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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뚜앙떼리요르] 원숭이 재판
[푸뚜앙떼리요르] 원숭이 재판
  • 임현우/ 경영컨설턴트
  • 승인 2005.09.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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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7월의무더운여름에미국남부테네시주의검찰은수업시간에“신에의한창조를부정하거나,진화를인정하는어떤이론도가르쳐서는안된다”는테네시주의법률을위반했다는이유로데이턴의고등학교과학교사존스콥스를기소했다.
지금이야이런시대착오적인법률이있었다는것이믿어지지않겠지만,1920년대미국남부의오클라호마,테네시,미시시피,아칸소등의남부의대다수주의법률에의하면,공립학교에서의진화론교육은금지되어있었다.
이재판은소위‘원숭이재판’으로불리며,전미국인의관심속에1주일간진행되었다.


이재판은그중요성에걸맞게미국의대표적인인물들이참여했다.
법정에선스콥스를대변한것은미국의유명한형사법전문변호사인클러랜스대로였고,원고를대표한것은대통령후보로3번이나나섰던민주당의윌리엄제닝스브라이언이었다.
그리고이재판의중요성은한작은소도시의교사의유무죄판결을넘는거대한것으로인식됐다.
브라이언은“진화론이승리한다면,기독교는파괴될것”이라고주장했고,대로는“이재판은스콥스에대한재판이아니라,문명에대한재판”이라고응수했다.
수많은청중과전미국에서몰려온기자들의소동속에서진행된이재판은마지막날대로가검찰측대표인‘종교전문가’브라이언의증언을신청하면서절정으로치닫는다.


종교적신념에확신을갖고있었던브라이언은증언을수락해이제증언대에앉고대로와브라이언의직접적인논쟁이이루어졌다.
대로는태양을멈춘여호수아,노아와대홍수,에덴동산에서의아담이받은유혹,그리고천지창조에대해서브라이언에게질문을퍼붓는다.
브라이언은“성서에쓰여진것은하나도빠짐없이그대로받아들여져야만한다”는초기의주장에서멈칫멈칫뒤로물러서다가,대로가성서를모독하고있다고비난하며,“나는성서를믿지않는이자가,테네시주의법정을이용하고있다는것을전세계에알리려고증언대에선것”이라고항변했지만,결국그는법정의우스갯거리가되고말았다.
그리고뉴욕타임즈는“전설적인인물브라이언은이날증언을통해완전히파괴됐다.
그는가련한모습으로흠씬얻어맞은전사와같은모습이었다”라고묘사했다.


그렇지만,매주교회에나가는착실한신도들로구성된배심은스콥스에게유죄판결을내리고스콥스는100달러의벌금형을선고받는다.
그후테네시주대법원은이재판의결과를번복시켰다.
그리고시간이흘러가며,이제누구도과학교육시간에진화론을가르치는것에대해서는,반대할수없게되었다.


하지만이논쟁은가장발달한문명과이성을스스로자랑하는미국에서는아직끝나지않았다.
단한편의학술논문도동료학자들의심사를통과해야하는생물학학술지에게재하지못한,지적설계(IntelligentDesign)라는이름의도그마를‘이론’으로포장하고,초월적존재(이것이신이아니면도대체무엇이란말인가?혹시ET?)에의해생명이창조되었으며,이를종교시간이아닌과학시간에가르쳐야한다는세력이득세하고있다.
이러한종교적반동의힘을이용하여정치적과실을획득하려는전략으로조지W.부시대통령은연임에성공했다.
그리고최근한국언론에서도지적설계주장이심심치않게등장하고있다.
부디한국에서는과학과종교를뒤섞으려는이위험천만한시도가미국에서처럼파급되지않기를희망하면서,독자들에게위의원숭이재판을실감나게재현한영화<신의법정>(InherittheWind)을추천한다.



임현우/경영컨설턴트rcolboy.egloos.com
1967년생.대학에서경제학을공부한뒤기업재무관리시스템컨설턴트로일하고있다.
홍대앞카페에서커피와보드카를마시며수다떨기를유난히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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