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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FBI·NASA가 벤처투자를 한다?
[글로벌]FBI·NASA가 벤처투자를 한다?
  • 구시영/ 객원기자
  • 승인 2005.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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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통신·신형전지 등 관련 분야 기술 대상…정보기관 호환성 강화 등 효과 거둘 듯

연방수사국(FBI), 국방정보국(DIA) 등 정보기관·군(軍)이 잇달아 벤처투자에 나서고 있다.
그간 세금을 사용하는 데만 익숙했던 미국 정보기관들로서는 분명 새로운 변화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변화를 한발 앞서 이끈 장본인은 중앙정보국(CIA). CIA는 1999년 실리콘밸리에 접근하기 위해 인큐텔(In-Q-Tel)이라는 벤처캐피탈을 설립했다.
인큐텔이 지금까지 벤처기업에 투자한 금액은 정부자금을 포함해 모두 1억3천만달러에 달한다.
투자 대상 기업은 80개 정도이며, 실시간 번역소프트웨어 개발회사와 디지털 지도회사 등이 포함돼 있다.

최근엔 육군과 항공우주국(NASA)도 벤처캐피털 설립에 나섰다.
육군이 관심을 쏟는 것은 전투에서 사용될 수 있는 신형전지 개발분야. NASA는 나노테크놀로지, 로보틱스, 초고성능 컴퓨터 개발업체 등을 찾고 있다.

국방부 산하의 DIA는 올 6월 CIA가 만든 인큐텔을 통해 최초의 투자를 집행했다.
대상회사는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 있는 검색엔진회사인 엔데카 테크놀로지. 벤처기업 투자와 함께 DIA는 투자회사들의 기술을 통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센터를 만들기도 했다.
이를 통해 국방부 산하의 다른 정보기관과도 연결할 계획이다.
DIA가 특히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무선통신, 탐지기술, 외국어 번역 등이다.

인큐텔을 통한 공동 투자는 정보기관 사이의 호환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9·11 테러 이후 미국 정보기관들은 통신의 노후화, 컴퓨터 시스템의 정보처리 능력 결여 등을 이유로 호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9·11 테러 진상조사 위원회는 정보기관 간의 상호 정보교환 실패가 테러 성공의 원인이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인큐텔을 통해 FBI는 상업적 목적으로는 제대로 개발되지 못했던 첨단기술을 발굴할 수 있었다”고 FBI의 기술담당 최고책임자인 잭 이스라엘은 말했다.
올해 CIA, FBI, DIA는 인큐텔에 650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인큐텔에 대한 투자재원은 의회가 CIA, FBI, DIA에 승인한 자금에서 충당된다.

투자성과와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구체적인 자료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질만 루이 인큐텔 사장은 2000년 최초 투자 이후 모두 26%의 누적수익률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인큐텔은 2004년 10월 지도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키홀코프의 지분을 구글에 팔았다.
또 올해 1월 라스베이거스 소재 검색엔진, 리스크분석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SRD의 지분을 IBM에 매각했다.

한편, 이들 정보기관이나 군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벤처회사들 역시 정부와의 연대를 강화할 수 있다는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시티 소재 로섬코프의 스킵 스피크스 사장은 정부의 관료주의 때문에 지난 20년간 정부와는 아무런 비즈니스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2002년 말 로섬코프는 인큐텔을 통해 CIA 벤처자금을 투자받았다.
이 회사는 전파가 잘 닿지 않는 계곡 같은 곳에서 사람이나 차량을 추적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로섬코프와 같은 벤처회사들은 인큐텔을 통해 정부기관을 고객으로 만드는 독특한 창구를 갖게 된 셈이다.

구시영/ 객원기자 hpgoo@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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