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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원의 시장읽기]한국 경제에 대한 기대, 골디락스?
[이영원의 시장읽기]한국 경제에 대한 기대, 골디락스?
  • 이영원/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 승인 2005.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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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으로 지명된 벤 버낸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이 미국 경제가 높은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면서도 물가가 상승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하며 ‘골리락스’(goldilocks)라는 단어를 사용한 바 있다.
골디락스라는 말은 영국의 옛 동화에서 나오는 소녀의 이름으로, 배고픈 골디락스가 곰이 끓여놓은 너무 뜨겁지도 않고 차지도 않은 스프를 맛있게 먹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된 단어이다.
금(gold)빛 머리카락(locks)을 가진 꼬마 소녀 이름이 이상적인 경제상태를 뜻하는 경제용어가 된 것이다.
실제로 미국 등 선진 경제의 경우 잠재성장률 수준에 근접한 완만하고도 장기적인 성장이 가능한 국면에 들어설 때 이러한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골디락스라는 단어는 그동안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적용하기 힘든 단어였던 것이 사실이다.
외환위기 이전 한국 경제는 기본적으로 인플레를 동반한 고속 성장과 성장 주기 사이사이의 조정으로 특징지워지는 경기 사이클이 이어져왔고, 외환위기 이후에는 내수와 수출 사이의 불균형 성장이 이어지면서 경기 순환주기가 짧아지는 불안정한 국면이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우리 경제에도 골디락스라는 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률은 5% 내외로 너무 높지도,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동안 부진에 빠져 있던 내수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은 장기 균형 성장의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긍정적인 전망이 최근 금융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
주가가 다시금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강세를 보이는 것도, 금리가 5% 이상 급등한 것도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경기 전망에 대한 반응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내년 경제가 여러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대외적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선진국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남아 있는 데다, 비정상적으로 팽창된 글로벌 유동성의 부작용으로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의 버블이 붕괴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관련해서 위안화의 추가 절상 압력이 여전히 남아 있고, 원자재가격의 동향도 여전히 불안정하다.
그럼에도 금융시장은 긍정적인 전망에 대해 선택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양상이다.
여러 위험 요인들이 남아 있지만, 각각의 위험요인이 현실화되기까지는 다소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여기에 최근에는 유가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실제 경기 상태가 시장의 판단을 검증해 줄 것이지만, 현재의 낙관적인 전망이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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