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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워라, 론스타의 선진 금융기법
놀라워라, 론스타의 선진 금융기법
  • 이정환 기자
  • 승인 2005.09.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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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금융위기 호재로 황금기 구가…알짜 자산 헐값에 사들여 엄청난 시세차익 론스타는 1980년대 후반 미국 저축대부조합의 부실을 타고 우후죽순처럼 나타난 수많은 벌처펀드 가운데 하나였다.
벌처란 대머리독수리란 뜻으로, 벌처펀드는 경영위기에 처한 기업의 자산을 싸게 사들였다가 나중에 값이 오르면 팔아서 이익을 내는 펀드를 말한다.
1980년대 후반 들어 저금리의 여파로 저축대부조합이 잇따라 연쇄도산을 하면서 미국 정부는 무려 2273억달러를 쏟아부었다.
그때부터 90년대 중반까지 미국은 벌처펀드의 천국이었다.
론스타는 그 틈을 타고 이른바 선진 금융기법을 터득하면서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려나갔다.
지금이야 세계를 넘나들면서 은행 2∼3개쯤 통째로 사고 팔 만큼 규모가 커졌지만 96년에 설립된 론스타펀드 1호는 4억달러 규모에 지나지 않았다.
미국의 연기금과 사립학교 재단, 유럽계 투자자 등 대형 투자기관이 주요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창립자 존 그레이켄 회장은 자금을 끌어모으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시장은 서열 3위인 스티븐 리 부회장이 맡고 있다.
국내 법인으로는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가 설립돼 있다.
스티븐 리 부회장과 유회원 사장은 외환은행 감사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미국의 부실채권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 무렵, 때마침 터진 동아시아 금융위기는 이들에게 절호의 기회였다.
유동성 위기에 쫓긴 기업들의 알짜배기 자산이 헐값에 쏟아져 나왔지만 국내에선 매수 여력이 없었다.
론스타는 그 틈을 잽싸게 파고들었다.
론스타는 1998년 12억달러를 모집해 론스타펀드 2호를 결성하고 아시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이때부터 론스타의 제2의 황금기가 시작됐다.
이미 부실채권시장에서는 골드만삭스나 도이체방크를 앞질렀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내 최대 부실채권 인수주체로 떠오르기도 론스타가 처음 우리나라에 이름을 알린 것은 IMF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12월, 자산관리공사(당시 성업공사)의 부실채권을 무더기로 사들이면서부터다.
론스타는 4억7천만달러(5646억원) 규모의 부동산담보부채권을 원금의 36%인 2012억원에 사들였다.
당시 담보로 잡혀 있던 부동산의 경매가격이 원금의 50~60%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돌아보면 그야말로 알짜배기 투자였던 셈이다.
론스타는 이 거래를 통해 거뜬히 100% 이상의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론스타는 부실채권의 인수에 자산유동화방식을 활용했다.
가상의 서류회사를 만들고 그 회사가 부실채권을 인수하도록 한 뒤 그 채권의 운용수익을 지분비율만큼 주주들이 나눠갖는 방식이다.
론스타와 자산관리공사는 이 서류회사에 각각 70%와 30%씩 지분을 출자했기 때문에 론스타가 실제로 들인 돈은 1409억원에 지나지 않았다.
이렇게 사들인 채권을 실제로 론스타가 얼마에 처분했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론스타는 이 채권을 자회사인 허드슨어드바이저스에 맡겨 운용했다.
허드슨은 나중에 자산관리공사와 공동출자로 허드슨캠코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기업구조조정 사업에도 뛰어든다.
가뜩이나 IMF 직후는 부동산가격이 바닥을 치던 무렵이었다.
헐값에 쏟아져나온 부실기업들과 부동산이 경기 회복 이후 이들 회사를 통해 비싼 값에 되팔려나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론스타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국내 최대의 부실채권 인수주체로 부상했고 자산관리공사와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자산관리공사의 부사장 심광수씨를 론스타코리아의 회장으로 영입한 것은 론스타가 국내 부실채권인수에 한창 열을 올리던 99년 7월의 일이다.
심 회장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외환은행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을 만큼 론스타의 한국 진출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심 회장의 영입 이후 론스타는 자산관리공사의 부실채권을 싹쓸이하다시피 한다.
론스타는 이 같은 방식으로 99년까지 1조6천억원 상당의 부실채권을 사들였다.
조흥은행과 우리은행(당시 한빛은행)을 비롯해 예금보험공사와 상호저축은행협회 등이 론스타와 손을 잡았다.
산업은행과는 KDB론스타라는 구조조정 전문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여기서 짭짤한 재미를 본 론스타는 2000년 11월 22억5천만달러를 조성해 론스타펀드 3호를 결성하기에 이른다.
이 돈으로 론스타는 동양증권사옥과 스타타워 등 알짜배기 부동산을 사들인다.
2001년 6600억원에 사들인 스타타워는 지난해 12월 9천억원 이상에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3년 6개월 남짓한 동안 시세차익이 3천억원 이상이다.
일본과 대만서도 재미…세금 회피 귀재 론스타는 일본과 대만에서도 비슷한 투자패턴을 보였다.
일본 니혼채권은행과 노무라 증권 등으로부터 5조엔 규모의 채권을 매입했던 론스타는 2001년에는 도쿄스타은행을 인수하기도 했다.
대만에서도 1조1920억원어치의 부실채권을 사들인 데 이어 대만제일은행을 인수하는 등 일약 큰손으로 떠올랐다.
아시아시장에서 재미를 본 론스타는 2001년 11월 42억5천만달러를 조성해 론스타펀드 4호를 결성하고 몸집을 키우기에 이른다.
이 론스타펀드 4호가 바로 외환은행의 실질적인 대주주다.
본사 소재지는 미국 델러웨이지만 버뮤다와 룩셈부르크, 벨기에를 거치는 7단계의 출자구조를 통해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룩셈부르크와 벨기에는 우리나라와 이중과세방지협약을 맺고 있어 이들 나라에 본사를 둔 기업은 우리나라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들 나라는 역시 영국과 이중과세방지협약을 맺어 영국령인 버뮤다에 본사륻 둔 론스타펀드 4호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론스타의 국내 진출 전략은 크게 3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처음에는 부동산담보부 부실채권 인수에 열을 올리다가 부동산으로 돌아섰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에는 금융기관 인수에 목을 맸다.
한때 평화은행과 서울은행, 조흥은행 등의 인수에 매달렸다가 실패한 뒤 2003년 외환은행 인수에 뛰어들어 마침내 금융기관의 대주주가 되는 데 성공했다.
올해 10월 지분매각 제한이 풀리면 론스타는 2조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론스타가 금융기관 인수에 매달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은행을 인수하면 부실채권과 부동산을 한꺼번에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외환은행 인수 이후 외환은행이 주채권 은행으로 있는 동아건설과 대한통운의 지분 인수에 뛰어든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가격이 너무 뛰어올라서 중도하차하기는 했지만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통해 이들 회사의 내부 정보를 다른 투자자보다 더 자세히 열람하고 좀 더 우월한 입장에서 입찰에 참여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론스타는 그 명성만큼 인맥도 화려하다.
이른바 재경부 인맥을 비롯해 김앤장법률사무소와 삼정회계법인 등 국내 최고의 파트너들이 론스타와 손을 잡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과정에서 드러났듯 이들의 보이지 않는 손은 곳곳에서 론스타의 뒤를 봐줬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최근 외환은행 매각과정에 관여한 론스타 관계자 20명을 업무상 배임과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무더기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번에 고발된 인사들은 이정재(당시 금감위원장), 김광림, 이인원, 이성태, 이효익, 이태훈, 하성근(당시 금감위원), 이동걸, 양천식(당시 금감위 부위원장), 김진표(당시 경제부총리), 변양호(당시 재경부 금정국장), 김석동(당시 경제정책국장), 정성순(당시 금감원 은행감독국장), 이강원(당시 외환은행장), 이달용(당시 부행장), 존그레이켄(론스타코리아 회장), 스티븐 리(론스타코리아 대표), 유회원(론스타어드아바이저코리아 사장), 앨리스쇼트(미 론스타펀드 부회장), 마이클 톰슨(론스타펀드) 등이다.
이정환 기자 cool@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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