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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따분한 박물관은 가라!
[라이프]따분한 박물관은 가라!
  • 정세진/ 자유기고가
  • 승인 2005.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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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력 키우는 데 그만! 별난 물건 박물관 박물관이 지루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면 홍익대학교와 서초동, 2곳에 자리 잡은 ‘별난 물건 박물관’(과학완구 박물관)을 찾아보자. 올해 1월에 개관한 이곳은 흔히 생각하기 쉬운 유물이나 골동품들이 아니라 말하는 변기, 춤추는 조명 등 희한한 아이디어 상품들로 채워져 있다.
전시관은 소리·빛·과학·생활·움직임 등 크게 5가지 테마로 나눠진다.
먼저 소리 전시관에 들어가 보면 재미있고 엉뚱한 소리들로 가득하다.
혼자 실컷 노래를 부르고 싶을 때 이웃에게는 소음이 들리지 않게 하는 방음마이크, 혹은 방귀 소리가 나는 양념통 등 발칙하고 다소 엽기적인 상상력을 발휘한 물품들이 주 전시 품목이다.
두 번째인 빛 전시관에 들어서면 영롱한 빛을 내는 얼음 모양의 큐빅, 태양 빛을 머금어 빛을 내는 전구가 시선을 잡아끈다.
이에 비해 과학 전시관과 움직이는 전시관은 다소 아동·청소년 취향의 분위기를 풍긴다.
팽이를 통해 착시 현상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홀로그램 원판, 각종 기상이변이 생기는 원리 등을 재미있는 실험으로 설명한다.
아이들을 데려가면 과학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될 듯싶다.
생활 전시관에서는 마치 중소기업 박람회에 온 듯한 아이디어 상품들이 기다린다.
삶은 달걀에 예쁜 모양을 내주는 틀이며 할머니를 위한 뜨개질용 돋보기 등은 실제로 사용해도 될 만큼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다.
이 박물관의 전시물들은 시시때때로 바뀐다.
따라서 여러 번 방문해도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눈으로만 보는 기존의 전시관과는 달리 직접 전시물들을 만져보고, 시험해 볼 수도 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상상력의 세계에 푹 빠지게 만드는 장소이다.
관람료는 성인 6500원, 초·중고생은 5500원, 유아는 4500원이다.
홍대 전시관에서는 음료수 서비스도 제공된다.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개관하며 월요일은 휴무이다(www.funique.co.kr, 02-335-0546). *** 소리사랑이 빚어낸 별천지 참소리박물관 주말을 틈타 바다를 보러 훌쩍 떠나는 사람들은 강릉에 자리 잡은 ‘참소리 축음기 에디슨 박물관’에 꼭 들러보기를 바란다.
바다를 끼고 있는 이곳은 ‘소리’를 테마로 한 이색 박물관으로, 지난 1992년 개관해 지금은 어엿한 관광 명소가 되었다.
제1전시관인 ‘소리의 세계’에서는 축음기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축음기의 전신인 뮤직박스와 오르골에서부터 ‘소리의 세계’는 시작된다.
200~300년 전에 제작된 오르골들은 귀족들의 취향에 맞게 우아하고도 섬세한 만듦새를 뽐낸다.
오르골 시절을 지나오면 에디슨이 틴호일로 만든 최초의 축음기, 그리고 다양한 옛날 축음기들이 등장한다.
참소리박물관이 자랑하는 이곳의 축음기들 중에는 국내에 최초로 소개된, 세계에 6개밖에 없는 축음기나 1905년 미국의 멀티폰 오퍼레이팅사가 만든 멀티폰 등 희귀한 것들이 많다.
축음기 이외에도 10만여장의 음반과 음악서적, 라디오와 스피커 등이 있다.
제2전시관인 ‘영상의 세계’에는 에디슨의 영사기에서부터 1925년 베어드가 만든 TV까지 영상과 관련된 전시물들이 모여 있다.
에디슨과 각 시대 위인들의 일생을 영화로 감상하는 시간도 주어진다.
손으로 돌리는 채널에 화면이 유난히 불룩한 옛날 TV들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마지막으로 제3전시관 ‘빛의 세계’는 말 그대로 수많은 전구들을 전시해 놓고 있다.
가스등에 이어 에디슨이 최초로 발전한 전구며 발전기, 19세기 당시의 스탠드형 전구들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에디슨 발명품관’도 따로 마련되었는데 이곳에서는 자동 거품기와 말하는 인형 등 에디슨이 발명한 생활용품 850여점이 기다리고 있다.
아내를 위해 주방용품을 발명했던 에디슨의 가정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장소이다.
개관 당시에는 장소가 상당히 협소해 일부 소장품들은 창고 속에 숨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2004년 12월경 경포대 호수변으로 신축 이전하면서 비교적 여유 있게 전시물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은 전시물들의 다양함과 희귀함에 놀라고, 이것들이 모두 한 개인의 소장품이라는 사실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이곳의 관장인 손성목씨는 어린 시절 우연히 듣게 된 축음기 음색에 마음이 끌려 직접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희귀 축음기들을 수집해 왔다고 한다.
‘소리’에 대한 애정이 빚어낸 결과물들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관란시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관람료는 성인 3500원(단체 2500원), 청소년 2500원(단체 1500원), 어린이 1500원(단체 1천원)이다(www.edison.or.kr, 033-652-2500). *** 왕가의 위엄이 서린 곳 국립고궁박물관 그래도 박물관 하면 무언가 고풍스러운 느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에게는 올해 8월 새롭게 문을 연 국립고궁박물관을 추천한다.
이곳에서는 역대 왕들의 어보를 비롯한 4만여점의 유물들을 볼 수 있다.
원래 궁중 유물 박물관이 사람들 앞에 선보인 것은 100여년 전의 일이다.
순종 대인 1908년 문을 연 황실 박물관은 이듬해인 1909년, 일반에도 공개되었다.
그러나 식민지 시대를 거치면서 유물들은 각지로 흩어졌고 1938년에는 ‘이왕가 박물관’으로 격하되는 수모도 겪었다.
해방 후인 1946년, 황실 박물관은 덕수궁미술관으로 개칭되어 이어져 왔다.
세월이 흐른 후인 1992년, 문화재청은 뒤늦게 덕수궁 석조전에서 처음으로 궁중유물전시관을 열게 된다.
흩어진 궁중의 문화재를 한곳에 모아 전시, 보존하는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그리고 10여년 후인 2005년, ‘국립고궁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대중 앞에 다시 선보였다.
어보와 어책, 의궤, 문서, 제기 과학기기, 복식, 가구 등 다양한 유물들은 크게 6개의 전시관에 나뉘어 전시되고 있다.
국왕의 상징물을 모아 둔 제왕기록실에는 임금의 인장인 어새와 어보, 국새와 옥새 등을 볼 수 있다.
그 외에 왕이 앉아 집무를 보던 어좌와 병풍, 영조 임금의 어진, 또 왕실의 혼례 행렬을 그린 반차도 등도 눈길을 끈다.
이어 종묘제례실에는 왕실의 종묘제례에 사용되었던 도구들이 모여 있다.
제사를 마친 다음 음복연을 할 때 술을 담아 두던 용무늬 술동이를 비롯하여 악기의 일종인 절고, 제물인 향로 등이 관람객을 맞는다.
종묘제례는 흔히 왕실에서 지내던 엄숙한 제례로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곳의 전시물들을 구경하다 보면, 종묘제례는 국가의 안녕을 기원하며 흥겨운 놀이를 즐기는 축제이기도 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궁궐건축실에는 옥좌가 놓인 천장부분을 장식하던 용무늬 장식, 임금이 직접 쓴 어필 현판과 화재를 막기 위해 건축물에 숨겨 두었던 부적도 보인다.
과학문화실로 발길을 옮기면 유명한 측우기를 비롯해 북두칠성이 새겨진 사인칠사검, 해시계 등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서 특히 인상적인 장소는 왕실의 가구와 생활용품을 모아놓은 왕실 생활실이다.
영친왕이 입었던 곤룡포와 영친왕비의 노리개, 비녀 등이 제일 처음 눈에 들어온다.
산호 가지와 밀화, 옥판에 비취와 구슬로 복잡하게 장식된 노리개나 진주 꼬리를 달고 있는 봉황을 보고 있으면 옛 선조들의 화려한 미적 감각에 잠시 넋이 나간다.
상설 전시 외에도 때에 따라 백자 항아리 등 다양한 전시를 하고 있다.
다만 경복궁의 위엄에 맞는 웅장한 박물관을 생각하고 갔다면 약간 실망할 수도 있겠다.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기 때문. 그러나 천천히 둘러보다 보면, 옛 여인네의 자태처럼 소박하면서도 단아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일요일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말과 공휴일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개관하며, 매주 월요일은 쉰다(www.gogung.go.kr, 02-3701-7500). *** 떡카페에서 맛보는 여유로움 떡부엌살림 박물관 고궁박물관의 엄숙함에 기분이 가라앉았다면 아기자기한 생활박물관을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종로구 와룡동 창덕궁 앞 국악의 거리에는 ‘떡부엌살림 박물관’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박물관이 있다.
이곳은 한국전통음식연구소의 윤숙자 소장이 20여년간 수집해 온 떡 및 부엌살림 관련 유물 2천여점 중 1천여점을 상설 전시하고 있는 공간이다.
2층에 자리한 부엌박물관과 3층의 떡박물관으로 나눠져 있다.
부엌박물관의 전시물들은 크게 시절음식과 부엌살림도구 나눠진다.
시절음식으로는 설, 추석, 대보름 등 명절과 각 계절에 우리 조상들이 즐겨 해먹던 음식들을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약식과 부럼, 진달래 화전 등 친숙한 음식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이어 부엌살림 전시 코너에 가보면 주발·막사기·종지·수저 같은 식기류, 두부틀·돌확·채칼 등의 조리도구, 막소반·두레상 등의 소반류, 저장 발효용기류, 의료용 약기류 등을 볼 수 있다.
관혼상제에 특별히 쓰이던 식기나 제기들도 눈에 띈다.
▲ 떡부엌살림관
3층 떡박물관은 갖가지 색의 떡들과 떡을 만들 때 쓰는 기구, 떡에 곁들여 먹으면 좋은 차와 술 등이 전시되어 있다.
떡 전시 코너에 가면 일단 배부터 고파진다.
만드는 방법에 따라 찐떡·친떡·지진떡·삶은떡 등 다양한 떡과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서 개발한 퓨전 떡들의 모형이 보는 이를 유혹한다.
그림의 떡인 것을 알면서도 침이 넘어가는 것을 어쩔 수 없다.
떡과 한과 기구로는 떡살·다식판·약과틀·떡목판·떡가위·맷돌·시루·절구·체 등이 있다.
차와 술 코너에서는 떡에 어울리는 차와 각종 전통주들을 선보인다.
이곳에는 전통음식연구소와 국제옥수수재단, 떡연구실 등이 자리 잡고 있다.
특별한 맛의 떡과 차를 맛볼 수 있는 떡카페도 있다.
말하자면 떡부엌살림 박물관은 전통음식을 연구·전시·보급하는 전통음식 전문기관인 셈이다.
월요일부터 토요일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요일엔 오후 12시부터 5시까지 개관하며, 관람료는 일반인 3천원(단체 2천원), 초·중고생은 2천원(단체 1천원)이다(www.tkmuseum.or.kr, 02-741-5447). 정세진/ 자유기고가 anais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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