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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1인 미디어는 싫어! 팀 블로그가 뜬다
[비즈니스]1인 미디어는 싫어! 팀 블로그가 뜬다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5.11.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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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네이버·구글 등 검색업체 앞다퉈 도입…파급력 큰 효과적 홍보수단으로 떠올라 “인터넷을 뜻하는 ‘웹’과 항해기록을 뜻하는 ‘로그’의 합성어로, 자유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쓸 수 있는 1인 미디어.” 그렇다.
다들 아시다시피 ‘블로그’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다.
이런 블로그가 ‘1인 미디어’의 정의를 벗어나고 있다.
팀 혹은 기업 단위로 구성원이 함께 꾸려나가는 ‘기업 블로그’와 ‘팀 블로그’가 새로운 블로그의 흐름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의 중심에는 검색서비스 업체들이 있다.
채용공고부터 소소한 일상까지 ‘알몸 공개’ 지난 7월 ‘예고편#1’에 이어 9월 ‘예고편#2’로 시범 서비스를 이어나가고 있는 첫눈을 예로 들어 보자. 첫눈은 예고편#1을 시작할 때부터 ‘첫눈 팀블로그’ blog.1nooncorp.com를 함께 열었다.
후발 검색서비스업체로서, 기업 블로그가 회사의 이미지와 서비스 내용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홍보수단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블로그에 올리는 내용들은 대개의 기업 홈페이지 ‘온라인 홍보실’ 코너에 올라옴직한 내용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새로운 서비스가 나왔다거나 신규 직원을 채용한다는 내용 등이 그러하다.
그렇지만 블로그답게, 눈에 띄는 색다른 매력들이 더욱 많다.
때에 따라서는 잡담에 가까우리만치 소소한 얘기들이 스스럼 없이 올라오기도 한다.
뜬금없이 사무실 내 인기 있는 팀장의 인터뷰를 올리거나 회사 직원들끼리 다녀온 엠티 사진들이 공개되기도 한다.
딱딱하고 사무적인 온라인 홍보코너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들이다.
말투 또한 친근하기 이를 데 없다.
사무적인 문체를 배제하고 철저히 대화형의 글쓰기를 지향하는 덕분이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직원 채용공고를 보자. “첫눈에서 일을 시작한 지 어언 한 달이 되었습니다.
바쁜 나날을 보내는 개발자들 틈에서 부족한 부분들을 하나씩 찾아 나가고 정비하며 정신없이 지내왔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용자분들의 눈높이에 부응하고자 매일 낮과 밤을 모르고 개발에 몰두하는 분들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또 다른 인재를 찾아내는 것이 큰 일이네요. 좋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좋은 사람입니다.
풍부한 개발비와 멋진 기자재도 결국 좋은 사람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 첫눈이 모든 이들에게 이상적인 회사인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꿈꾸는 드림 팩토리(Dream factory)로 만들어 가고자 하며,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단 한 분이라도 더 많은 눈사람을 모셔오고 싶습니다.
첫눈과 꿈을 함께 하고 싶으신 분들은 꼭 보시고 지원해 주세요.” 만약 이 채용 공고를 아래와 같이 올렸다면 느낌이 어떠했을까. “검색서비스업체 첫눈에서 다음과 같이 신규 직원을 채용합니다.
전략기획/검색기획/검색엔진 개발/….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지원 바랍니다.
” 의례적인 공고보다는 회사의 사정과 분위기를 진솔하게 털어놓는 앞 사례가 방문객과 지원자에게 더욱 호소력 있게 다가옴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방문객의 반응을 즉석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블로그 홍보’의 장점이다.
첫눈이 최근 실시한 ‘첫눈 오는 날 만나자’란 ‘번개’ 이벤트를 살펴보자. 이벤트 내용이 블로그에 공지되면 거의 실시간으로 방문객들의 ‘덧글’이 꼬리를 문다.
“꼭 참석하겠습니다.
너무 기대됩니다”라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첫눈 대신 진눈깨비와 비가 왔을 땐 어떡하나”라는 식의 질문도 등장한다.
이 과정에서 이벤트는 덧글 작성자의 블로그를 타고 ‘엮인글’로 온라인상에 꼬리를 물고 퍼져나간다.
블로그이기에 가져다 줄 수 있는 독특한 효과다.
이미나 첫눈 팀장은 팀 블로그를 개설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온라인상에 블로그가 많아지면서, 실시간으로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툴들도 많아졌는데요. 요즘은 유명 블로거들이 어떤 면에서는 여론을 주도하는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많이 하시거든요. 팀 블로그 덕분에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할 만큼 인기 있는 블로거분들이 거의 매일 방문하시면서, 회사의 소식을 자연스레 웹으로 전파하는 입소문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실, 블로그를 만드는 것도 직원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일거리인데요. 개발자들이 바쁜 와중에도 열심히 참여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겠어요? 어찌 보면, 몇 천만원 들여 홈페이지를 멋있게 꾸미는 것보다 더욱 효과적인 홍보수단이라는 게 저희들 생각입니다.
” 국내 네티즌이 가장 많이 들르는 네이버 또한 예외가 아니다.
네이버의 핵심 서비스인 검색서비스를 책임지는 검색팀은 ‘네이버 검색블로그’ blog.naver.com/naver_search를 별도로 운영 중이다.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았을 때도 팀 블로그는 힘을 발휘한다.
딱딱한 설명으로 신규 서비스를 소개하는 보도자료 외에도, 팀 블로그에는 자세한 그림과 화면을 곁들여 친근한 말투로 소개하는 글이 별도로 뜬다.
때로는 실무 기획자로서의 진솔한 고민도 공개된다.
2005년 10월21일 네이버 검색블로그에 올라온 이재광 검색기획팀장의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란 글을 보자. “컴퓨터가 한 종류만 있는 것이 아니듯, 국내에서는 이용자가 전체 비율로 볼 때는 아직 소수에 불과하지만 매킨토시나 리눅스 환경에서 네이버 서비스를 이용하시려는 분들이 계신데요. 이러한 환경에서 네이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 그동안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잘 모른다 혹은 이용자의 수가 적다는 이유 등으로 저희가 충분히 신경을 쓰지 못해 온 게 사실이었습니다.
그 첫 움직임으로 어제부터 파이어폭스 브라우저에서 자동완성기능이 통합 검색 등에서도 동작하도록 수정되었고요, 사파리 브라우저에서 일부 검색 결과의 레이아웃이 깨지는 문제도 복구되었습니다.
[…] 일차 시급한 문제점 등이 해결되면 향후 점점 기본적인 브라우저나 환경 지원을 늘려나가 단순히 여러 가지 브라우저 외에 브라우징 보조기구 등에 대한 지원도 해 나갈 생각입니다.
” 마음이 담긴 이런 글을 읽고도, 서비스 품질을 헐뜯거나 노력을 게을리했다고 비난하는 네티즌은 드물 것이다.
“정말 반가운 소식이네요” “네이버가 좋아지려고 하네요” 등 네이버와 검색팀을 격려하는 글이 줄줄이 매달려 있다.
네이버 검색블로그는 하루에만 2천여명이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
이 정도면 알 만한 인기 개인블로그와 견줘도 빠지지 않는다.
11월 중순까지만도 226만여명이 검색블로그를 다녀갔으며, 1150여명이 이 블로그와 ‘이웃’을 맺고 꾸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외에도 엠파스가 ‘친절한 엠파스씨의 검색블로그’ blog.empas.com/empas를, KTH가 운영하는 파란은 ‘파란 우체부’ blog.paran.com/blog@hanmir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 사무소 개설을 코앞에 둔 구글은 사전포석 단계로 온라인상에 ‘구글 한국블로그’ googlekoreablog.blogspot.com를 개설하고 지사장급 핵심 인력도 블로그를 통해 채용하는 등 국내 검색업체를 긴장시키고 있다.
‘국정브리핑 블로그’ blog.news.go.kr나 ‘네티즌과 함께 하는 공정거래위원회’ blog.daum.net/ftc_news처럼 주요 정부부처도 정책홍보 수단으로 블로그를 활용하는 추세다.
기업 취약점·핵심정보 유출 위험도 공존 사실 블로그는 이미 출생 당시부터 기업들이 차세대 홍보·마케팅수단으로 눈독을 들여왔다.
블로그만의 독특한 ‘트랙백’(엮인글)과 ‘RSS’ 기능 덕분이다.
트랙백은 기존 댓글(답글, Reply)이나 덧글(코멘트, 한줄답변)의 확장판으로, 해당 게시물에 대한 댓글이나 덧글을 원격으로 달거나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다.
한 사용자가 트랙백을 지원하는 사이트의 기사를 읽고 트랙백을 달면 이 트랙백은 자동으로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물로 등록되며, 운영자는 트랙백을 보고 글을 남긴 사람의 블로그를 한번에 방문할 수 있다.
RSS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관심 있는 블로그에 올라온 글들을 실시간으로 한데 모을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RSS를 지원하는 사이트만 모아도 이용자는 손쉽게 자신만의 포털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앞다퉈 팀 블로그와 기업 블로그를 개설하는 것은 이런 블로그의 파급효과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www.seri.org는 최근 ‘블로그 시대의 기업경영’이란 보고서에서 “블로그는 정보기술과 제반 환경의 변화와 소비 니즈 진화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표출된 ‘중요한 현상’”이라며 “큰 트렌드를 읽고 합리적으로 대처해 나간다면, 블로그는 하나의 지속가능한 정보경쟁력 원천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파급력이 큰 만큼 위험 부담도 크다고 지적했다.
“일단 정보가 퍼지기 시작하면 통제할 수 없다는 특성으로 인해, 핵심전략이나 기업의 취약점이 블로그를 통해 누출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양날의 칼’인 블로그는 결국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금맥을 캘 수도, 목줄을 죌 수도 있을 것이다.
이희욱 기자 asadal@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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