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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조명균 통일부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
[이슈인터뷰]조명균 통일부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5.10.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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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은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아침에 들어갈 때하고 저녁에 나올 때가 또 달라요. 그렇게 나날이 새로워지는 모습 하나하나가 큰 보람이지요.” 조명균 통일부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은 지난 1년 동안 개성공단이 변화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이다.
서울에서 차로 가면 2시간30분 거리. 곧바로 가면 1시간30분이면 닿을 수 있지만 아직은 통과절차가 까다로워 1시간 정도 지체된다.
조 단장은 요즘도 1주일에 하루는 이 길을 오고 간다.
현재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는 업체는 모두 15곳. 이 가운데 6개 업체에서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 ‘made in 개성공단’ 제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조 단장은 “생산라인에서 북측 근로자와 남측 근로자가 함께 손발을 맞춰 일하는 모습에서 개성공단의 희망을 발견한다”고 했다.
그는 “북측 근로자들의 생산성이나 근무태도가 예상보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개성공단의 성공모델, 수익모델이 하루빨리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지원단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 = 남측이나 북측이나 이런 형태의 사업을 처음하기 때문에 백지상태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
정부에서도 많은 부처가 개성공단 개발사업과 관련되어 있는데, 부처별로 나뉘어 있어 협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지난해 10월5일 개성공단사업지원단을 만들게 된 것이다.
관련성이 높은 8개 부처에서 파견돼 함께 일하고 있기 때문에 웬만한 일은 여기서 바로 해결이 가능하다.
기반시설 건설이나, 통신, 통행, 통관, 보험, 정부 대출 등 거의 모든 문제를 현장의 개성공단관리위원회 등과 협의해 처리하거나 우리가 직접 지원한다.
- 통신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최우선 과제 가운데 하나다.
남측하고 통신 직접연결이 지연되고 있어서 국제전화를 써야 하는데, 회선이 적다 보니 통화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요금도 아주 비싸다.
게다가 관리위원회에만 전화가 설치되어 있어 입주 기업들이 왔다갔다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미국과 협의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만 해결되면 2~3주면 바로 통신연결을 할 수 있다.
개성공단에 보내는 일부 통신장비에 미국산 기술부품이 들어 있기 때문에 미국의 수출관리규정에 따라 미국측의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
어쨌든 올해 안에는 연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지난 1년 동안을 어떻게 평가하나? =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개성공단은 시작을 했으니 절반은 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는데, 맞는 말이다.
개성공단사업 전체로 본다면 지금은 시범단지가 가동을 막 시작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 1년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인데, 입주업체나 북측이나 서로 협조해서 잘해왔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구체적으로 실행을 해본 상황에서 한번 해볼 수 있겠구나, 성공할 수 있겠구나, 이런 자신감을 갖게 됐고, 북한측도 마찬가지다.
이런 인식을 서로 갖게 된 것이 공장이 몇 개 들어갔느냐 이런 것보다 훨씬 큰 의미가 있다.
- ‘개성공단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나? = 약간의 편차가 있지만 북측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생각보다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근무태도도 처음에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긍정적이다.
과거 공산체제에 있던 나라에서 사업을 해본 기업들은, 그곳 근로자들의 근무태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걱정을 하는 기업들도 있었는데, 막상 북측 근로자들과 실제로 부딪혀보니 근면하고 목표달성의식이나 경쟁의식도 강하다는 반응이다.
생산성 측면에서는 아직도 남측 기업 수준으로 볼 때 50% 이하인 곳도 있고, 조금 일찍 들어간 기업들은 남측의 70% 수준에 이미 육박해 있는 곳도 있다.
임금이나 여러 조건을 고려할 때 북측 근로자가 남측의 70% 수준의 생산성을 내주면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제품을 해외에 수출한 경우도 있나? = 리빙아트에서 멕시코와 유럽쪽에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주방용품을 수출했다.
화장품 용기를 만드는 태성산업도 일본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개성공단에서 만든 제품이 북한산으로 분류돼 특혜관세의 적용을 못 받는 어려움이 있지만, 모든 제품이다 다 어려운 것은 아니다.
제품에 따라서는 특혜관세와 일반관세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것들이 있다.
그런 제품들은 개성공단이 갖고 있는 임금이나 다른 이점으로 관세 차이를 커버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수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해외 수출은 어렵다고 봤기 때문에 주로 내수업종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제품을 가져다 다른 완제품을 생산하는 데 부품으로 납품하거나, 국내 시장에서 판매하는 경우가 아직은 대부분이다.
- 원산지 표기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되나? = 우리측에서도 자유무역협정(FTA)에 이 문제를 포함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북한 스스로가 북미 관계나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개선해 나가고, 북한산 제품이 특혜관세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가장 결정적으로 문제가 되는 곳이 미국 시장이고, 그 다음으로 일본과 유럽연합(EU)시장이다.
하지만 그 사이의 틈새시장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판로가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 너무 단순 노동집약형 산업 위주로만 들어가는 것 아닌가? = 개성공단도 중장기적인 전략과 전망을 가져야 한다.
지나치게 한계 업종 위주로만 들어가는 것은 그런 면에서 문제가 있다.
중소기업들의 수요를 고려해서 우선 그런 업종들이 주로 들어가지만, 동시에 전략 업종들도 일정한 비율로 입주하도록 하고 있다.
1단계, 2단계 사업 때는 그런 업종을 더 확대해서 중장기적으로, 발전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현재 단계에서 개성공단에 적합한 업종은 어떤 것인가? = 시범단지 운영을 통해 현 상황에서 적합한 업종이 어떤 것인지는 대략 나와 있다.
전략물자 문제나, 원산지 문제, 북측 노동력의 기술 생산성을 고려하면 섬유나 봉제, 의류, 신발, 가죽 그리고 손이 많이 가는 마무리 작업이 필요한 시계 등 기계조립분야는 개성에서 생산을 하는 것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거기다 또 하나 우리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북한측에도 어느 정도 산업 연관 효과를 줄 수 있는 그런 업종들이다.
원료를 현지에서 공급받거나, 일부 임가공을 줄 수 있는 형태가 적합하다.
- 개성공단 자체가 브랜드가 될 수 있지 않나? = 올해 전시회에서 개성공단 부스를 만들어서 제품을 소개하기도 했는데, 내년부터는 이를 좀 더 활성화하고 확대하려고 한다.
기업들도 개성공단의 브랜드화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
내년에 입주하는 아파트형 공장에 동대문과 남대문 의류기업들이 입주해 공동 브랜드로 제품을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은 많은 동대문, 남대문 기업들이 중국에 가서 제품을 만들어오고 있다.
그걸 개성으로 돌리게 되면 가격이나 시간 측면에서 유리한 점이 많이 있다.
- 개성공단의 성공 조건을 어떻게 보나? = 기본적으로 개성공단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기업들이 편하고 안정적으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개성공단의 성공모델, 수익모델이 빨리 나와야 한다.
그래야 다른 기업들도 벤치마킹을 하고, 더 많은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투자를 할 수 있다.
인위적으로 개성공단이 좋다, 그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기업들 스스로가 여건을 보고 판단해서 투자하고 싶어하는 그런 공단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글 = 장승규 기자 skjang@economy21.co.kr 사진 = 박미향 기자 blue@economy21.co.kr 약력/ 조명균 통일부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 1957년 서울 출생 1979년 성균관대 통계학과 졸업 행정고시 합격(23회) 1980년 국세청 근무 1981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1984년 통일원 조사연구실 1991년 남북고위급회담·교류협력분과위 수행원 1995년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수석실 1998년 미국 허드슨연구소 객원연구원 2000년 남북경제협력추진위 대표 2001년 통일부 교류협력국장 2004년 통일부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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