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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스메모]부시의 행복
[에디터스메모]부시의 행복
  • 최우성 편집장
  • 승인 2005.10.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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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미국 대통령은 늘 행복해 보인다.
세상이 아무리 고통과 신음소리로 뒤덮여도 그의 얼굴엔 연신 싱글벙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하루에도 수많은 민간인과 병사들이 목숨을 잃는 이라크 전쟁 와중에도 몇 주째 자신의 별장에 틀어박혀 휴가를 보낼 수 있는 것도 그다.
초강력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한순간에 도시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서민과 흑인들을 난민으로 몰아내던 순간에도 그의 여유로움은 다시금 빛났다.
최고 통치자로서 누릴 수 있는 인사권과 관련해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엔 세상을 등진 대법원장 후임과 대법관 후임에 자신과 가까운 측근 인사를 임명한 것을 두고서도 이런저런 말들이 나돌기도 했다.
내년 1월 말 퇴임하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자리를 누가 넘겨받을까를 놓고서도 벌써부터 의견이 분분한 모양이다.
세계의 경제 대통령이라 불리는 이 자리 역시 부시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읽어내는 측근 인사의 손에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큰 탓이다.
유력한 후보 가운데 하나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사람 가운데 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인 벤 버난케도 포함되어 있다.
버난케 위원장 역시 부시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FRB의 이사로 재직 중이던 올해 초, 버난케 위원장은 어느 행사에서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관련해 의미 깊은 연설을 한 바 있다.
알맹이는 미국의 골칫거리인 엄청난 경상수지 적자의 원인은 미국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 한마디로 말해 미국인들이 분수도 모른 채 씀씀이를 헤프게 했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나라 소비자들이 ‘좀스럽게도’ 지갑을 섣불리 열어젖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경제적 논리를 제쳐놓는다 치더라도, 이런 식의 문제제기가 담고 있는 현실적 의미는 분명하다.
바로 부시 대통령의 무분별한 감세정책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폭 확대를 가져왔다는 비난은 잘못이라는 것. 궁지에 몰린 부시 대통령에겐 막힌 속을 한방에 뚫어주는 시원한 청량제가 아닐 수 없다.
부시 대통령의 행복지수를 높여주는 일은 계속 이어지는 모양이다.
올해 9월 말로 끝난 이번 회계연도 기간 동안 미국의 재정적자가 1천억달러 정도 줄어든 것으로 집계된 탓이다.
의회 예산국이 밝힌 바에 따르면, 미국의 2005 회계연도 재정적자는 3170억달러를 기록해 전년도보다 960억달러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섣불리 즐거워할 수만은 없다.
이번 통계에는 미국 경제에 커다란 타격을 입힌 카트리나의 후폭풍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내년도 재정적자가 다시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시의 행복에도 어느 정도 한계는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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