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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규 기자의 영업왕 열전] 기업은행 남동2단지 기업금융지점장
[장승규 기자의 영업왕 열전] 기업은행 남동2단지 기업금융지점장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5.12.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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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남동2단지 기업금융지점 박상일(51) 지점장은 손때 묻은 두툼한 노트 10여권을 내놓았다.
바로 ‘영업 노트’. 인천 남동공단 수백 개 중소기업의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박 지점장은 이 노트 하나로 2004년 1월 부임 이래 75개에 불과하던 지점 거래업체를 168개로 2배 가까이 늘렸다.
금액으로 따지면 1500억원이다.
덕분에 공단 내 다른 은행들에선 비상이 걸렸다.
그가 관리하는 기업을 ㄱ, ㄴ 순으로 정리해 놓은 노트에는 상상을 초월한 정도의 방대한 정보가 담겨 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에쿠스를 탄다.
철인3종경기 출전. 검도 3단. 출신학교와 자녀는.’ 업체 사장에 대한 이런 정보는 기본이고, 이전의 거래 금액과 조건, 방문 날짜별 진행상황들이 깨알같이 적혀 있다.
박 지점장은 어딜 가든 이 노트를 항상 지니고 간다.
상대를 꿰뚫고 있는 만큼 영업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발로 쓴 영업 노트로 1500억원 실적 올려 - 영업 노트가 어떤 도움이 되나? “우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있지요. 반포에 산다는 걸 적어놓았다면, 아직도 반포에 사느나, 반포 어디쯤 사느냐, 질문을 던질 수 있어요. 사람을 처음 만나서 하는 말이 집이 어디냐, 고향이 어디냐, 이런 거 아닌가요. 그런데 이걸 만날 때마다 묻는 사람도 있어요. 그러면 고객의 신뢰는 고사하고 영업은 물 건너 간 거죠. 업체를 다니며 그때그때 메모를 하면 그런 정보를 꾸준히 축적할 수 있지요.” - 단지 그것뿐인가? “무턱대고 업체를 방문하면 대화가 추상적인 쪽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그냥 우리 은행 좀 도와 달라는 것밖에 할말이 없는 거죠. 하지만 저는 구체적으로 점을 딱 찍어서 이야기를 하지요. 우리 은행과 이러이러한 거래를 하고 계신데, 퇴직신탁이 없다, 이런저런 점에서 이게 필요하니, 가입하시라고 아주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거죠. 업체에 대한 과거와 현재의 모든 정보가 노트에 들어 있기 때문에, 바로 그 자리에서 모든 걸 상담하고, 해결해 줄 수 있지요.” 영업 노트는 대출 리스크의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된다.
직접 발로 뛰어 수집한 밀착 정보의 보고이기 때문에 이보다 더 정확한 신용평가 자료는 없다.
박 지점장은 도와줄 곳은 화끈하게 도와주지만, 아닌 곳에는 확실하게 선을 긋는다.
덕분에 며칠 전까지도 문제가 생긴 대출기업이 단 한 곳도 없었다.
“며칠 전에 문제가 생긴 업체는 신용보증기금에서 소개를 받은 경우였지요. 업체 쪽에서 추가 대출을 원했지만 해주지 않았어요. 사장이 나이가 어린 사람이었는데 하는 행동이 좀 미심쩍었어요. 그래서 보증서 만큼만 해주고 말았지요. 문제가 생겼지만 우리 은행은 아무 피해도 입지 않게 된 거죠.” 박 지점장은 업체 방문을 할 때마다 항상 고감도 안테나를 켜 둔다.
모든 것이 관찰과 기록의 대상이다.
어쩌면 영업 노트에 적어야 하기 때문에 더 날카롭게 보는 것도 있다.
“기록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정확하게 보려고 노력하지요. 사람을 볼 때 평범한 것은 적지 않아요. 아주 친절하다, 아주 능력 있다, 아주 건방지다, 아주 거만하다, 이런 걸 꼭 앞에 적지요. 간혹 쓸데없이 대통령이나 남의 탓만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러면 ‘노 대통령 엄청 싫어함’ 이렇게 적지요. 괜힌 그 사람 앞에서 노 대통령 칭찬할 필요는 없잖아요. 하지만 신용도에서는 마이너스죠.” 물론 이뿐만이 아니다.
영업 노트 자체도 고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준다.
저 정도라면 우리 업체를 맡겨도 되겠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 언제부터 영업 노트를 썼나? “중학교 때 처음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메모하는 습관이 생긴 것 같아요. 오랫동안 몸에 밴 메모 습관이 영업 노트로 꽃을 피운게 아닌가 싶어요. 92년에 차장이 되어 지점으로 나가면서부터 가는 곳마다 영업 노트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대리 때는 자기가 맡은 파트만 명함을 받으면 됐는데, 차장(요즘으로 보면 부지점장)이 되니까 지점 전체의 거래 고객을 만나니까 하루에도 20~30장씩 명함이 쌓였어요. 이걸 노트로 만들어 찾기 쉽게 정리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러면서 실적도 눈에 띄게 좋아졌지요.” 그 전까지만 해도 박 지점장은 별로 두각을 나타내지 않는 평범한 은행원에 불과했다.
일을 잘한다는 소리도 들어 보지 못했다.
하지만 영업 노트를 쓰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천성적으로 싹싹하고 열정적인 그의 성격도 빛을 보기 시작했다.
- 노트를 정리하는 데 얼마나 걸리나? “지점을 옮기면 거래 기업 명단을 다 뽑아서 정리하지요. 그리고 나면 사실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요. 매일 업데이트만 조금씩 해주면 되지요. 하루에 한 번씩 영업을 다녀와서 새로 얻은 정보를 업데이트해요. 20분 정도 걸리죠. 주로 샤프 연필을 쓰는데 심이 가늘어 감정이 조금만 흔들려도 끊어져요. 차분한 마음으로 앉아 정리하는 거죠. 그러니까 기억도 아주 잘 되더라구요. 컴퓨터를 쓰라고 하는 분들이 있지만,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어디서든 펴볼 수 있는 건 그래도 노트뿐인 것 같아요.” 웃으면서 보내기 위해 필드를 누빈다 박 지점장은 주말이면 영업 노트를 처음부터 찬찬히 읽어본다.
그러면서 다음 주에 방문할 업체들을 뽑는다.
이렇게 만든 한 주 간의 영업계획에 따라 하루 10~15개 업체를 방문한다.
영업을 시작한 92년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은 일과다.
“며칠 전에 한 업체 사장님이 저에게 고맙다고 점심을 샀어요. 사업이 어느 정도 되고 나서는, 밖에 나가는 일은 직원들을 대신 시켰는데, 4군데 업체를 들러서 간다는 제 전화를 받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는 거예요. 그날로 영업에 다시 나서게 됐다더군요.” 박 지점장은 끊임없이 ‘필드’를 돈다.
그의 영업 노트가 힘을 발휘하는 진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는 농부가 쟁기로 밭을 갈 듯이 계속 갈고 다닌다.
컵에 든 물은 어떻게든 새기 마련이라는 것이 박 지점장의 생각이다.
바닥의 틈으로 새든, 증발해 날아가든. 그래서 계속 새로운 물을 끊임없이 부어 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 그렇게 필드를 누비야 하는 이유가 뭔가? “저는 여름 양복이 한 벌밖에 없어요. 지점장 회의 때 입고 가는 것이지요. 긴 양복을 입고는 여름에 더워서 도저히 영업을 다닐 수 없으니까요. 보통은 긴 양복을 입고는 이렇게 더운데 어딜 나가냐고 하지요. 하지만 저는 양복을 벗고 반팔 와이셔츠만 입고 나가요. 다소 예의에 어긋나도 일단 나가는 것이 훨씬 좋다고 믿기 때문이지요. 그 이유는 단순해요. 고객이 떠난다고 할 때 웃으면서 보내 주기 위해서죠.” 연애든 고객과의 거래든, 한쪽이 돌아설 때 보일 수 있는 반응은 두 가지다.
매달리거나 보내주거나. “일단 떠나려는 고객을 잡게 되면, 이율을 낮추든 아니면 어떤 형태로든 조건을 들어줘야 하지요. 물론 마음도 상하고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지요. 하지만 웃으면서 보내주고 당당하게 영업을 하겠다는 거죠. 그러려면 영업력이 뒷받침되어야 해요. 웃으면서 보내주고 대신 새 고객을 발굴하면 된다는 겁니다.
물론, 정말 중요한 고객은 잡아야겠지만요.” skjang@economy21.co.kr
박 지점장의 영업 비법
박 지점장은 “영업의 90%가 노트에서 나온다”고 했다.
10여권에 이르는 그의 영업 노트에는 중학교 시절부터 갈고 닦은 그의 메모 노하우가 응축되어 있다.
핵심은 기록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해 내는 것. 너무 많은 것을 시시콜콜 다 써 놓으면 실제 활용도는 크게 떨어진다.
반면에 너무 허술하면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영업 노트의 모태는 중학교 때부터 써 온 일기장과 독서 노트들. 지금까지 쓴 독서 노트만해도 200권에 이른다.
한때는 노래가사만 적은 노트를 따로 만들기도 했다.
지금은 노래방에 가면 가사가 다 나오기 때문에 쓸모가 없어졌다.
대학시절에 쓴 목표 관리 노트도 흥미롭다.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과 진학을 준비하며 매일매일 목표 대비 달성 정도를 기록한 것이다.
심지어는 테니스 시합 노트도 있다.
박 지점장은 전국 대회에서 여러 번 우승한 알아주는 아마추어 테니스 선수다.
매번 누구와 경기를 했고, 점수는 어느 정도였는지를 기록한 것이다.
기록하게 되면 테니스도 더 열심히 치게 된다는 것이 박 지점장의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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