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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응접실/보도그다음]금감원이 진실을 밝혀라
[독자응접실/보도그다음]금감원이 진실을 밝혀라
  • 이정환 기자
  • 승인 2005.10.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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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쓰기 위해 500쪽이 넘는 자료를 뒤졌다.
외환은행과 금융감독원에서 흘러나온 내부 자료들이었다.
의혹의 핵심은 왜 금융감독원이 외환은행의 부실을 과장했는가다.
그리고 그 사실을 뻔히 알고 있었을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은 왜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느냐다.
재정경제부가 금융감독위원회 결정을 앞두고 모종의 압력을 넣은 사실도 확인됐다.
금감위 위원들이 끝까지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했으면서도 매각을 승인한 사실도 확인됐다.
자료더미에 묻혀 지내면서도 결국 그 배후를 끝까지 파헤치지는 못했다.
기사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지만 그래서 못내 아쉽기만 하다.
금감원은 끝까지 함구하고 있다.
기사가 나간 뒤에도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러 자료들을 받아냈지만 모두 결정적인 단서가 빠져 있었다.
국감은 늘 시간에 쫓겼고 의원들은 답변을 듣기보다는 튀는 발언으로 언론의 주목을 끄는 데 더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외환은행의 부실을 추정했던 금감원 관계자는 추후 해명자료를 제출하겠다고 은근슬쩍 빠져나갔다.
나중에 국회를 통해 건네받은 그 자료는 그야말로 엉터리였다.
금감원 은행감독 1국이 작성한 비관적 시나리오를 보면 ‘일반여신 등’이라고 된 항목의 대손충당금이 무려 3438억원으로 잡혀 있다.
중립적 시나리오의 경우 322억원밖에 안 되는 항목이다.
이 자료에는 “과거 4년간 추가 손실경험률 등을 감안”했다고 적혀 있다.
하이닉스 충당금도 무려 1천억원이나 잡혀 있다.
역시 추정 근거로는 “2003년 말 주가 1천원 가정”이라고 적혀 있다.
이 자료가 작성됐던 무렵 하이닉스의 주가가 1만원을 웃돌았다는 걸 돌아보면 역시 터무니없는 전망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해 7월 16일까지만 해도 자기자본비율을 9.14%로 추정해 보고했던 금감원이 겨우 일주일 뒤인 7월22일에는 6.2%로 낮춰 잡아 다시 보고했다는 사실이다.
그 일주일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금감원 자료는 숫자도 정확하지 않고 그나마 앞뒤가 맞지도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에게 거듭 확인을 했지만 “언론에는 밝힐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굳이 추가하자면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산 자금의 출처가 밝혀져야 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그 돈은 외국에서 들어온 게 아니라 국내에서 조달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정치권의 검은 자금이 연루됐을 수도 있고 국내 대기업의 자금이 흘러들어갔을 수도 있다.
적어도 재경부를 비롯해 정치권의 고위관료가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막막하지만 아직도 더 밝혀져야 할 부분이 많다.
기사가 나간 뒤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론스타코리아의 대표 스티븐 리는 돌연 대표이사를 사임하고 외국으로 떠났고 그 다음날 국세청은 론스타에 1천억원에 이르는 세금추징을 때렸다.
탈세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도 했다.
무엇보다도 론스타와 투기적 목적의 사모펀드, 그리고 은행의 공공성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이 확산됐다는 게 가장 큰 성과다.
이정환 기자 cool@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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