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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영화 이보다 다양할 순 없다!
추석 영화 이보다 다양할 순 없다!
  • 박혜은/ 월간 <스크린>기자
  • 승인 2005.09.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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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밀한 멜로를 보고 싶다면 <외출>
외출
사랑은 마치 교통사고 같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맞닥뜨린 치명적인 충돌은 비켜갈 수도, 거부할 수도 없다.
콘서트 조명감독인 인수(배용준)와 가정주부라고 하기엔 아직 젊고 아름다운 서영(손예진)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처음 만난 곳은 소도시 삼척의 어느 병원 중환자실 앞. ‘사랑’ 혹은 ‘불륜’ 이라는 이름의 사고를 친 각각의 배우자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진짜 교통사고를 당해 실려온 병원 앞에서 그들은 배신의 상처를 공유하고, 새로운 사랑 혹은 또 다른 불륜(?)을 시작한다.
<외출>이 일반적인 멜로영화와 다른 점은 ‘불륜’과 ‘사랑’의 무게를 구분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서영과 인수의 흔들리는 마음과 깊어지는 감정은 ‘불륜’이라는 상투적 단어 속에 갇히기를 거부한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슬픈 유행어를 탄생시킨 허진호 감독은 <외출>을 통해 “왜 사랑하면 안 되니?”라고 묻는다.
‘욘사마’ 배용준은 호색한의 미소(<스캔들>)를 지우고 자신의 전공인 부드러운 남자로 돌아왔고, ‘눈물의 여왕’ 손예진은 성숙한 여인의 향내를 증폭시켰다.
이 둘이 빚어낸 ‘농밀한 멜로’의 향기에 취하고 싶다면 강력 추천. 그러나 눈물의 카타르시스를 기대한다면 조금 곤란하다.
그림 같은 액션을 보고 싶다면 <형사 duelist>
형사 duelist
세상엔 사랑해선 안 될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운명은 가혹하게도 그들을 결코 그냥 두는 법이 없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슬픈 눈과 남순처럼. 조선 시대인 듯한 어느 과거, 조정의 혼란을 틈타 위조지폐가 유통된다.
좌포청의 안포교(안성기)와 왈패 여형사 남순(하지원)은 위조지폐의 출처를 캐기 시작하고, 병판 대감(송영창)과 그의 자객 슬픈 눈(강동원)이 사건의 배후에 있음을 알아낸다.
그러나 슬픈 눈을 추적하던 남순은 슬픈 눈과 만나는 순간, 심장이 요동침을 느낀다.
칼을 겨눠야 하는 사람을 향한 야속한 사랑이 시작된 것이다.
쫓기는 자와 쫓는 자가 ‘사랑의 밀어’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서로의 칼이 맞붙는 순간뿐이다.
퓨전 사극이자 액션 멜로인 <형사>에서 ‘챙강’ 하는 날카로운 칼들의 마찰음은 ‘사랑한다’는 격정적 고백과도 같다.
현대무용과 탱고, 선무도가 뒤섞인 독특한 액션 속에서 남녀는 결투하듯 사랑하고, 사랑하듯 결투한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이후 6년 만에 돌아온, 스타일리스트 이명세 감독은 자신의 명성에 맞게 이제껏 본 적 없는 유려한 화면을 선보인다.
특히, 어두운 담벼락 속에서 그림자 놀이하듯 나타나고 사라지는 슬픈 눈의 액션신은 압권. 웬만한 순정만화 주인공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는 강동원의 칼부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러닝타임은 훌쩍 지나간다.
그러나 그림 사이를 메워줄 촘촘한 스토리를 바란다면 영화의 ‘여백’이 지루할 수도 있다.
그저 원 없이 웃고 싶다면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 2>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 2
‘가문의 영광 2’라는 부제는 이 영화가 설명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다.
조폭 집안의 여자와 서울대 출신 엘리트 남자의 좌충우돌 사랑 이야기로 ‘조폭 코미디’의 전성기를 이끌어낸 전편 <가문의 영광>을 고스란히 뒤집으면 <가문의 위기>가 된다.
최고 조폭 조직인 백호파 보스 홍덕자 여사(김수미)는 나무랄 데 없이 잘난 큰아들이자 조폭계의 황태자인 장인재(신현준)을 결혼시키는 것이 마지막 바람이다.
여자 보기를 돌같이 하던 장인재 앞에 첫사랑을 꼭 닮은 김진경(김원희)이 나타나고, 그 둘은 사랑에 빠진다.
그 다음 상황은 예상했던 대로다.
김진경은 조폭 때려잡는 강력계 열혈 검사였던 것. 당혹스런 커플의 황당한 로맨스를 풀어내는 방법은 ‘웃음’뿐이다.
감독과 배우들은 입을 모아 부탁했다.
“너무 많이 생각 말고, 그냥 웃어주십시오.” 그들의 솔직한 바람만큼이나 솔직한 영화다.
유치하고 진부하다고 해도, 폭소가 터져나오는 지점을 명확하게 잡아주는 <가문의 위기>는 자신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한다.
확실히 망가져주는 배우들의 열연(?)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 이제 ‘가수’ 혹은 ‘개그맨’이 아니라, ‘신인 영화배우’라고 불러달라는 탁재훈의 코믹연기가 웃음의 물꼬를 튼다.
김원희와 신현준의 80년대 복고풍 데이트도 백미. 단, 15살이라고는 하지만 아슬아슬 위험수위를 오가는 성적인 농담들은 꽤나 불편하다.
감동의 펀치를 맞고 싶다면 <신데렐라 맨>
신데렐라 맨
고난의 시기일수록, 영웅의 출현을 간절히 고대하기 마련. <신데렐라 맨>은 1930년 대공황기 미국 서민층의 영웅이었던, 제임스 J. 브레독이란 노장 복서의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다.
강력한 오른손 훅으로 이름을 날리던 아마추어 복싱계의 스타 짐 브래독(러셀 크로)은 대공황의 광풍에 휩쓸려 하루아침에 빈민으로 전락한다.
설상가상으로 오른손에 큰 부상을 입고 더 이상 복싱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그는 부두에서 잡역부로 일하며 근근이 생활을 유지한다.
그러던 브래독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주먹이 센 챔피언의 연습게임 상대로 링에 오르게 된 것. 그의 부상을 걱정하는 아내 메기(르네 젤위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브래독은 링에 선다.
밀린 집세를 내고 아이들에게 아침마다 우유와 햄을 먹이기 위해. 부상 당해 힘을 잃은 오른손 대신, 잡역 일로 단련된 돌 같은 왼손을 무기로. <신데렐라 맨>의 기본적인 플롯은 감동적인 가족영화 혹은 전통적인 스포츠 영웅의 재기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화라는 요소만 빼면 좀 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약간 늘어지는 영화를 퍽퍽 두들겨 깨우는 것은 러셀 크로의 연기다.
두툼한 근육을 없애고 홀쭉하게 살을 뺀 러셀 크로는 <글래디에이터>의 막시무스와는 또 다른 인상적인 카리스마 연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늘 하던 대로 ‘입을 샐쭉 내민 귀여운 여인’을 답습하는 르네 젤위거의 연기는 영 시원치 않다.
초콜릿 세상을 경험하고 싶다면 <찰리와 초콜릿 공장>
찰리와 초콜릿 공장
환상적이고 재미있으면서도, 감동적인 로알드 달의 동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스크린 위에 부활했다.
가난한 소년 찰리(프레디 하이모어)는 언제나 달콤한 냄새가 흘러나오는 ‘윌리 웡카’의 초콜릿공장 옆에 산다.
그러나 착하고 의젓한 이 소년이 초콜릿을 먹을 수 있는 것은 1년에 딱 한 번, 자신의 생일뿐이다.
초콜릿 공장의 내부를 상상하며 아쉬움을 달래는 그는 놀라운 소식을 듣는다.
초콜릿 공장의 괴짜 공장장 윌리 웡카(조니 뎁)가 초대권을 찾은 5명의 아이들에게 공장 견학을 시켜준다는 것이다.
기적처럼 찰리의 손에 들어온 초콜릿 공장의 초대권. 그는 초콜릿 공장에서 어떤 꿈을 이루게 될까.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사탕나무 열매가 가득한 숲속을 가로질러 흐르는 초콜릿 강에서 헤엄치는 상상을 해보았을 것이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그 황홀경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놓는다.
초콜릿 폭포, 초콜릿 과자산, 꽈배기 사탕이 열리는 나무와 민트 설탕 풀이 자라는 덤불, 그 속에 숨어 있는 머시멜로 체리크림까지.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어른들의 입 속에도 슬그머니 침이 고일 수밖에. 더 중요한 것은 이 멋진 풍경을 만든 사람이 다름 아닌 팀 버튼 감독과 조니 뎁이라는 사실이다.
기묘한 상상력을 능수능란한 판타지로 풀어내는 팀 버튼과 상상 속에서만 존재할 것 같은 인물의 질감을 생생하게 살려내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는 조니 뎁을 보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짭조름한 팝콘 대신, 혀 위에 녹아내리는 달콤한 초콜릿 한 조각이 눈물나게 먹고 싶다는 것이 이 영화의 부작용. 그러나 7천원의 영화비가 아깝지 않은 공장견학임엔 틀림없다.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고 싶다면 <나이트 플라이트>
나이트 플라이트
비상구가 없는 공간은 그 자체만으로도 공포스럽다.
유독 닫힌 공간을 배경으로 한 스릴러 영화가 많은 것도 그런 근원적 공포 때문이다.
<나이트 플라이트>의 공간은 3만피트 상공의 비행기 안이다.
마이애미의 아버지에게로 가기 위해 비행기에 오른 호텔리어 리자(레이첼 맥아담스). 그녀는 우연히 공항에서 계속 마주친 매력적인 남자 잭슨(킬리언 머피)이 자신의 옆자리 승객임을 알고 반가워한다.
그러나 모든 것은 잭슨의 계획이었다.
킬러인 잭슨의 목표는 리자의 호텔에 묵고 있는 국방부 장관. 리자에게 국방부 차관의 방을 저격하고 좋은 장소로 옮기라고 협박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이애미에 사는 아버지를 살해하겠다는 것이다.
리자는 이 사실을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그곳에서 도망칠 수도 없다.
호러와 스릴러의 장인인 웨스 크레이븐 감독은 비행기라는 좁은 공간 속에 관객을 몰아넣고, 극한의 폐소공포증을 느끼게 해준다.
리자만큼이나 갑갑한 90분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감독이 걸어오는 두뇌싸움에 적극 동참한다면, 영화의 재미를 2배로 느낄 수 있다.
힌트는 리자의 주위를 스쳐 지나간 갖가지 상황들이 모두 직소퍼즐처럼 연결되어 완벽한 그림으로 맞춰진다는 것. 영화의 디테일을 놓치지 않은 관객이라면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맞추는 쾌감을 맛보게 될 것이다.
물론, 여전사로 돌변해 국가와 가정을 지키는 주인공의 예상 가능한 변신을 너그러이 넘어가준다면 말이다.
카테고리 눈물 찍! 콧물 찍! 안방서 즐기는 시네마 베스트 5 어쩔 수 없이 극장 나들이를 포기해야 한다면? 그래도 실망하지 말자. 온 가족이 다과상 앞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극장에선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좋은 영화는 세대의 간극을 뛰어넘는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기 마련. 이 기회를 빌려 가족간의 대화의 장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는 추석 내내 부엌에서 음식 준비에 여념이 없으신 어머니에게 꼭 보여드려야 할 영화 목록 1호다. 억척스런 목욕관리사 엄마(고두심)와 너무 착해서 항상 엄마에게 구박만 듣는 아버지. 나영(전도연)에게 이런 부모님은 애증의 대상이다. 어느 날, 큰 병이 생긴 아버지가 가족 몰래 가출을 하고, 나영은 아버지를 찾아 부모님의 고향인 섬마을을 찾아간다. 그러나 나영이 만난 것은 잘생긴 우편배달부 진국(박해일)을 짝사랑하는 스무 살의 어머니 연순(전도연). 사랑에 서툴기만 한 엄마가 아버지와 맺어지게 하기 위해, 나영이 나선다. 는 내 어머니에게도 박꽃처럼 뽀얀 청춘이 있었음을 기억하게 하는 세상 모든 어머니를 위한 연가(戀歌)다. 가 어머니를 위한 연가라면, 는 아버지를 위한 송가(頌歌)다. 40대 중반의 점잖은 샐러리맨 스기야마(야쿠쇼 고지)는 일본 중산층의 전형적인 가장이다. 마당이 딸린 아담한 집도 장만했고, 예쁜 부인에 귀여운 딸도 있으며 회사에서도 건실한 상사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퇴근 시간 집으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은 어딘가 쓸쓸하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길 전철에서 창밖을 바라보던 그는 댄스 교습소 창가의 한 미모의 여인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다. 댄스 교습소 강사 마이(구사카리 다미요)를 찾아가 다짜고짜 춤을 배우겠다고 나서는 스기야마. 불순한(?) 의도는 춤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옮아가고, 그의 어깨는 활력으로 들썩인다. 춤바람 영화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를 보면 아버지의 지친 어깨 뒤에서 사그러든 열정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은 ‘이혼’이 주는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넘어, ‘가족’의 새로운 의미를 이야기하는 독특한 가족영화다. 잘나가는 사진작가 이자벨(줄리아 로버츠)는 이혼남인 루크와 사랑에 빠지면서 졸지에 두 아이의 엄마가 된다. 하지만 장난꾸러기 벤과 사춘기 소녀 애나의 엄마가 되는 일은 쉽지 않다. 게다가 벤과 애나의 생모인 재키(수잔 서랜든)은 타의 모범이 되는 훌륭한 어머니. 그녀는 과연 멋진 새엄마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는 가슴을 울리는 부정(父情)의 이야기다. 탄광촌의 가난한 아버지는 아들 빌리가 권투 글러브 대신, 몸에 착 달라붙는 타이즈를 입는 것이 못내 못마땅하다. 하지만 아들의 재능을 발견한 그는 주위의 야유를 뒤로하고 아들의 장래를 위해 런던 발레학교 등록금을 모으기 시작한다. 발레리노로 장성한 빌리가 한 마리 백조로 날아오를 때, 뜨거운 눈시울을 훔치는 아버지의 모습은 보는 이의 코끝을 얼얼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역시 부정(父情)의 영화. 노장 트레이너 프랭키(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나이 서른에 복서가 되겠다고 체육관을 찾아온 매기(힐러리 스웽크)를 뜯어말리고 싶다. 하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체육관에 나와 엉성하게 샌드백을 두들기는 그녀의 노력에 감화된 프랭키는 매기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기 시작한다. 어느새, 아버지와 딸처럼 가까워진 두 사람. 하지만 갑자기 예상치 못한 불행이 그들을 찾아오고, 프랭키는 매기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건 최후의 ‘한 방’을 선택한다. 인생과 가장 비슷한 스포츠라 불리는 ‘복싱’을 통해 노장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가족과 사랑에 대한 깊은 성찰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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