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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규 기자의 영업왕 열전]이종은 쌍용자동차 소장 - 고객과 ‘통’한 영업의 달인
[장승규 기자의 영업왕 열전]이종은 쌍용자동차 소장 - 고객과 ‘통’한 영업의 달인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5.12.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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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부터 대우자동차에서 쌍용차를 함께 팔게 되었지요. 적성에 딱 맞더라고요.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중심이라 매출 볼륨도 크고, 고객의 질도 좋고. 무엇보다 이런 차량을 좋아하는 분들과 죽이 잘 맞았어요. 자연스럽게 소개도 많이 받고, 팔 때도 훨씬 수월했지요. 차를 판다는 게 아무리 애를 써도 사실 손님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어렵거든요.” 쌍용자동차 용산영업소 이종은(42) 소장은 맨 먼저 쌍용차와의 ‘궁합’을 강조했다.
그와 ‘통한’ 고객들은 그를 대신해 차를 팔아주는 영업맨이다.
일단 소개로 찾아가면 승률은 50% 이상으로 올라간다.
고객을 사로잡는 ‘매직’은 없다 이 소장이 들려준 이야기 하나. “손님과 친구나 형처럼 지내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 중에 한 분이었는데, 제주도라면서 전화를 하셨더라고요. 10만원 정도인가 돈이 필요한데, 갑자기 내 생각이 나더라는거예요. 황당할 수도 있는 일인데,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요. 받을 생각 않고 빌려줬지요. 그게 고마웠는지, 그 분이 소개를 많이 해줬어요. 비싼 차로만 몇 십대 팔았던 거 같아요.” 짧게 깍은 머리와 시원시원한 성격, 약간은 터프한 이미지. 실제로 이 소장의 첫 인상은 SUV 매장을 찾는 고객들과 잘 구분이 안 될 정도다.
이 소장은 2001년에 아예 대우에서 쌍용차로 옮겼다.
신분은 직영점 영업사원이 아니라 딜러. 팔지 못하면 한 푼도 가져가지 못할 수도 있었다.
“직영점과 딜러는 근본적으로 달라요. 아마추어와 프로 정도의 차이죠. 직영점에 있으면 굳이 많이 팔 필요가 없지요. 한 달에 5대 정도만 팔면 그만이에요. 하지만 딜러는 기본급도 없고 판만큼 가져가는 거예요. 저로서도 모험이었지요.” 다행히 이 소장의 ‘모험’은 성공했다.
그는 2001년부터 4년 연속 판매왕을 차지했다.
2002년에는 무려 한 해 동안 340대를 팔았다.
휴일을 포함해서 하루 1대꼴로 팔아치운 셈이다.
회사는 그런 그에게 ‘판매 명장’이라는 칭호를 붙여 주었다.
- 4년 연속 1등의 비결은? “기복을 가능한 한 줄이는 게 핵심이지요. 꾸준히 파는 거예요. 영업은 한 달이 지나면 다 털고, 새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야 해요. 그런 점에서 일반 직장 생활과는 많이 다르죠. 그리고 쉽게 만족하면 안 되요. 몇 대 팔았으면, 이 정도면 됐다 하고 만족하는 게 아니라 팔 수 있는 한 계속 파는 거죠. 요즘은 여러 가지 지원체계가 잘 되어 있어서 손님만 있으면 얼마든지 팔 수 있어요. 바빠서, 감당이 안 되서 못 판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죠.” 프로로 뛰어든 2001년 초. 추운 겨울 바람을 맞으며 정말 열심히 뛰었다.
아침 7시면 가장 먼저 출근했고, 밤 11시가 되어서야 퇴근했다.
전단지도 뿌리고, 광고도 내고, DM(다이렉트 메일)도 보내고,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마음 자세가 달라지자 실적도 같이 뛰었다.
이 소장은 “그때 자리를 많이 잡았다”고 했다.
- 영업 노하우를 어디서 배웠나? “잘 파는 선배들을 보면서 따라하려고 노력했지요. 영업자들은 다 개성이 있어요. 발로 뛰는 스타일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고요. 매스컴을 타지 않아서 유명하지는 않지만, 그런 사람들 이상으로 정말 차를 잘 파는 분들이 있어요. 같이 근무하면서 그런 분들한테 많이 배웠지요. ‘나도 저렇게 해야겠다’ 하고. 하지만 따라하는 게 쉽지 않아요. 꾸준히 하기가 어려운 거죠.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했고, 이제는 제가 더 잘 한다고 생각해요. 차를 더 많이 팔 자신이 있거든요.” 이 소장이 배운 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일을 하는 자세, 손님을 대하는 태도, 관리 방법 등. 따지고 보면 특별한 것은 없다.
“영업에는 정석이 있어요. 특별한 마술로 고객을 현혹시켜서 차를 팔 수 있는 건 아니지요. 그런 정석을 한결같이 실천하는 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죠.” 어떻게 하면 차를 많이 팔 수 있나? “새로운 고객에게만 팔아서는 많이 팔 수 없어요. 판매 대수를 늘리는데는 소개 영업이 아주 중요해요. 다단계 판매가 무서운 것과 똑같아요. 그래서 많이 팔려면 손님들이 도와줘야 한다는 거죠. 고객이 저를 믿고 한 마디 가볍게 던져 주면, 그 다음은 다 알아서 해요. 또 해 보니까 소개를 통한 재영업이 가장 효과가 있더라구요.” 이 소장이 고객을 진짜 ‘왕’으로 여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때로 ‘왕’은 예기치 않은 모습으로도 다가온다.
“한 번은 복장이 아주 허름한 사람이 왔어요. 전혀 차를 살 것 같지 않은 분위기였죠. 그래도 인사도 싹싹하게 하고, 판촉물도 드리고 성심성의껐 대했지요. 나가면서 저처럼 친절한 영업사원은 처음 봤다고, 영업을 아주 잘한다고 그러더라구요. 이 분도 차를 참 많이 팔아 줬어요. 의외였죠. 누가 고객이 될지는 정말 모르거예요.” 그래서 이 소장은 차를 살 것 같든 아니든, 나이가 들었든 아니든, 남자든 여자든 고객을 한결같이 대하려고 노력한다.
철저한 애프터서비스(A/S)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판매한 차량에 문제가 생길 경우 무상수리가 되지만, 예약하고, 기다려야 하고 번거로운 일이 하나둘이 아니다.
이 소장은 모조건 첫 번째 A/S는 책임지고 다 처리해 준다.
그는 “차를 팔고 나서가 더 중요하다”며 “고객들은 아주 세세한 것에 감동한다”고 했다.
이 소장이 근무하는 용산영업소는 아예 영업소 차원에서 A/S 기사를 따로 두고 있다.
- 이제 어느 정도 괘도에 올라선 것 아닌가? “그래도 그냥 있으면 판매 대수가 줄어요.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지요. 그동안 쌓아 놓은 걸 빼먹기만 하는 것이니까요. 고객과 관계를 맺는 것은 결과가 금방 나오지 않아요. 좀더 신경을 써 주면, 모르는 사람이라도 당연히 더 호감을 갖게 되고, 그러다 소홀히 하면 또 줄어들고. 신기하게도 확실히 그런 경향이 나타나요. 하지만 오늘 열심히 했다고 해서, 거기서 금방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에요. 예전에 공들였던 곳에서 오늘 결과가 나오고, 오늘 투자한 것은 나중에 성과가 나오는 거죠. 중요한 건 계속 씨앗을 뿌려 나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진정한 프로로 남고 싶어 물론 고객을 만나다 보면 때로는 오해가 빚어지기도 한다.
가장 흔한 것이 납기 약속에 관한 것이다.
“3~4달 있어야 차가 나온다고 하면 대부분 안 산다고 해요. 납기가 자동차 영업사원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죠. 그러니 때로는 솔직할 수만도 없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약속을 지키기가 거의 불가능해요. 그럴때는 솔직하게 정면으로 부딪히는 게 최선이에요.” 솔찍히 털어 놓으면 당장은 욕을 먹을 수도 있지만 뒤탈은 없다.
그러면 고객들이 인간적으로 이해해 주기도 한다.
그렇지 않고 일시적으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회피하면, 거짓말이 다시 거짓말을 부르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현재 이 소장이 관리하는 고객은 모두 5천여 명이 넘는다.
DM도 보내고, 문자도 보내고, 가끔 전화하거나 방문하기도 한다.
역시 특별한 것은 없다.
‘정석’ 그대로다.
또한 이 소장은 어디를 가든 항상 고객 노트 한 권을 들고 다닌다.
심지어는 화장실에 갈 때도 갖고 들어간다.
고객이 전화하면 언제든 바로 답변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자동차 쪽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외국에서는 딜러들이 직접 차를 매입해 마진을 붙여서 파는 형태예요. 기회가 되면 그런 걸 해보고 싶어요. 진짜 딜러가 되는 거죠.” 진행ㆍ정리 장승규 기자 skjang@economy21.co.kr
이 소장의 영업 비법
이 소장은 차를 팔고 난 후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영업사원들은 대부분 차를 팔 때는 별의별 이야기를 다 하지만 막상 팔고 나서는 금방 달라진다는 것. 하지만 길게 보면 이때만큼 좋은 기회는 없다.
이 소장은 작은 것이라도 ‘선물’을 빼놓지 않는다.
가장 많이 쓰는 것이 휴대전화 충전기와 지도. 휴대전화 충전기는 누구나 다 쓰는 필수품이다.
하지만 옵션에는 없기 때문에 따로 1만원을 주고 사서 달아야 한다.
지도책도 운전자에게는 그만. 물론 요즘은 네이게이션이 나와 인기가 덜하기는 하다.
그는 자동차 등록을 해주고, 모든 처리가 다 끝난 후에야 휴대전화 충전기와 지도책을 세트로 묶어서 고객에게 전달한다.
아무 조건이 없는 말 그대로 순수한 선물이다.
이 소장은 “가격으로 따지면 원가가 1~2천원인 작은 선물이지만 의외로 효과가 좋다”고 했다.
사람의 마음은 다 마찬가지다.
골프채를 살 때도 서비스 공을 안 주면 기분이 상하기 마련이다.
이 소장은 “얼마짜리를 샀는데, 아무 것도 주지 않으면 섭섭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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