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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던 중앙은행 총재 후임자 확정
말 많고 탈 많던 중앙은행 총재 후임자 확정
  • 최우성 기자
  • 승인 2006.0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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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재계 환영 속에 임기제 총재 선출…유럽 단일 금융정책 아래 어떤 행보 보일지 관심 이탈리안 중앙은행 총재의 거취를 둘러싼 이탈리아 사회 내부의 갈등이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 연말, 이탈리아 정부는 공석이 된 중앙은행 총재의 후임에 골드만삭스 이사 출신의 마리오 드라기를 지명한다고 발표했다.
2002년 1월부터 골드만삭스에 몸담아 온 드라기에 대해 중앙은행 이사회가 찬성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져 그는 새로이 이탈리아 경제를 이끄는 선봉장의 역할을 맡게 됐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12월19일엔 전임 총재 안토니오 파지오가 총재직에서 사퇴했다.
당초 파지오의 거취를 둘러싸고 이탈리아 정부와 정치권, 재계에서는 심한 갈등을 겪어 왔다.
파지오 전 총재는 이탈리아 은행인 방카 안토벤타(Banca Antonventa)를 놓고 주요 금융기관들이 벌인 인수전에서 도에 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며 사퇴 압력을 받아 왔다.
인수 전 과정에서 파지오 전 총재는 지나치게 편파적인 행보를 취했을 뿐 아니라 지위 남용과 내부자 거래 혐의까지 받고 있다.
새로 총재직에 오르게 된 드라기의 임기가 6년으로 제한된 것도 이런 사정과 관련이 있다.
원래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직은 종신제로 운영되어 왔다.
하지만 파지오 전 총재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 속에 얼마 전 중앙은행 총재의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법안이 전격적으로 통과된 바 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것은 필요하나, 자칫 어느 누구로부터도 견제를 받지 않는 지나친 권력 편중의 가능성이 심각하게 제기된 탓이다.
한편, 드라기 신임 총재는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는 물론, 야당으로부터도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어 앞으로 한층 자신 있는 행보를 보일 전망이다.
경제학 교수 출신의 드라기 총재는 지난 91년부터 2001년까지 이탈리아 재무부 차관으로 활동한 바 있으며, 에너지·금융 및 통신 등 주요 산업부문의 민영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은행·OECD·유럽투자은행 등 국제금융 무대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은 것도 그에 대해 우호적 평가를 가져오게 한 첫 번째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전문가들에 의해 ‘실용주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그가 현안인 유로화 문제와 관련해서 어떠한 입장을 취할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 자격으로 유럽중앙은행을 운영하는 18인 위원회에 자동적으로 참가 자격을 갖고 있는 그가 어떤 목소리를 내느냐에 따라 리라화의 운명은 물론 유로화 자체의 운명도 영향받을 가능성이 큰 탓이다.
드라기 신임 총재는 과거 이탈리아의 유로화 가입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리라화의 유로화 탈퇴를 공공연하게 주장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는 현실에서 그의 행보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으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한동안 이탈리아 경제를 안개 속으로 몰고 갔던 중앙은행 총재 논란이 수습 국면으로 접어든 지금, 이제 관심은 유럽 경제무대에 등장한 새로운 주인공에 쏠려 있다.
최우성 기자 morgen@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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