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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편의점 업계 특명 전국 방방곡곡서 실핏줄을 이어라!
[특집] 편의점 업계 특명 전국 방방곡곡서 실핏줄을 이어라!
  • 황보연 기자
  • 승인 2005.08.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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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둔화 조짐 곳곳서 포착…동네 상권 장악 초점, 정가제 허물기 등 새 실험 분주 편의점의 원조격인 일본과 비교해 보면 사실 아직 성장의 여지는 있다.
인구당 점포수를 살펴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인구 5948명당 1개꼴로 편의점이 들어서 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약 2천명당 1개꼴인 것을 감안하면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자영업이 전반적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편의점 창업이 그나마 실패 확률이 적다는 점도 이런 분위기에 가세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편의점이 창업 후 1년 안에 폐점되는 비율은 2.9%로, 다른 자영업의 경우 실패율이 이보다 6.8배 정도 높은 것과 견주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이런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이미 성장 둔화의 조짐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업계의 매출성장률이 급격히 꺾이고 있다는 점에서 보여진다.
한국편의점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20.8%, 26.8%, 46.8%로 올라가던 매출성장률이 2003년 26.9%로 꺾이더니 지난해에는 14.5%에 그쳤다.
일 평균 매출액도 감소하고 있다.
2003년에 166만원에 이르던 편의점의 일 평균 매출은 지난해 154만원으로 떨어졌다.
사진:이주노 기자 jooroad@economy21.co.kr
매출성장률 꺾여, 일 평균 매출도 감소 올해 역시 이런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올해 12.8%의 매출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덕우 한국편의점협회 과장은 “소비경기의 회복속도가 느리게 진행되면서 업계의 경영여건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각 업체들이 빠른 속도의 성장보다는 내실경영을 도모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편의점의 점포수가 대체로 업체별로 1천개를 넘기고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서 이전과 같은 비약적 성장을 기대하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2000년 이후 무리한 점포 확장으로 경영 고전을 겪어온 세븐일레븐이 최근 2년간 점포 폐점 장려책을 들고 나왔던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읽혀지는 대목이다.
본격적인 편의점 구조조정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2002년 말 현재 1401개 였던 점포수는 올해 8월 현재 1207개로 줄었다.
이런 구조조정에도 불구, 세븐일레븐은 여전히 고전을 겪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는 롯데그룹이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을 살리기 위해 우량 계열사에서 자금을 동원한다는 비판에 휩싸이기도 했다.
대기업형 편의점의 수익배분구조에 불만을 품은 가맹점주들이 ‘나홀로 편의점’(박스기사 참조)에 속속 합류하고 있는 것도 업계를 긴장시키는 요소로 꼽힌다.
편의점의 창업 열기가 이전만 못하다는 것보다 좀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실련이 지난 5월 전국의 편의점 258개 점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95%가 계약이 종료되면 해당 본사와 재계약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본사에 지불해야 하는 로열티와 위약감 등 경제적 부담 때문이다.
본사와 5년 정도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중간에 운영을 포기하면 수천만원씩 위약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적자 점포도 울며 겨자 먹기로 계속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유통기한이 표시돼 반품이 가능한 식품류 중에서 가맹점이 본사에 반품할 수 있는 비율이 10% 이내여서, 가맹점주가 고스란히 손해를 떠안는다는 비판도 일었다.
이에 따라 경실련이 공정거래위원회에 편의점업체들의 약관심사청구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던 것. 다른 업태들이 편의점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다단계 판매업체인 제이유네트워크는 지난 7월 신사동에 편의점형 마트인 ‘제이유25마트’ 1호점을 오픈하고 편의점시장에 뛰어들었다.
올해 1천호점을 출점한다는 것이 제이유쪽의 계획이다.
사진:이주노 기자 jooroad@economy21.co.kr
온라인 주문판매·제휴마케팅 등 분주 편의점업계가 새로운 실험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가장 큰 관심은 정가제를 고수하던 편의점 특유의 가격정책이 어디까지 허물어질 것이냐에 맞춰지고 있다.
편의점은 그동안 손쉽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는 데다, 24시간 운영에 들어가는 고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정가제를 고수해 왔다.
하지만 최근 업계는 할인점 수준의 파격적 가격을 제시하고 묶음판매를 선보이는 등 가격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점포수가 늘고 바잉파워가 세지면서, 가격경쟁력도 갖추겠다는 것이다.
문래동에 위치한 GS25 본점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벌여 2배가량의 매출이 뛰었다.
기호성 점장은 “80개 품목에 대해 ‘원 플러스 원’(1+1) 행사를 벌였고 20~30%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는 품목도 있었다”고 말한다.
아예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가격파괴 1천원 코너’를 상설화시키기도 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지의 입지가 포화상태에 달해 주택가로 편의점이 들어서면서, 타깃 고객층이 바뀌고 있다는 점도 정가제를 허물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전통적으로 편의점의 주요 고객은 20~30대 남성 회사원이었지만, 주부층을 잡기 위해선 가격 인하가 필수라는 것이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 관계자는 “신림남부점이 지난 4월 중순부터 덤행사와 가격할인행사를 본격 실시한 이후 주부고객의 비율이 전체의 6.8%에서 10.7%까지 늘었다”며 “주택가에선 이미 편의점에서 장을 보는 주부들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전한다.
업계 선두 업체들이 자사 브랜드인 PB 상품이나 편의점 전용 상품 등을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훼미리마트는 패스트푸드, 안주류, 일회용품을 중심으로 200여가지 이상의 PB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GS25도 편의점의 업태 특성에 맞게 제조업체와 함께 개발한 상품군 등을 판매해 적잖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안주류인 ‘참 맛나는 세상’의 출시 이후 안주류의 매출이 연간 30% 이상씩 급상승했다는 것. 이런 상품들은 용량을 늘리고 가격은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바이더웨이는 지난 6월 업계 최초로 ‘스타 브랜드 마케팅’을 도입해 ‘현정이 샌드’를 PB 상품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가수 김현정의 건강미를 활용해 웰빙 샌드위치를 출시한 것. 편의점 바이더웨이는 온라인 주문판매를 본격화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기도 하다.
지난 8월 초 바이더웨이는 자사 홈페이지에 온라인 주문판매 서비스 ‘On! Best Buy’를 오픈했다.
현재 내비게이션과 도시락 등을 판매하고 있는 바이더웨이는 “전자상거래로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 신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용카드 3개월 무이자 혜택으로 가격경쟁력까지 갖췄다는 것. 편의점의 마케팅 전략도 한층 정교해지고 있다.
편의점에서 디지털 카메라에 핸드폰, 화장품까지 취급하는가 하면, 일부 업체는 상품 모니터링 전문 요원을 선발해 상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4시간 콜센터를 둬서 고객 서비스를 높이기도 한다.
생활 밀착형 서비스의 강화는 여전히 편의점의 주요 화두다.
생활 서비스는 지난 97년 업계가 공공요금 수납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편의점업계에 촉발됐다.
이후 택배, 티켓 발권, 세탁, 꽃배달, DVD 대여, 사진 인화 등으로 확산돼 왔으며, 우체국 내에 입점해 우체국의 영업시간 외에 발생하는 소포물과 등기 처리 업무를 대행하는 편의점도 생겨났다.
김경환 GS25 비식품팀 차장은 “생활 서비스는 부가매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큰 상품”이라고 말한다.
무리한 출점이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훼미리마트쪽은 신규 점포의 출점을 늘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생활 서비스라는 입장이다.
이건준 훼미리마트 기획실장은 “일본에선 편의점이 생활 및 문화거점으로 인식되면서 주변에 편의점이 있냐 없냐에 따라 주택가격이 달라질 정도”라고 말한다.
이어 이 실장은 “훼미리마트의 경우 230개 시·군·구에 모두 출점하고 있는데, 60%에 그치고 있는 읍·면·구의 출점률을 한층 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밖에 안티 점주들을 껴안기 위한 업계의 노력도 엿보인다.
각 업체별로 본사와 점주 간의 의사소통의 자리를 마련하는가 하면, 홈페이지에 가맹점주 커뮤니티를 개설하는 식이다.
적극적 대화를 통해 상생의 길을 찾겠다는 의도다.
훼미리마트는 3천호점 돌파 기념으로 가맹점주들의 자녀 중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선정해 총 1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일본 편의점업계도 변신 노력 중 한편 일본에서도 편의점업계는 새로운 변신을 꾀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귀띔한다.
이덕우 한국편의점협회 과장은 “일본도 남성 위주의 영업전략에서 탈피, 주부와 노인 등 신규 고객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이 두드러진다”고 말한다.
3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편의점업계의 고민은 점포수가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른 데다 다른 소매 업태와의 경쟁구도가 형성되면서 나왔다.
다른 업태가 편의점 상품들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 따라서 일본 편의점들은 주부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100엔숍을 들여놓는다거나, 야채나 생선, 청과류 등의 신선식품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또 노인층을 공략하기 위해 제품의 양은 줄이고 질은 높인다거나, 도시락 배달도 해준다.
조제약국을 편의점 안에 들여놓는 것도 눈에 띄는 시도다.
이 밖에 10년쯤 뒤에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점원을 둘 필요가 없는 무인편의점이 나올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동네 구멍가게를 없앤 일본 편의점의 활약상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지 관심이다.
카테고리
‘나홀로 편의점’, 곳곳서 등장
위드미 제공
일명 ‘나홀로 편의점’들이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기존 편의점사업을 벌여온 대기업의 브랜드를 과감히 포기한 ‘실속형’ 업체들이다.
가맹형태에 따라 30~70%까지 지급해야 하는 로열티가 없고, 가맹비나 5년 의무계약 해지시 물어야 할 위약금도 없기 때문이다.
‘나홀로 편의점’은 크게 2종류의 형태로 나뉜다.
개인이 단독으로 자본을 투자해서 100% 직접 운영하는 개인 편의점과 중소형 체인본부가 운영하는 볼런터리(voluntary)형 편의점이 그것이다.
볼런터리형 편의점이란 한마디로 가맹조건이 느슨한 체인점이라고 보면 된다.
개인편의점과 운영방식이 거의 비슷하지만, 체인본부의 브랜드를 공동으로 사용하고 상품도 공동으로 사들인다는 데서 차이가 있다.
로열티는 없지만 경영지도 비용으로 월 20만~40만원 정도의 회비를 내야 한다.
대기업형 편의점에 있다가 나홀로 편의점으로 전환할 경우, 일 평균 매출이 15~20%까지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본사에 내는 로열티가 없기 때문에 수익적 측면에선 도움이 된다.
정확한 집계는 알 수 없지만, 현재 중소 볼런터리형 편의점이 전국적으로 500여곳 정도 되고 개인 편의점까지 합하면 1천곳까지 되는 것으로 추산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존 기업형 편의점에선 25~30평 규모에서 24시간 운영하는 소매업을 편의점으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기준으로 보면 집계가 달라질 수도 있다.
한국IGA마트, 인트로마트, 오렌지데이, 위드미, 썬마트 등이 대표적인 볼런터리형 편의점들이다.
이 중에는 점포수 100개를 훌쩍 넘긴 업체들도 있다.
2년여 동안 70호점까지 오픈한 위드미의 최도영 부장은 “대기업형 편의점에 있다가 위드미로 온 점주들이 전체의 30%가량을 차지할 만큼 많다”며 “수익배분에 불만을 품는 경우가 많아서 대기업형은 재계약률이 5% 미만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나홀로 편의점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4년께부터다.
과도한 출점 경쟁으로 대기업형 편의점의 가맹점주들이 기존 브랜드에서 대거 탈퇴한 이듬해다.
이후 2000년대 들어서면서 편의점 운영의 노하우를 잘 알고 있는 대기업 출신들이 중소업체로 옮겨 틈새시장을 노리면서 부쩍 늘었다.
한편 이에 대해 한국편의점협회쪽은 “개인 편의점은 점포 개설 투자비를 본인이 전담해 기회비용이 높아지고 사업 실패시 위험 부담이 훨씬 높다”며 “일본에서도 69년부터 83년까지는 개인 편의점이 우세했지만, 그 이후로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글 = 황보연 기자 hbyoun@economy21.co.kr
사진 = 이주노 기자 jooroad@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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