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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대담]배호원 삼성증권 사장
[연재대담]배호원 삼성증권 사장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5.11.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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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의 심층대담/10년 후 한국의 1등 기업 CEO를 만나다 ⑤ 지난 대담 ① 구학서 신세계 사장 ② 신헌철 SK 사장 ③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④ 차중근 유한양행 사장 김광수 주가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종합주가지수(KOSPI)를 기준으로 봐도 50% 가까이 올랐다.
시장의 대체적인 분위기는 상승이 대세라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단기 급등에 대한 우려도 있다.
먼저 최근의 주식시장 활황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배호원 세계 주식시장 전체로도 러시아 다음으로 우리나라가 많이 올랐다.
코스닥은 연간 상승률이 75%나 된다.
단기적으로 급등한 느낌이 있고, 적절한 조정을 거치면서 가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최근의 주가 상승은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가 있다.
IMF 이후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기업들이 몰라보게 탄탄해졌다.
부채비율을 관리하면서 차입경영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진데다, 저금리로 금융비용에 대한 부담까지 크게 낮아졌다.
그러니 기업의 이익구조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
외국인들의 움직임도 빼놓을 수 없다.
외국인과 국내 투자자들의 싸움에서 항상 외국인들이 한발 앞서 가곤 한다.
외국인들은 IMF 이후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기업들이 한층 투명해지고, 주주가치, 기업가치를 중시하는 쪽으로 갈 거라는 걸 미리 읽었다.
거기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저금리로 갈 거라고 판단하고 투자를 많이 했다.
1990년대 초반에 국내시장이 개방됐지만 97년 IMF 사태 전까지 외국 자금은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그 이후 60조원 정도의 순투자가 들어왔는데, 특히 2002~03년에 27조원이 집중적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기업의 수익구조가 좋아질 거라는 걸 미리 예측하고 몰려든 것이다.
지금까지 들어온 60조원은 엄청난 평가이익을 내고 있다.
이렇게 외국인 투자가 크게 늘어난 것이 주가상승의 한 요인이다.
또 한 가지는 정부에서 자본시장의 육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2003년에는 10대 동력산업을 선정했는데, 그런 산업들을 제대로 키우려면 자본시장의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정부도 그걸 인식하고 자본시장과 관련된 규제를 계속 완화하려고 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콜금리가 최저수준인 3%까지 내려갔다.
실질 금리는 이미 마이너스다.
전부터 적립식 펀드가 있기는 했지만,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은행에 들어가 있던 자금들이 그쪽으로 많이 옮겨갔다.
시장의 성장속도에 따라 수익률에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적립식 펀드는 장기적으로 투자하면 은행보다는 그래도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이런 식으로 개인들의 자금이 간접상품을 통해 기관화되면서 주식시장으로 유입되었다.
최근의 주가 상승은 이런 것들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김광수 주가 상승의 근거를 여러 가지로 제시해 주셨는데, 그럼에도 부정적인 견해 역시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것이 유동성 과잉의 문제다.
2002~03년에 외국자본이 대거 유입된 것은 당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커지면서 달러의 해외 유동성이 굉장히 많이 늘어난 것과 연관된다고 할 수 있다.
해외로 나온 달러 자금들은 때로는 인수합병(M&A) 시장으로 가고, 때로는 부동산 시장으로 가고, 때로는 원유나 철강 등 원자재 시장으로도 가면서, 세계적인 투자 자산의 버블을 일으키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배호원 물론 달러의 유동성 과잉에 의한 버블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미국의 금리가 낮아지면서 많은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갔고, 이것이 세계적인 저금리 현상과, 유동성 문제를 유발하는 계기가 되었던 건 분명하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1%였던 기준금리를 다시 4%대까지 잇따라 인상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미국의 금리가 올라가면 세계시장의 금리가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자본이 다시 빠져 나갈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이제는 국내시장만 볼 게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의 흐름을 보면서 리스크를 관리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변수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판단할 때는 주가의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다.
국내 주식시장은 여전히 저평가되어 있다.
지난해 8월에 PER(주가수익배율)가 6배정도였다.
지금은 그보다 조금 더 올라왔지만, 주가가 1천 포인트를 기록했던 94년에 비하면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당시에는 PER가 15배까지 갔다.
투자행태도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
예전에는 경기동향을 보면서 선투자하는 형태였지만, 지금은 기업 가치를 보고 투자한다.
그러니 주가가 오르는 종목은 오르지만, 안 오르는 종목은 안 오른다.
차별화 현상이 뚜렷해진 것이다.
말씀하신 대로 버블로 간주할 수 있는 불안요인이 있는 건 맞지만, 이런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조금 더 다잡고 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김광수 삼성생명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 지난해 삼성증권 사장으로 오셨는데, 그 이후 삼성증권의 실적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비결이 뭔가. 배호원 주식시장이 좋아진 덕을 보고 있다.
(웃음) 사실 지난해만 해도 국내 증권업계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었다.
우리 증권업계가 여러 가지 구조적인 문제들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중심이다 보니 소위 ‘천수답’(天水畓) 경영이 될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이 좋을 때는 좋지만, 안 좋아지면 구조적으로 끝없이 어려워지는 그런 산업이다.
뿐만 아니라 2000년대 들어 온라인 거래 비중이 늘어나면서 수수료가 크게 떨어졌고, 은행의 수익증권 판매가 허용되면서 은행과도 경쟁해야 했다.
IB 쪽에서는 외국계 증권사들에 밀리고. 한마디로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상황이었다.
요즘 투자은행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메릴린치나 골드만삭스를 보면 브로커리지 비중이 20%가 채 안 된다.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략 IB와 자산관리가 각각 20%씩 차지한다.
우리나라 증권사들과는 사업 구조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물론 이들도 처음부터 이런 구조였던 건 아니다.
우리와 비슷한 경험을 했고, 서서히 포트폴리오를 변화시켜 온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도 뭔가 돌파구가 있어야 한다.
다행히 삼성증권은 그런 쪽으로 조금 일찍 틀을 닦아 왔다.
다만, 조직문화나 고객 신뢰 측면에서 개선되어야 할 게 적지 않다.
증권 산업의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건 고객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다.
고객을 실망시켜서는 어떤 형태로든 존속할 수가 없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위탁영업을 하면서 주식 회전율에 의한 수수료 수입에 주로 의존해 왔고, 이 때문에 고객들에게 피해가 갔던 게 사실이다.
90년대 주식시장은 주가지수 500에서 1천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했는데, 그 과정에서 계속 샀다가 팔았다가 하면서 본전을 날리고 실망해서 등을 돌린 개인 투자자들이 적지 않았다.
이들의 신뢰를 어떻게 다시 회복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김광수 과거 우리 증권 산업을 보면 1~2년 호황을 누리다가 그 뒤 10년 정도는 어려움을 겪는 패턴을 반복해 왔다.
IMF 이후 증권사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지금도 구조조정의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 증권거래의 확산, 시장개방으로 인한 외국계 증권사들의 진출, 금융회사 간 업무영역의 구분 철폐에 따른 경재 심화 등 주변 환경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이런 환경 변화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 배호원 앞으로 그런 변화의 속도는 더 빨라지고, 그에 따라 리스크도 커질 것이다.
하지만 외풍이 아무리 거세지더라도 기업이 가져야 할 핵심가치를 굳건하게 지키면서 꾸준히 자신의 시장을 만들어 간다면, 그런 것들은 큰 위협요인이 되지 않는다.
삼성증권의 경우, 내부적인 효율화와 함께 영업적인 측면에서는 자산관리형 영업을 통해 고객들의 자산을 많이 확보함으로써 위탁영업에 의한 천수답식 경영을 탈피하는 걸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얼마 전 프라이빗 뱅킹(PB) 사업과 관련해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미국도 자산관리형 시장이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다.
75년 수수료 자율화와 90년대말 온라인 거래 확대 등 두 번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산관리 쪽으로 갈 수밖에 없었고, 지금도 가고 있다.
메릴린치와 시티은행, JP모건, 모건스탠리의 CEO들을 만나 자산관리형 시장에서 어떤 점이 중요하지를 물었더니 고객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이 ‘열쇠’라고 하였다.
그 이외의 다른 외부적인 경쟁요인들은 결국은 고객 서비스의 질을 높임으로써 극복해 나갈 수 있는 것들이다.
고객 중심의 마인드를 키우기 위해 지난해 ‘식스 시그마’를 도입해 2년째 실천하고 있다.
식스 시그마의 핵심은 고객의 불편사항을 파악하고 그것과 관계된 프로세스를 효율화하여, 결국은 우리의 지원 시스템을 고객이 가장 만족할 만한 최적의 상태로 바꾸어가는 것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한국의 대표 투자은행’이 삼성증권의 비전이다.
고객의 자산을 가장 잘 관리해 주고, 이를 통해 고객으로부 인정받게 되면 그런 비전도 저절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김광수 고객 만족을 통한 자본시장의 건전한 육성과 확대를 말씀해 주셨는데 상당히 공감하는 부분이다.
앞으로 증권사들이 살아남으려면 그것 외에는 사실 길이 없다.
미국 같은 경우, 개인투자의 비중이 아주 높다.
개인들이 주식투자의 45%를 차지하고 있고, 뮤추얼 펀드를 포함하면 60%, 연금펀드까지 넣으면 85%까지 그 수치가 올라간다.
개인 투자 비중이 높다는 건 그만큼 증권시장의 규모, 즉 파이가 크다는 걸 뜻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시장 규모가 너무나 작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증권회사에 대한 고객들의 불신이다.
그런 점에서 고객 만족을 통한 시장 확대는, 삼성증권만이 아니라 증권업계 전체가 가야 할 방향이다.
개인적으로 증권 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아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은행은 이미 어느 정도 한계에 와 있다는 느낌이다.
최근 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문제를 놓고 말들이 많은데, 사실 그건 큰 문제가 아니다.
대개 금리를 올리면 시중의 단기 부동자금이 은행으로 가서 투기가 줄어든다고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은행들은 그렇게 모인 자금으로 결국은 아파트 담보대출하고, 부동산 대출한다.
개인이 부동자금으로 투기를 하든, 그걸 은행으로 빨아들여서 은행이 하든 결국은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런 기형적인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직접투자 시장이 개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행은 이미 포화상태에 들어섰고, 증권업계 입장에서는 그 시장을 빼앗는 일만 남은 셈이다.
배호원 아주 중요한 지적을 해주셨는데, 미국은 금융자산이 70%, 비금융자산이 30%를 차지한다.
반면 우리는 부동산이나 골동품 때문에 금융자산의 비율이 20%가 채 되지 않는다.
물론 일부에서는 향후 몇 년 사이에 금융자산의 비율이 30%까지 높아질 거라는 희망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전체 금융자산 중에서도 은행이 60%, 보험이 20%를 차지하고, 주식시장은 10% 정도밖에 안 된다.
결국 이 시장을 어떻게 키울 것이냐가 중요한데, 이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금융정책이 지나치게 은행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다는 문제가 있다.
IMF 때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이 은행에 투입됐다.
이와 함께 예금자보호 대상도 1인당 2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확대됐다.
그러니 은행으로 엄청난 자금이 몰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주식시장 자금이 총 160조원이었는데, 은행 예금 자산은 400조~500조원에 육박했다.
공적자금을 투입했기 때문에 그걸 회수하기 위해 은행이 자금을 편리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해준 측면이 있다.
98년에는 은행의 수익증권 판매를 허용해 주었고, 2003년에는 방카슈랑스를 도입해 은행 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팔 수 있게 했다.
증권사들이 아무리 투자자들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도, 이런 것들이 시정되지 않고는 공정한 게임이 될 수없다.
물론 은행과 증권사는 차이가 있다.
은행은 저축성 자금이기 때문에 거기에 맞게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어야 하고, 증권은 리스크를 어느 정도 감수하는 자금이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운영스타일이 또 달라져야 한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제외하고는 은행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규제를 모두 풀어줘야 한다.
통합자산운영법이 제정돼 종합금융투자회사가 설립되면 증권, 선물, 자산운용을 다 할 수 있게 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지금도 금융지주회사는 선물과 자산운용을 자회사로 거느리며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김광수 말씀하신 대로 정부의 금융산업 육성정책이 지나치게 간접금융 중심으로 편향되었던 게 사실이다.
지금은 누구나 세계화와 개방을 이야기하지만, 사실 IMF 전만해도 폐쇄된 관리경제 시대였다고 할 수있다.
그런 조건에서는 간접금융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금융 업태간의 금융정책상의 형평성에 조금 문제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배호원 ‘조금’이 아닌 것 같다.
(웃음) 김광수 증권업계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닌가. 배호원 맞는 말이다.
증권업계 전체가 그동안의 잘못을 반성하고,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최근 주식시장이 조금 좋아지면서 다시 옛날 분위기로 돌아가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김광수 지난해부터 정부의 금융정책도 조금씩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대표적인 사례로 사모펀드(PEF)의 허용을 들 수 있는데, 증권업계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배호원 IMF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외국계 펀드들이 국내시장에 대거 진출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것도 있지만, 사실 아까운 기회를 놓친 것이다.
앞으로는 기업간 성장전략으로서의 M&A가 활발하게 일어날 것으로 보여 PEF에게 사업 기회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외국계 PEF와 가장 차이가 나는 것은 투자의 경험이다.
벌써 열 개 이상의 펀드가 생기고, 3조원가량의 자금이 모였지만,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제대로 투자를 못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그동안 정말 뭘 했나 싶다.
IMF 이후 10년 가까이 지났는데 아직도 운용인력이 없어서 PEF를 망설이고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IMF 때부터 그런 쪽의 스터디도 하고 인력도 키웠어야 하지 않나. 그런 걸 보면 너무 늦은 게 아닌가 안타까운 심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서두르는 건 맞지 않다.
외국인들이 시장을 모두 가져갔으니, 우리도 뭐라도 빨리빨리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이런 식으로 해서는 더 큰코다칠 수 있다.
좀더 신중하게 실력을 다지면서 가는 게 필요하다.
김광수 물론 말씀하신 대로 능력이 안 되는데 급하게 서두르다 오히려 탈이 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증권 산업의 규모와 수익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뭔가 전략적이고 차별화된 방안이 필요한거 아닌가. 미국의 대형 증권사들과 비교해 보면 규모면에서 차이가 너무 크다.
올해 삼성증권의 영업수익은 대략 1조5천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로 따지면 15억달러 가량이다.
반면 모건스탠리의 경우 지난해 영업수익이 무려 395억달러에 달했다.
삼성증권과 20배 이상이나 차이가 난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메릴린치는 325억 달러, 골드만삭스는 298억달러의 영업수익을 올렸다.
한편으로 보면 삼성증권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수한 인력들이 모인 곳이다.
그런데도 그동안 역량 축적이 안 되고, 이 정도까지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뭔가. 배호원 브로커리지를 중심으로 증권업을 해 왔기 때문이다.
머리 좋고 실력 있는 사람들이 실력 발휘를 못한 것이다.
모두 시장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니 주식을 샀다 팔았다 하는 그런 부작용만 생긴 것이다.
삼성증권은 2010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요즘 국내 증권사들의 ROE가 대개 4~5%대고, 은행은 15% 정도 된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내부 효율화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사업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짜서 수익을 올리느냐다.
메릴린치나 골드만삭스 등을 보면 위탁영업과 자산관리, IB가 대개 20% 정도씩 되고, 나머지 40%는 자기자금으로 올리는 수익이다.
국내 증권사는 이 부분이 없다.
그러다 보니 수익 구조에서 큰 차이가 난다.
우선은 자산관리 분야의 강화가 필요하다.
외국의 선진회사들도 과거 기업을 키워 오면서 엄청난 실패 사례들을 모두 경험했다.
우리는 그런 사례들을 통해 리스크를 좀더 줄이면서 수익을 더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 쪽의 능력이 확보되는 것에 맞게 운용규모를 키워갈 것이다.
IB 쪽을 키우려면 부실기업 매각 등에서 국내 증권사에 어느 정도 혜택을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무조건 외국계와 똑같이 경쟁하라고 해서는 클 수가 없다.
국내 증권사에 맡겨도 웬만한 건 다 팔 수 있다.
그런데도 굳이 외국 증권사를 택하는 건 경험이 많고, 화려한 실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국내 증권사는 내놓을 게 없다.
하지만 경험을 쌓아야 노하우도 축적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아무리 증권산업에서 IB가 중요하다고 해도 그런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배려가 있지 않고는 될 수가 없다.
삼성증권에 맡겨주면 정말 잘 할 수 있다.
(웃음) 우수한 인력을 모두 데려다 놓고도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하고 있다.
그럴 수 있는 마당을 우선 만들어 주어야 한다.
IB와 자산관리, 브로커리지가 비슷한 규모로 균형 있게 성장하면 우리도 외국사처럼 되는 것이다.
진행·정리=장승규 기자 skjang@economy21.co.kr 사진=이주노 기자 jooroad@economy21.co.kr 약력/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 1950년 부산 출생 1977년 연대 경영학과 졸업 1977년 제일합섬 경리과 입사 1980년 삼성비서실 재무팀 부장 1992년 삼성생명 경영지원담당 이사 1997년 삼성생명 기획관리실장 1999년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장 2001년 삼성투신운용 사장 2003년 삼성생명 자산, 법인부문 총괄 사장 2004년 삼성증권 사장 김광수/ 김광수경제연구소장 김광수 소장은 2000년 김광수경제연구소를 설립해 기업 컨설팅과 정부 정책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활발한 컨설팅 사업을 전개해 오고 있다.
김광수경제연구소는 정기적으로 경제 보고서를 제공하는 유료회원제 사업도 하고 있으며, 주로 재경부와 기획예산처 등 주요 정부부처와 대기업, 금융기관 CEO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증권사 해외진출, 어떻게?
해외진출이 증권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도 해외투자를 적극 장려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고 있다.
배호원 사장은 이와 관련해 “삼성증권은 이미 해외 투자자들과의 연결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증권은 런던과 홍콩, 뉴욕에 현지 법인을 두고 있으며 상하이에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 투자에서 중계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외국인들은 아직은 대부분 외국계 증권사를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이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는 것이 배 사장의 판단이다.
그는 “지난해 삼성증권이 12위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10위권으로 진입했다”며 “외국 투자자들의 약정고도 10조원에서 15조원으로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증권의 시장 점유율은 대략 5% 가량. 배 사장은 “외국 투자자들은 우리 증권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큰손”이라며 “외국 증권사들이 차지하고 있는 시장을 적극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 현지 법인의 활동 강화가 필요하다.
삼성증권은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시장 잠재력에도 주목하고 있다.
배 사장은 “중국, 대만, 일본의 현지 업체와 업무협약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협력 관계를 쌓아나가면 좋은 사업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는 “해외 진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서두르는 것은 금물”이라며 “스스로의 실력을 선진 수준으로 확실하게 끌어올리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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