화와정당화등중독행위자의특성또한보편적이다.
한국사회가진정진일보하려면과거와현재의잘못을솔직하게드러내고고백하고참회한바탕위에서새로운화합과대안을모색해야한다.
그렇지않으면아무런희망이없다.
갈수록‘진흙탕속,개싸움’만있을뿐이다.


강수돌 고려대 교수 ksd@korea.ac.kr
1961년생. 경영학(노사관계)을 공부하면서 돈의 경영학이 아니라 삶의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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