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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스메모] 밭떼기… 차떼기… 책떼기…
[에디터스메모] 밭떼기… 차떼기… 책떼기…
  • 최우성 편집장
  • 승인 2005.09.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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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에한차례세계적으로이름난프랑크푸르트모터쇼가열리는프랑크푸르트박람회건물.그드넓은공간이전세계수십만권의책으로빼곡히뒤덮이는프랑크푸르트국제도서전은그자체로서하나의스펙터클을이뤄낸다.
마치수십만개의직사각형조각을가지런히포개놓은퍼즐을보는듯한착각을느끼게도한다.
세월이흐름에따라‘책’의외연이넓어져전자책,DVD등‘활자형태를넘어선’손님들도당당히한자리를꿰차곤하지만,어쨌든세계최대규모의도서전인프랑크푸르트도서전은인간이상상할수있는‘콘텐츠’의극한을드러내주는초대형이벤트임에틀림없다.
그곳에서교류되는것은단순히신간도서에관한정보에그치는게아니다.
오히려인간삶의폭과깊이그자체야말로이초대형이벤트의당당한주인이다.
어찌보면밋밋해보이는도서전행사를찾는발길이끊이지않는건이런이유에서인지모른다.


몇해전인가한출판사가차려놓은부스앞을거닐다여느일반인과마찬가지로유유히신간을뒤적이던헬무트콜총리와맞닥뜨린적이있다.
총리직에서물러난지채한달이되지않았던때의일로기억된다.
굳이유명인사를들먹거리지않더라도,프랑크푸르트도서전엔수많은사람들이찾아눈과머리를마음껏채운다.
각종논객들이펼치는살을베는듯한토론이나,이름난작가가혼신껏자신의사상보따리를펼쳐놓는광경을지켜보는일도흥밋거리다.

세계도서거래계약의상당부분이이기간동안이뤄진다는사실에서알수있듯,행사기간동안에는우리나라에서도출판관련분야에종사하는많은사람들이프랑크푸르트로날아간다.
눈에띄는건,이들대부분은으레큼지막한여행가방하나씩을들고행사장을누빈다는사실.텅빈여행가방을끌고다니는이들은다른나라출판사들이준비한도서목록을닥치는대로가방에밀어넣곤한다.
호텔방으로돌아와그날모은도서목록을꼼꼼히살피고나면다음날은해당출판사부스를찾아무작정한국어번역출판계약을체결하는순서가기다리고있다.
밭떼기,차떼기에이은,일종의‘책떼기’다.
일단계약을맺어놓아야다른출판사에판권을넘기거나,적어도다른출판사에서먼저번역서를내는일을막는게가능한탓이다.
세계최대프랑크푸르트도서전이우리에게다가오는또다른모습가운데하나다.


세계문화올림픽이라불리는프랑크푸르트도서전의꽃이라할주빈국행사.매년하나의나라를정해그해행사의테마를삼는일이다.
올해행사의주빈국이바로대한민국이다.
국내에프랑크푸르트도서전주빈국행사조직위원회가꾸려져활동을하고있는건이때문이다.
주빈국으로선정된나라는전세계에서온수많은사람들에게그나라가보여줄수있는문화적역량의최대치를선사해야만한다.


어느덧우리나라의위상도무척높아져올해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선우리의전통문화,영화,남북문제관련학술행사이외에도IT,BT등세계의눈길을끌만한‘상품’들이차근차근준비되고있는모양이다.
부디올해행사에선큼지막한여행가방을끌며이리저리쏜살같이몰려다니는,한국의출판현실이한단계업그레이드되는모습을발견하게되길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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