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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낮잠 자는 시간? 이제는 법으로 금지!
[글로벌]낮잠 자는 시간? 이제는 법으로 금지!
  • 최우성 기자
  • 승인 2006.01.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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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정부 공무원 점심시간 단축 법제화…민간부문 확대 싸고 문화적 충돌 가능성 스페인 스페인 사회를 특징짓던 생활습관에 커다란 변화가 찾아올 전망이다.
최근 스페인 정부는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커다란 변화를 안겨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법적 조치”를 취했다.
내용인즉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점심식사 시간을 법으로 제한한 것. 이른바 ‘씨에스타’라 불리는 ‘낮잠을 포함한 긴 점심시간’을 아예 없애기 위해 법까지 동원하겠다는 얘기다.
앞으로 공무원들의 점심시간은 현재 오후2시~4시 사이의 2시간에서 12시~1시 사이의 1시간으로 줄어든다.
이와 함께 현재 저녁 7시 혹은 8시인 퇴근시간 역시 저녁 6시로 앞당겨지게 된다.
스페인 정부가 이 같은 파격적인 조치를 단행하게 된 데는 오랜 전통으로 굳어진 ‘지나치게 긴’ 점심시간이 스페인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장본인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정부 산하의 특별위원회가 오랜 연구 끝에 내놓은 보고서는 스페인 사회를 특징짓는 씨에스타가 스페인 노동자들의 생산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여타 유럽국가의 노동자들에 비해 노동시간이 더 많고 퇴근시간이 더 늦지만 실제로는 씨에스타로 인해 생산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늦은 퇴근 탓에 노동자들의 수면시간 역시 유럽 평균치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가 그 근거로 덧붙여졌다.
이는 각종 산업재해를 낳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는 게 보고서의 주요 결론. 이런 조치들은 스페인 정부가 추진해 온 일련의 노동시간 합리화 과정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노동시간을 유연화하고 점심시간을 단축하는 대신 노동강도를 여타 경쟁국에 견줄 만큼 높이겠다는 얘기다.
스페인 정부는 1단계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이번 조치에 만족하지 않고 곧 2단계 조치에 착수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공공부문을 넘어 민간부문에까지 이런 노동환경을 전파하겠다는 얘기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스페인 재계는 쌍수를 들어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재계 역시 스페인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나쁜 생활습관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GDP의 8% 가량은 이 같은 생활습관으로 인해 허공으로 날아가 버리고 있다는 게 재계측의 판단이다.
한마디로 이번 기회에 스페인 노동자들의 노동규율 및 생활문화 자체를 근본적으로 손질하자며 목소리를 높이고 나선 것이다.
한쪽에서는 정부의 이번 조치가 민간부문에까지 파급되는 과정에서 심한 갈등이 생길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오랜 전통인 씨에스타를 하루 아침에 없애는 과정에서 스페인 노동자들의 저항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조치가 실제 피부로 느끼는 정도에 있어서는 스페인의 유로화 가입보다도 훨씬 더 커다란 충격과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색다른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자신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살 ‘돈’ 자체가 바뀌는 건 그럭저럭 적응할 수 있을지언정, 몸에 밴 습관을 하루 아침에 바꾸는 일은 힘들지 않겠냐는 얘기다.
최우성 기자 morgen@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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