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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금융시장에 부는 새 바람, UN이 앞장서 이끈다
[특별기고]금융시장에 부는 새 바람, UN이 앞장서 이끈다
  • 송인경
  • 승인 2005.11.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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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EP/FI 글로벌 라운드테이블 2006 참관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단연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이와 관련한 새로운 사업 기회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국제 금융기관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이러한 움직임을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는 행사가 지난 10월25일과 26일 이틀간 뉴욕 UN본부에서 열렸다.
바로 UNEP/FI(Financial Initiatives) 글로벌 라운드테이블 미팅이 열린 것. 이 행사에 참가한 세계 170여개 금융기관의 대표단 500여명은 세계 금융산업의 안정적인 발전과 인류사회의 균형 성장을 위한 금융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것은 물론,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새로운 금융 상품과 사업 기회의 발굴을 위해 공동 노력할 것을 천명했다.
선진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정기모임인 UNEP/FI는 은행산업과 보험산업 글로벌 금융기관 사이의 원활한 의견 수렴을 위해 지난 1991년에 설립됐다.
UNEP/FI는 금융기관들 사이의 자발적 모임이지만, 기본적으로 UN Family의 일원이기 때문에 UN이 강조하고 있는 원칙들을 준수하고 국제 금융시장 및 산업계에 UN의 비전과 핵심가치를 확산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UN은 ‘환경과 사회의 균형발전’(ECOSOC)이라는 비전에 따라 ESG(Environment, Society and Corporate Governance)를 핵심가치로 설정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10대 원칙을 제정해 전 세계 금융기관과 산업계에 확산시키고 있다.
다시 말해, UNEP/FI의 역할은 글로벌 금융기관과 산업계가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하도록 지원하는 혁신동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수출입은행·현대화재해상, UNEP/FI에 새로이 가입 UNEP/FI는 매년 연례보고회를 통해서 연도별 사업성과를 확인하고 지속가능경영의 확산을 독려하고 있다.
이번 행사 동안 열린 연례보고회에서도 각 지역별 위원회(Regional Task Force)별로 연간 사업계획 및 성과를 발표하고 ESG에 대한 설문조사 및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례보고회의 특징은 경제와 사회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과, 금융기관의 글로벌 표준인 지속가능경영이 그간 상대적으로 뒤처졌던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 지역의 금융기관들에게도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데 있다.
이번 연례보고회에 이어 거행된 UNEP/FI 서명식에선 우리나라에서도 수출입은행과 현대화재해상이 새로이 가입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기존에 가입한 국민은행, 우리은행을 포함해 UNEP/FI 가입기관이 모두 4개로 늘어났다.
세계적인 흐름에 뒤처진 금융 후진국의 굴레를 벗어날 최소한의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한편, 이번 글로벌 라운드테이블 미팅에서는 사회책임투자(SRI)를 위한 원칙 제정 및 공감대 형성이 특히 강조됐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SRI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평가정보의 정량화를 둘러싼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이 밖에 물 부족, 기후변화 등의 이슈도 행사기간 동안 크게 부각됐다.
평가정보의 정량화와 관련해서는, 이노베스트(Innovest Strategic Value Advisors) 등 공신력을 갖춘 평가기관의 지속가능성 평가정보를 활용하는 것을 강조하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이 됐고,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는 신재생에너지 개발, 보험상품 개발, 날씨 연동상품 개발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또한 앞으로 카본공개프로젝트(Carbon Discloser Project·CDP)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을 통해서 UNEP/FI 가입기관들이 기후변화 이슈를 선점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오갔다.
이번 글로벌 라운드테이블 미팅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여러 기관 사이의 협력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운영했다는 데 있다.
몇 가지 중요한 움직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현재 UN은 SRI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사회책임투자원칙(Principle for Responsible Investment·PRI)을 제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코피 아난 UN 사무총장이 자산기준 세계 20위권의 금융기관 대표와 60개 전문가그룹 대표를 초청해 사회책임투자원칙의 제정을 강조한 이후, 4차례의 대규모 미팅을 통해서 사회책임투자원칙의 골격이 만들어진 상태다.
여기엔 UN과 각 금융기관, 그리고 전문가그룹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앞으로 UN이 중심이 되어 사회책임투자원칙을 전 세계에 촉구할 계획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협력 움직임으로는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s) 금융부문 가이드라인 제정을 꼽을 수 있다.
2000년 이후 GRI의 가이드라인은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하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중요한 방향성을 제공해 왔다.
특히 금융산업의 경우, 2002년에 사회부문의 추가지표가 개발된 이후 GRI와 UNEP/FI가 공동으로 환경부문의 추가지표를 개발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환경부문과 관련된 추가지표을 제정하는 작업은 2006년 상반기에 최종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줄 새로운 움직임으로 UN Global Compact Plus 역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는 UN Global Compact와 세계적 사회책임투자 신용평가기관인 이노베스트(Innovest Strategic Value Advisor Group)가 공동으로 개발한 평가기준에 따라 환경, 노동, 인권, 반부패 등 UN Global Compact의 10대 원칙에 대한 전략과 성과를 평가하는 모형이다.
앞으로 UN과 UN Family들이 중심이 되어 평가 결과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 각국 정부 및 민간부문에도 동참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UN이 나서 사회책임투자원칙 제정 움직임 1991년 UNEP/FI가 발족이 된 이후, 은행과 보험회사를 중심으로 전 세계 170여개 금융기관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고, 이들은 자발적인 지속가능경영활동 및 사회책임투자펀드의 개발과 운영에 적극적으로 나섬으로써 세계 금융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경우, 아직껏 부족한 점이 적지 않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지속가능경영연구회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2004년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이 UNEP/FI에 가입한 데 이어 이번에 수출입은행과 현대해상이 UNEP/FI에 가입했다는 사실이다.
4곳의 국내 금융기관이 가입된 결과, 아시아 협의체(UNEP FI Asia Task Force)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은 한층 높아졌다.
한편, 조만간 우리나라 SRI의 역사에서도 매우 중요한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조흥투자신탁운용에서 ‘TOPS 아름다운 종류형 주식투자신탁1호’라는 이름의 SRI 펀드를 개발한 것. 이 펀드는 적립식 펀드의 형태로, 신한은행, 조흥은행, 굿모닝신한증권에서 11월10일부터 판매될 예정이며, 글로벌 표준을 충족하는 한국 최초의 SRI 펀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라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금융권의 지속가능경영과 사회책임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전문기관(사회책임투자 신용평가기관)의 육성과 제도적 지원, 그리고 시민사회의 보이지 않는 지지라고 생각된다.
앞으로 수년 안에 우리의 금융기관들이 UNEP/FI를 주도할 그 날을 상상해 본다.
송인경/ 에코프론티어 SF사업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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